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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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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땅콩' 때문에 회항했다. 땅콩 따위로 비행기도 돌리는 마당에, 지방재정 악화를 이유로 동계올림픽을 되돌리거나 분산시키는 것이 무엇이 어렵겠는가. 딸이 앞섰으니, 이제 아버지인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자 한진그룹 회장이 화답할 차례다.

딸의 '땅콩 회항'은 악수였지만, 아버지 조양호 회장의 '올림픽 회항'은 묘수가 될 것이다. 올림픽 분산 개최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빚에 허덕이는 강원도 지방재정은 물론 나라 재정에도 도움을 줄 것이니, 땅에 떨어진 한진기업의 명예도 덕분에 조금은 개선되지 않겠나.

게다가 '올림픽 회항' 결정을 내리기 좋은 조건도 만들어져 있다. 지난 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을 복수 도시 혹은 복수 국가에서 개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올림픽은 하나의 도시 안에서 개최하는 게 원칙이었다. 한 도시 안에서 시설 간 이동시간 30분, 개폐회식장의 규모, 각종 경기장 기준을 충족 시켜야 했기 때문에 과도한 시설투자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와 환경파괴를 불러왔다.

개최국마다 이런 부작용을 반복해서 겪는 동안,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독일 뮌헨과 스위스 생모리츠·다보스가 주민 반대로 유치를 포기했고, 노르웨이 오슬로도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IOC도 이제 변하지 않고는 올림픽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올림픽 치르기 전에 강원도 1조 원 빚에 허덕... 분산이 정답

강원도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3수에 걸쳐 유치하는 동안 강원도에는 하루 이자만 1억3천만 원, 연간부채 430억 원에 달하는 알펜시아가 리조트가 하나 생겼다. 그러나 분양률은 25.8%. 이 놀라운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강원도가 얼마나 수지타산 맞지 않는 짓을 하고 있는지다.

대체 이런 사업을 얼마나 했는지 2014년 말 기준, 강원도 부채는 이미 58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당장 내년부터 앞으로 3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지방채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발행될 것이다. 향후 3, 4년 안에 강원도는 1조 원에 육박하는 빚을 지게 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각종 시설의 적자운영은 지방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과정에서 건설된 나가도 슬라이딩센터는 사후활용이 마땅치 않아 연간 시설 유지비만 30억~4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에서 IOC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선언하자마자 일본 분산 개최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일본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 종목을 개최할 수 있다면 일본으로선 자구책이 될 것이다. 반대로 한국은 알펜시아에 건설되는 슬라이딩 경기장의 사후활용계획이 적절하지 않다면 최소 연간 30억 정도의 운영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펜시아에 건설되는 루지 봅슬레이 경기장 조감도. 이 경기장에서 슬라이딩 경기를 치르게 된다.
▲ 알펜시아 경기장 알펜시아에 건설되는 루지 봅슬레이 경기장 조감도. 이 경기장에서 슬라이딩 경기를 치르게 된다.
ⓒ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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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천 명 횡계리에 건설되는 1만5천석 규모의 개폐막식장은 과연 흑자 운영될 것인가. 대규모 스포츠 경기 적자의 큰 사례로 꼽히는 인천으로 가자. 단 1회 사용 5천억짜리 개·폐막식장에서 한 번 더 하면 된다. 빙상경기는 태릉으로 갈 수 있다.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 자르는 것 그만하고, 완화된 FIS 기준으로 하이원 스키장, 용평스키장, 무주스키장 등 기존 시설에서 활강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비행기도 되돌리는 마당에... 3년 남은 올림픽쯤이야

200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IOC에 제출한 유치 신청서인 비드파일에는 총 사업비가 8.8조 원으로 돼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기획재정부가 확정한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은 13조 원에 달한다. 계획 당시에는 예산을 적게 잡아 편성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업이 늘고 예산이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 빚잔치가 강원도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각종 경기장과 도로를 건설하는 데 70~75%의 국비가 지원된다. 온갖 지원사업, 부대 행사, 친절 캠페인 따위도 국비로 별도 운영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사실상 전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강원도 좋다고 '분산개최는 없다'고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인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대규모 스포츠경기는 '빚' 나는 전망에 불과했음을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제 상식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13개 경기장을 강원도에 밀어 넣고 16개 진입도로와 21개 광역교통망 신설하는 것이 강원도의 청사진이 될 리 없다. 여기서 멈춘다면 그만큼 우리에게 이익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2013년 5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과장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경제 효과 과장 2013년 5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과장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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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배보람 시민기자는 녹연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평창동계올림픽, #한진그룹, #IOC, #조양호,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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