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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 초등<사회 5-2> 실험본 교과서 표지(오른쪽).
 국정 초등<사회 5-2> 실험본 교과서 표지(오른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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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의병은 "토벌"하거나 "소탕"했으며, 쌀은 "수출했다"는 내용을 담은 초등 <사회 5-2> 실험본 교과서의 친일 서술이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교과서가 학교에 뿌려진 까닭은 교육부와 집필팀이 '교학사의 오류'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도 문제 시인한 내용, 왜 반복했을까?

이미 지난 해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 파동 당시 해당 내용이 논란이 되자, 서남수 당시 교육부장관은 "문제가 있다"면서 사실상 해당 내용 수정을 권고한 바 있다. 교학사 또한 올해 2월에 나온 최종 교과서에서는 해당 내용을 바꿨다. '친일서술만큼은 용납해선 안 된다'는 거센 국민여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 올해 7월 초에 집필이 끝난 국정교과서인 초등 <사회> 교과서는 문제의 친일 서술을 그대로 반복한 것일까? (관련기사: "이토가 을사조약 성공했다"... 이런 초등 국정 교과서)

이 교과서 집필팀장을 맡은 한춘희 부산교대 교수는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용어를 선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면서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방식을 따른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의병 학살', '쌀 수탈' 등의 용어로 바꾸면 초등학생에겐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초등 <사회 5-2> 교과서 집필진은 '교학사 교과서 관련 수정·보완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집필팀장인 한 교수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교학사 교과서 관련 수정·보완 내용을 체크하는 것을 놓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교육부 또한 해당 교과서를 인쇄하기 전에 친일 오류에 대한 사전 점검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  초등 <사회 5-1> 실험본 교과서의 경우, 최종 인쇄 전 10일간에 걸쳐 오류를 확인했다. 하지만 초등 <사회 5-2>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의병을 소탕했다'는 내용이 실린 초등<사회5-2> 실험본 교과서 94쪽.
 '의병을 소탕했다'는 내용이 실린 초등<사회5-2> 실험본 교과서 94쪽.
ⓒ 역사정의실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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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실하게 만든 교과서를 올해 9월부터 전국 16개 초등학교 20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사의식 자체가 굉장히 의심스럽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교과서로 내년 2월까지 역사를 가르쳐야 할 전북 남원지역 A초등학교는 '일제 강점기 이후 내용을 재구조화'해서 가르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초등학교로도 퍼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초등학교, 해당 교과서 내용 가르치지 않기로

17일,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초등교과서 발행 체계 개혁과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화 중단 촉구 초등교사 선언'을 위한 온라인(http://me2.do/5873on05)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 단체는 선언문에서 "교육부는 초등역사 실험본이 불량교과서로 개발된 과정에 대해 철저히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한국 교과서는 한국의 학생들을 주체적으로 키우고자 만든 것인데 일본이 주체가 된 내용을 한국 초등학생에게 가르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교과서기획과 과장과 연구관, 연구사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이들은 일제히 답변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친일 초등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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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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