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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에게 체계적인 독서교육이나 필독서를 강요해 본 적이 없다. 학습지를 한 번도 시키지 않았고 그 흔한 전집 한 질 사 준 적이 없다, 아이를 데리고 서점 나들이를 다녔고  만화페스티벌을 다녔으며 제가 고른 책을 사도록 했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 심지어 재수 시절에 소설을 읽는 것도 눈감아 주었다. 그 덕분에 아이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 아이가 되었다.

날때부터 클 때까지 독서교육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날때부터 클 때까지 독서교육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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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전문가 김은하가 펴낸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는 현장에서 만난 질문 13가지를 조목조목 풀어놨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시킨 적이 없는 내가 비교적 바른 길을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책에서 저자는 총 13장으로 이뤄진 질문에  국내외 연구 사례를 통해 길을 제시한다.

1장 ' 글을 알면서도 읽어달라고 해요'에서는 저학년의 경우 읽을 때보다 들을 때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책 읽어주기의 필요성을 인식시킨다.

2장 '가정은 아이의 독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에서는 가정에서 양육자가 책을 읽어주거나 글을 쓰는 것,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의 중요성을 짚어준다.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글자를 깨우치도록 유도하는 방법, 장보기 목록, 생일 카드에 글 적기 메모판 활용 등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라고 조언한다.

3장 '전집과 필독서를 꼭 읽혀야 하나요?'에서는 아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전집이나 필독서를 강요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나는 아이와 서점 나들이를 가서 아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 했고 전집은 한 질도 사주지 않았다. 필독서도 강요한 적이 없어 아이가 필독서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한 적이 없다.

4장 "편독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에서는 편독이란 없으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책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어준다.

5장 '장독과 다독 중에 무엇이 좋은가요?' 에서는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느냐에 따라 정독, 다독, 훑어 읽기를 다양하게 병행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6장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걸 어떻게 아나요?'에서는 아이마다 읽기 난이도를 체감하는 수치가 다르다는 것, 어린이 책 읽기 난이도를 임의로 분류하는 문제점 등을 지적해 준다.

7장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계속 보여줘도 될까요?'에서는 읽기 자료로 만화가 지니는 특성 만화에 대한 오해 등을 짚어 주어 만화책에 대한 어른들의 염려가 불필요한 것임을 알려준다.

8장 '이미지 읽기가 왜 중요할까요?'에서는 그림책 읽기의 방법 이미지 읽기를 통한 문해 능력과 생각 키우기를 소개한다.

9장 '책 읽기 싫어하는 남자아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에서는 남아와 여아의 독서율과 읽기 능력 차이를 이해하고 남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10장 '책 안 읽는 사춘기 아이가 걱정이에요'에서는 학교 수업과 사교육 성에 대한 사회적 금기로 인해 책 읽기의 통로를 막아 놓은 사회현실을 짚어주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서의 동공을 메우는 청소년기 특성을 설명한다.

11장 '고전은 어떻게 읽혀야 하나요?'에서는 고전 열풍의 장단점. 롤 플레이를 통해 고전에 흥미롭게 접근하는 외국의 고전 읽기 사례 등을 소개한다.

12장 '독서·토론·논술 학원에 보내야 할까요?' 에서는  입시 논술의 도구로 전락한 책읽기와 독서 논술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하고 학생들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토론하고 경험을 넓히는 독서동아리 모임을 권장한다.

13장 '전자매체 읽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에서는 전자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의 특성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되 종이책 읽기를 통해 사고를 심화하는 이점을 잃지 말아야 함을 지적한다.

아들 아이는 대학생이 되었다. 중고등 학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영화를 보러가거나, 머리 식힌다며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이 전부였던 아이다. 이제 아이는 스스로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다. 내적 동기가 생겨나면 책은 저절로 읽게 된다. 집에서 꾸준히 책을 읽는 모습 서평을 쓰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무언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 책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책 고르기를 하라는 것은  중요한 지적이다, 저자는 그것을 간식책, 밥책·보약책으로 구분한다. 아이들의 이해 정도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 난이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가르쳐 주면 좋습니다. 바로 '다섯 손가락 기법'입니다. 한 페이지에 나오는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세어 보게 한 뒤 그 단어나 표현의 수가 0~2개라면 '간식책', 2~3개라면 '밥책'. 4~5개라면 '보약책'으로 분류하게 합니다.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을 읽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2학년생이라면 숫자를 조금 줄여서 처음 접하는 단어나 표현의 수가 가 0~1개면 '간식책' 2개면 '밥책' 3개면 '보약책'이라고 알려 줍니다.

스스로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간식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읽어 주고 설명도 보탤 수 있다면 밥책이나 보약책이 좋고요. 앞의 연구에서처럼 읽을 때보다 들을 때의 이해력이 훨씬 더 높으니까요. -책 내용-

독서교육에 커다란 원칙은 있겠지만 책 읽기의  특별한 정석이나 왕도는 없어 보인다. 아이들 각자의 특정이 다르기에 가장 가까이서 아이를 양육하는 양육자가 가장 좋은 교사인 셈이다. 아이의 특성에 맞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책을 읽거나 이해하는데 어려움 없이 즐겁게 책과 만날 수 있도록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고, 책 내용을 정리해 남에게 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빈부의 차이 없이 언제 어디서든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책 놀이터와 도서관 등 환경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율적인 책 선택을 돕는, 좀 더 체계화된 전략으로 '북 매치BOOK MATCH가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이 책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북 매치는 책을 선택할 때  '책의 분량이 적당한가? Book length' ,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나?Ordinary language' ,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있나?Knowledge to prior to book',  책의 크기나 단어 수, 장의 길이 등 구조는 적절한가?Organization' , 이해할 수 있는 글인가? Manageable text' 흥미로운 분야인가?Appeal to genre' , 적합한 주제인가?Topic appropriate' ,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기의 경험과 연관 지을 수 있는가?Connection' , 흥미가 있는가?High-interest'를 살펴보라 합니다. - 책 내용-

저자는 마지막에 "왜 책을 읽나요?", "왜 아이에게 독서교육을 하나요?"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람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입시만을 위해 책을 읽히고 독서교육을 하는 것은 진정으로 책을 읽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책은 일상의 양식으로 간식처럼. 밥처럼 때론 보약처럼 인간 영혼을 풍성하게 살찌우고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밥이나 간식을 의무적으로 먹는 사람과 맛을 음미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먹는 사람과 차이가 있듯이 책이 재밌어서 손에서 놓지 않고 읽는 것과 시험을 치르듯 숙제를 위해 의무적으로 읽는 것은 느낌도 그 결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독서교육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까보다 왜 책을 읽고 읽히는가를 깨닫는 것이 먼저인 이유다.

덧붙이는 글 |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 김은하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14,000원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 날 때부터 클 때까지, 독서교육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김은하 지음, (주)학교도서관저널(2014)


태그:#독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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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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