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목사님! 우리 목사님!"

이렇게 최삼열 목사(안성가정행복센터장, 한사랑교회 담임목사)를 부르는 건 교회신도가 아니다. 최 목사가 살고 있는 안성 현수동마을 주민이다. 이 마을에선 웬만한 주민들이 최목사를 '우리 목사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왜 그럴까?

그의 상담소 사무실에서 환화게 웃고 있다. 그는 마을에서 "난 젊으니까"라며 진기, 수도, 보일러 수리 등을 하며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 최삼열목사 그의 상담소 사무실에서 환화게 웃고 있다. 그는 마을에서 "난 젊으니까"라며 진기, 수도, 보일러 수리 등을 하며 마을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주민이 부르시면 달려가 아낌없이 고치오리다"

지난 11일, 상담센터에서 최목사를 만났다. 상담소가 시골마을에 있다는 것도, 그가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간판조차 외부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도 신선했다. 대부분의 상담소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 위치하고, 대부분의 교회가 그 마을에서 제일 눈에 띄게 십자가를 높이 세우는 게 다반사지 않던가.

그나마 상담센터라고 해봐야 3평 남짓한 조그만 시골 방 수준이다. 교회당과 붙어 있다. 교회당 입구는 찾기가 힘들고, 교회당 입구는 마치 시골 방앗간 입구와도 같다. 소위 교회성장학 관점에서 보면 빵점인 교회다.

최 목사가 그 마을에서 보여주는 행동도 가관(?)이라 할 수 있다. 여느 목사처럼 전도하고, 설교하는 목사의 모습이 아니다. 주로 마을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심부름꾼이라 해야 될까.

오늘도 마을의 한 어르신 집을 다녀왔다는 최 목사. 그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이 부르면 달려가 무언가를 고친다. "보일러 좀 봐 달라. 전깃불이 안 들어온다. 화장실 물이 안 나온다. 지붕이 샌다"는 등의 주문이 최 목사에게 이르곤 한다. 

최삼열목사가 시무하는 한사랑교회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교회성장학 적으로는 빵점이 아닐까 싶다.
▲ 교회당입구 최삼열목사가 시무하는 한사랑교회 입구는 이렇게 생겼다. 교회성장학 적으로는 빵점이 아닐까 싶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60대 목사 "난 젊으니까, 마을봉사 해"

최 목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나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건축일과 막노동의 경험은 웬만한 가정집 수리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손재주가 있는 최 목사는 어느 샌가 마을 어르신들의 도우미가 되어 있었다.

글을 잘 모르는 어르신이 "우리 목사님 말여. 이거 좀 읽어 줘 봐여"라고 주문해오면, 최목사는 '각종 고시서와 서류'를 해독해주는 일까지 한다.

"왜 이런 일을 하시느냐"는 질문에 "난 젊으니까"라고 환하게 웃는 최 목사. 최 목사의 연령대(62)가 도시에서야 노인취급을 당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야 평균 연령대가 70세이니 정말 그렇긴 하다.

14년 전, 이 마을에 이사 온 최 목사는 "아예 교회성장과는 담쌓고 사람 섬기러 왔다"고 했다. 안성지역과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10년 전부터 상담센터도 시작한 것이다.

최 목사는 마을 주민들에게 상담이면 상담, 쌀이면 쌀, 수리면 수리 등을 하며 주민들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마을에 있는 무당(점집)에게도 필요에 따라 섬김을 베풀고 있다.

안성가정행복상담센터 정면이다. 이 센터는 마을 가운데 있으며, 3~4평도 안 되는 조그만 사랑방 규모다. 여기에서 최삼열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으로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 상담센터 정면 안성가정행복상담센터 정면이다. 이 센터는 마을 가운데 있으며, 3~4평도 안 되는 조그만 사랑방 규모다. 여기에서 최삼열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으로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덕분에 마을어르신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고추, 상추, 배추, 파, 마늘 등을 고마움의 표시로 최 목사에게 전한다. 당신들이 직접 지으신 농작물을 나눈다. 그럴 때면 최목사도 마을주민도 서로 웃음으로 하나가 된다.

"남의 말 들어 줄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렇다고 상담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가 운영하는 상담센터는 전국적으로 네트워크 되어 운영 된다. 주로 안성시민을 상대로 상담이 이루어지지만, 수원과 평택, 부산, 안양 등과 연계되어 상담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치유하고, 도와주었다.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이 "상담 받으러 우리 집에 사람이 왔을 때"라고 하는 최 목사. 그는 학창시절에도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통하곤 했다. 그는 "평소에도 내가 말하는 것(20%)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80%)을 즐겨 한다"고 했다.

이런 그는 자신이 사는 마을이 행복하기 위해 계속 섬김을 행할 것이라 했다. 나아가 안성지역에 '힐링센터'를 세우는 게 꿈이라 했다. 그가 보여준 힐링센터 조감도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실현을 위한 구체적 계획임을 엿볼 수 있었다.

그 꿈을 위해 지금도 다음 카페를 운영하고, 귀농과 약용식물에 대해 연구하고, 효소연구법 등을 연구하며 꿈을 가꿔나가고 있다.

최삼열 목사는 장차 안성지역에 힐링센터를 세워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앞으로 10년을 내다본다고 하니 62세인 최목사의 꿈이 대단해보인다.
▲ 조감도 최삼열 목사는 장차 안성지역에 힐링센터를 세워 많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앞으로 10년을 내다본다고 하니 62세인 최목사의 꿈이 대단해보인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안성에서 '힐링센터' 세우는 게 꿈

그는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것엔 경계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복음이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아가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람 살리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교회와 목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 시대에 마을 주민들이 "우리 목사님"이라 부르는 목사가 있다면 조금 웃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태그:#목사, #교회, #상담센터, #최삼열목사, #안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