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정태수 역의 배우 조동혁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정태수 역의 배우 조동혁이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OCN <나쁜 녀석들>을 촬영하며 배우 조동혁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살인청부업자 정태수가 자신이 목숨을 빼앗은 남자의 부인, 박선정(민지아 분)을 찾아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 오열했던 7회 마지막 장면. 조동혁은 "그 장면은 내가 연기한 게 아니라 그냥 정태수였다"고 했다.

"매 작품 다 열심히 했지만, 유독 <나쁜 녀석들>은 일찍 캐릭터화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메이크업하고 수트만 입으면 (분위기가) 싹 변하는 게 느껴졌죠. 예전엔 '연기할 때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촬영하러) 갔다면, 이번엔 달랐어요. 정말 정태수가 할 법한 행동을 했죠. 대본도 굳이 다시 보지 않고, 어떤 상황인지만 체크하고, '준비됐다'고 하면 딱 가서 카메라 앞에 섰어요."

다른 작품과 달리 <나쁜 녀석들>은 처음부터 11회 대본이 모두 나와 있는 상태였다. 미리 대본을 보고 연구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조동혁은 "고아 출신으로 임종대 아저씨 밑에서 자라며 UDT(해군특수전전단)를 나왔고" "고액의 돈을 주고 살인 의뢰를 할 정도의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역시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수트를 입었을 것"이라는 등 나름대로 정태수의 모습을 그렸다. 그런 그에게 정태수의 외로움과 슬픔이 응축된 7회는 "정말 죽을 것 같은" 한 회였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정태수 역의 배우 조동혁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7회 시작할 땐 정태수가 수트를 입지 않고 있다가, 친구 종석이와의 대결을 앞두고 수트로 갈아입죠. 그간 정태수가 변화를 보이는 과정이 있었지만 킬러 대 킬러로, 친구 대 친구로 맞붙는다는 뉘앙스를 줘야 할 같아서 (제작진에게 수트로) 바꿔입겠다고 했어요." ⓒ 이정민


"(정태수가) 완전 착하게 변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극이 진행되며) 점점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을 거예요. 그런데 어렸을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이젠 다 없다는 게 확 와 닿았겠죠. 그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얼마나 울어야 할까' 정도만 생각했어요. '정태수인데, 울어야 하는 건가?' 싶었죠. 그런데 감정이 올라와 저도 모르게 울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더 울 것도 같았지만…정태수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참았어요. '이러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다, 큰일 난다'는 생각도 들었죠. (웃음) 나중에 방송을 보면서도 '내가 연기를 저렇게 했네?'라고 생각할 정도로 당시 그 상황에 완전히 몰입했어요. 그 장면은 정말…'이건 내가 한 게 아니구나. 정태수구나'라고도 생각했죠."

한때 '실장님' '의사' 전문 배우..."답답했지만, 다 재산이 되더라"

알고 보면, 조동혁은 누구보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촬영 시작과 끝 즈음 꼭 있는 전체 회식에서 스태프 앞에서 말하는 것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부끄럽고, 각종 제작발표회에서 사회자의 신호에 맞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폼을 재며 사진을 찍는 것도 미치겠단다. 길을 가던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것도 "그 광경을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몰려 나를 볼까봐" 창피하다는 그다. 

하지만 '연기'만큼은 예외다. <나쁜 녀석들>을 통해 조동혁은 다시 한 번 '배우'라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을 확인했다. 그는 "<나쁜 녀석들> 현장은 모든 게 프로였다. 대본 12장짜리 긴 장면을, 그것도 배우들이 전부 나오는 풀샷으로 찍는데 NG 한 번 없는 걸 보며 소름이 돋았다"며 "그걸 보며 '앞으로 현장에서 바보처럼 굴어서 창피함을 느끼지 말아야겠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짜 프로처럼 완벽하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때 '실장님', 혹은 '의사' 전문 배우로 쓰이기도 했다. 실제 자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친구들이 전화해 '보기 힘들다'고 하면 '연기하는 나는 어떻겠냐'고 말했"을 정도였고, 한 제작발표회에서는 아예 스스로를 '쌈마이'(삼류)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내 것 아닌 연기를 8년 동안 하면서 '연기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고, '지금 내 스펙트럼이 이 정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답답했다"는 조동혁은 "하지만 그렇게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표현해야 했던 경험들이 <나쁜 녀석들>을 연기하면서 재산이 됐다"고 했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정태수 역의 배우 조동혁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쁜 녀석들>로 "10대 소녀 팬이 늘었다"는 조동혁이다. "'내가 거기(<나쁜 녀석들>)에서 쌈박질밖에 더해?'라는 생각에 아직도 어리둥절하다"는 조동혁은 "그래도 중 2 조카가 처음으로 나에게 선배들과 친구들의 부탁이라며 사인을 해 달라고 했다"며 "그때 속으로 '드디어 조카에게 면이 서는 삼촌이 됐다' 싶었다"며 미소 지었다. ⓒ 이정민


그래서 이제 그가 고민하는 것은 '연기의 생활화'다. 조동혁에게 연기를 가르쳤던 배우 류승수가 즐겨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멋있는 역할을 주로 하는 배우들을 보며 '원래 저런 성격인가?'라는 궁금증이 컸다"는 조동혁은 "같은 배우 입장에선 늘 영화처럼 멋지게 사는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배우로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며 "(류)승수 형에게 처음 '연기의 생활화'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 뜻을 잘 몰랐는데, 이제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 말의 뜻을 알겠다"고 전했다.

"성격과 다른 역할을 연기하려니 집에서 그냥 막 먹던 밥도 일부러 멋있게 먹으려 노력도 해 보고, 어떤 배우는 커피를 마실 때도 각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나도 남들이 볼 땐 멋있는 느낌으로 마셔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면서도 평소엔 다른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으려고 막 행동했지만, 그게 또 연기하다가 나오면 안 되니까 고민이 컸어요.

지금은 그냥 수트를 입었을 땐 똑바로 걸으려 하고, 평소에도 가끔 똑바로 걷는 연습을 하는 정도예요. 그런 걸 생활 속에서 연기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걸 연습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작품을 찍었을 때 연기하는 나도 어색할 거고 보는 사람들은 더 어색해 할 테니까요. 어떤 역할을 한다고 하면, 그 역할에 딱 맞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지금 정태수 같은 느낌을 갖고 부잣집 아들이나 의사 역할을 할 순 없듯이요. 환자들 다 도망가게? (웃음)"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정태수 역의 배우 조동혁이 1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역시 경험은 돈 주고도 못하는 거예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게 없더라고요. 예전엔 '연기 못 한다'는 소리도 듣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10년이 넘으니까 그게 다 재산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신인 때 '얼른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크거든요. 빨리 정점을 찍고, 단역이든 조연이든 제가 하고 싶은 걸 가리지 않고 하는 것이 진짜 꿈이에요." ⓒ 이정민


인터뷰 말미 슬쩍 물었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것이 콤플렉스'라던 과거의 말이 아직도 유효할까, 궁금해서였다.

"이제 연기한 지 10년이 됐으니 나름 프로고, 진정한 프로들과 함께 일하며 배운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동혁은 "더 일찍 연기를 한 이들보다 10년 정도 경력이 뒤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콤플렉스다"라고 말했다.

한때 다시 대학교를 갈까도 진지하게 고민했고, 지금도 간혹 '내가 가면 받아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상이라도 받아야 그게 없어질 것 같다"며 웃어 보이는 그에게 말해줄 것을 그랬다. 지금 그를 향해 쏟아지는 호평, 그것이 바로 '상'이고 '훈장'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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