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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세종시 불티교 인근 바위에 붙어 있던 큰빗이끼벌레
 지난 6월 20일 세종시 불티교 인근 바위에 붙어 있던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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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빗이끼벌레가 어류 등 수중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현장 및 실험실 실험을 병행한 결과, 유해성이나 생태독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빗이끼벌레가 어류 등 수중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환경부가 현장 및 실험실 실험을 병행한 결과, 유해성이나 생태 독성은 없다는 조사·연구결과를 17일 내놨다. 지난 6월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자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

그러나 이날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4대강이 더는 강이 아닌 유속이 없는 저수지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며 "금강 전역에서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확인되었다는 것은 4대강이 호수화되었음을 환경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뭄과 느린 유속에 큰빗이끼벌레 증가" 

지난 7월 14일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큰빗이끼벌레의 먹이인 녹조에 뒤덮여 죽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4일 금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큰빗이끼벌레의 먹이인 녹조에 뒤덮여 죽어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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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이번 조사에 대해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함에 따라 지난 7월부터 국립환경과학원, 4대강물환경연구소, 유역지방환경청, 학계, 민간연구소 등 각 분야별 전문기관 등에 의뢰하였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학계와 민간전문가 (주)생태조사단 원두희 박사, 부산대 주기재 교수, 우석대 서지은 교수, SOKN생태보전연구소 김명철 소장, (사)하천호수학회 황순진 교수, 충남대학교 안광국 교수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많이 서식하는 금강 세종보 인근 현장과 유사한 생태계(메조코즘mesocosm; 현장에서 자연상태의 물은 통과하고 시험생물만을 가두어 놓고 실험할 수 있도록 제작한 장치)를 제작·설치하여 성장단계별(미성숙·성숙·사멸)로 구성된 큰빗이끼벌레(메조코즘 체적의 5~10%)를 넣고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시간(96시간, 6~9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서식종인 납자루, 밀어와 표준배양 생물종(송사리) 모두 생돈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실험실에서 같은 방식(공기 주입)으로 실험한 결과도 동일하였고 어류를 큰빗이끼벌레에 접촉시키는 실험에서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도중에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현장수를 채수하고, 물벼룩과 송사리를 투입하여 진행한 유영저해나 치사 영향 급성 독성시험에서도 시험생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큰빗이끼벌레 분포실태 조사를 보면, 4대강 본류와 지류, 저수지 등 다양한 수역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4대강 유역 중 금강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20일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주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지난 6월 20일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주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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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발아하는 시기인 지난 4~5월 강우령이 평년에 비해 적은 것과 유속이 감소한 것이 (큰빗이끼벌레 번성의) 하나의 원인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빗이끼벌레는 10cm/초 이하의 느린 유속과 침수 고사목의 나뭇가지, 수초, 자갈 등이 있는 곳에서 많이 번성하며, 서식하는 지역의 수질(BOD)도 Ⅰb~Ⅳ등급으로 범위가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큰빗이끼벌레는 강우에 매우 약하며, 일 40~50mm 이상의 강우시에 70~90% 정도가 유실되며, 약 15℃ 이하의 수온에서 약 1개월 정도에 걸쳐 천천히 사멸한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7~11월 동안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특정지점에서의 큰빗이끼벌레 분포 양상, 봄~여름철의 발생·성장조건(수온, 성장속도, 강우영향 등) 등에 대하여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그리고 "이번 조사·연구의 일환으로 추진된 담수태형동물의 해외피해·관리사례 조사 결과, 해외에서도 큰빗이끼벌레의 독성·유해성 여부가 문제된 적은 없었으며, 위해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사례도 아직 없다"며 "해외에서는 큰빗이끼벌레 등 담수태형동물의 부착성질로 인해 취수장, 하수처리장·카누경기장 등에서 오손(汚損, fouling)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결과도 내놨다.

환경부는 끝으로 "담수태형동물의 분류학적 기초연구에서는 그간 문헌으로만 확인되었던 총담이끼벌레 군체와 점유리이끼벌레의 서식 여부가 국내 수계에서 최초로 확인되었고 그 밖에 4종의 미기록종이 추가로 발견되었다"고 뒷받침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대해 공주대학교 정민걸 교수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을 확인한다며 관변 전문가에게 불필요한 용역을 주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함으로써 강이 저수지로 바뀌었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관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며 "그들 중 일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보도되자마자 이 벌레가 맑은 물에 살기 때문에 4대강 수질이 좋아진 증거라고까지 주장을 했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용역 보고서는 수질과는 무관하게 (큰빗이끼벌레가) 유속이 느린 곳에 분포한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또 어류 독성이 있다고 주장했던 충담이끼벌레도 저수지가 된 4대강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4대강 사업은 강우와 무관하게 일정한 수위와 유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적은 강우 때문에 번성했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다"고 일축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보 설치가 큰빗이끼벌레 번성의 원인이라는 점을 일부지만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독성 실험이나 (큰빗이끼벌레가) 죽으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에 대한 언급이 없고, 다양한 해외 사례가 부족하며 또한 사멸시기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겨져 있어 추가조사 등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조사시 환경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조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개방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만 정확한 문제점을 짚을 수 있다"며 "느린 유속이 큰빗이끼벌레 서식을 증가시키는 만큼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어 아름다운 금강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섣부른 조사 결과, 더 큰 재앙될 수도

지난 7월 23일 수자원공사가 보트를 이용하여 유속을 만들어 큰빗이끼벌레를 학살하면서 상류에서 떠내러온 사체가 공주보 주변을 뒤덮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수자원공사가 보트를 이용하여 유속을 만들어 큰빗이끼벌레를 학살하면서 상류에서 떠내러온 사체가 공주보 주변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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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발표한 용존산소량(DO)에 대한 결과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만 보면 큰 문제 없다고 나와 있으나 이는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조사다. 큰빗이끼벌레가 살아 있을 때 물벼룩 특성이 아닌 화학물질을 내보내는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결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사멸할 때 용존산소가 어떻게 소비되고 변화하는지, 암모니아 발생에 대한 언급도 없다. 메조코즘 실험시 물고기가 죽지 않은 것은 폐쇄된 공간이 아니므로 다른 곳으로 도망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큰빗이끼벌레는 해가 없다'고 발표한 건 큰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발표만을 믿고 방치했다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안광국 교수가 실험방법에서 집단서식지(보 상류 200m)에 메조코즘을 설치해 성장단계별, 다양한 생물종 실험한 것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큰빗이끼벌레가 많이 몰려있던 정체된 수역에 메조코즘을 설치해 실험했어야 한다.

보 200m 구간은 수력발전과 보의 수문 조작으로 유속의 변화가 심한 곳으로,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지보다는 상류에서 떨어져 나온 사체가 몰리는 곳이다. 실제로 지속해서 실시한 충남도민간합동조사단이 7월부터 10월까지 한 모니터링에서도 보 200m 구간보다는 상류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물벼룩(20마리)과 송사리(21마리) 모두 유영저해나 치사 영향이 없다는 결과도 '큰빗이끼벌레 출연 대응책 마련을 위한 충남도 민·관합동조사단'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큰빗이끼벌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화학적 독성 실험이 빠져 있다.

실험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중요하다. 지금처럼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산소농도가 풍부하고 분해도 느려진다. 현장 실험이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4계절이 아닌 7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었다는 실험 결과로 문제를 완결한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추가적인 장기모니터링과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태그:#큰빗이끼벌레,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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