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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40년 동안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나는 이것이 어느 누구든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책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이해하면 용서하게 되고, 용서하면 화해하게 되며, 화해하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했습니다. 오래 참는 마음, 그것이 사랑과 화합으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용서하게 되면 인생의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깁니다.(<김대중의 옥중서신> 중에서)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자. 그래서 사랑하는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사형선고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끈기와 이해의 두 전직 대통령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표지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표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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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가지 중심사상을 잘 엿볼 수 있는 말들이다. 하나는 인내와 끈기를, 다른 하나는 용서와 화해를 읽을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인동초'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은 오랜 고통과 저항을 통해 행동하는 양심의 중심에 우뚝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어려움을 많이 겪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후에 보여준 용서와 화해는 참 고귀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 바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다. 두 사람 모두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끝까지 독재와 인종차별정책에 맞서 싸웠다.

둘 다 옥중에서 지내야 했다. 둘 다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의 공로가 인정되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까지 같다.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는 넬슨 만델라가 평소 화해와 조정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했는지를 말해 준다. 갈등과 대결만이 난무한 현대사회에서는 권위적인 지도자보다 협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넬슨 만델라는 이점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사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 점에서는 같다. "최고의 대화는 경청이다"(<김대중의 옥중서신> 중에서)라며 대화의 수사학보다는 대화의 심리학을 강조하였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자는 대화의 실격자요, 인생의 실격자"(1969년, 3선개헌반대 시국강연회에서)라고 했을 정도로 대화와 타협, 화해와 협상을 중요시했다.

저자인 김홍국 TBS 보도국장은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 ▲ 명확하고 통찰력 있는 비전 제시 ▲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 ▲ 권한 위임 ▲ 국민 통합 ▲ 의회민주체제에서의 입법 기술 ▲ 의사소통의 원할 ▲ 국제적인 인정과 협력 도출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꼽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만델라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과 협상능력, 조정력을 관심 깊게 다루고 있다.

조정자로서의 만델라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만델라의 '조정자(Peacemaker)로서의 리더십'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만델라의 삶에서 철학과 가치를, 휴머니즘, 민주주의, 통합주의, 관용주의, 긍정적 낙관주의로 보고 있다. 만델라가 27년간 감옥에 있으면서도 감사할 수 있었던 것은 긍정적 낙관주의 때문이었다면서 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는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감사한다는 마음이었다"며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하고, 물을 마실 수 있어 감사하고, 심지어 감옥 안에서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런 낙관주의가 바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민주투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세계적 지도자를 만든 힘이었다.(60쪽)

만델라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위대한 투쟁가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된다. 하지만 그 때도 극심한 인종차별정책을 펴고 있는 클레르크 정권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동료들의 반대에 부딪치면 혼자서도 협상 테이블에 나가 앉는 협상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일 정도였다. 다양한 난관과 고난은 돌파하였고 결국 위대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만델라는 '존경받는 어른'이란 뜻의 '마디바'라고 불린 유일한 사람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토니 애벗 호주 총리,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제시 잭슨 목사,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그의 장례식장에서 한 조사들은 만델라가 얼마나 인정받는 지도자인지 실감나게 한다. 반 총장의 말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국제무대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위대한 인물이다. 인간의 존엄성 향상을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고매한 품격을 갖춘 인격자인 동시에 강력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만델라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스승 중 한 사람이다. 우리는 '아버지'를 잃었다. 인류가 슬픔에 가득 찬 빗속을 헤치고 무지개를 볼 수 있길 바란다.(76~77쪽)

보복이 아니라 화해를

만델라는 1918년 남아공의 한 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났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결성하고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에 맞서 싸웠다. 결국 백인 정권은 그를 종신형으로 투옥했다. 27년 동안 옥살이를 치렀다. 1990년 70세가 넘은 나이로 석방되었다.

그러나 그는 보복이나 숙청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정적들은 포용했다. 이로 인하여 그는 남아공의 '민주화의 상징'이며 '자유투사의 전설'에서 '경청과 소통의 지도자' '공감과 협상의 지도자'로 남게 되었다. 그가 추구했던 정치와 철학을 이름 하여 '만델라다움'이라고 쓴 저자의 생각이 공감이 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1994년 5월 10일, 만델라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진실과 화해위원회(TRC)'를 만들어 과거사를 청산한다. 그러나 보복이나 숙청이 아니었다. '망각에 대항한 기억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진실규명은 철저히 조사하되 광범위한 사면과 화해로 이뤄졌다. 처벌과 응징이 아니라 화해와 공존에 초점을 맞췄다. 진실규명을 통해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가해자에게 참회를 통해 화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만델라다움'의 단면이다.

만델라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소통면에서 많이 닮았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납치, 투옥, 사형선교를 받으면서 투쟁했던 위대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만델라 대통령에 비유했다. 불통의 시대를 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다시 두 분과 같은 지도자가 나오길 고대한다. 책은 이렇게 적고 있다.

만델라는 자신과 닮은 꼴인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중략) 자신과 비슷한 죽음의 위기와 군사정권의 탄압, 저항운동을 펼친 끝에 대통령이 되어 용서와 화해, 관용과 평화의 정치를 펼친 김대중에 대해서는 평생 친구로서의 깊은 우정과 친근감을 표시하곤 했다.(212쪽)

덧붙이는 글 |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김홍국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 / 2014. 12 / 328쪽 / 1만5000원)



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김홍국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2014)


태그:#넬슨 만델라 위대한 조정자, #김대중, #화해, #용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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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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