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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넉넉히 담은 김치를 이웃과 나누며 정(情)도 함께 나눕니다. 이런 인심 때문일까요? 김치는 한국 대표음식이라 불릴 만합니다.
▲ 김치 사람들은 넉넉히 담은 김치를 이웃과 나누며 정(情)도 함께 나눕니다. 이런 인심 때문일까요? 김치는 한국 대표음식이라 불릴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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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간이 잘 뱄어요. 절인 배추 사서 김장하면 조금 편하지만 돈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만성리 배추 560포기 구입해서 소금에 절였죠. 밤 12부터 아침 6시까지 소금에 절인 배추를 꺼내서 씻었더니 몸이 많이 힘드네요. 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합니다. 이런 게 행복이지요."(주복례 자원봉사자)

김장철입니다. 찬바람 부는 거리를 걷다보면 김장용 흰 배추를 커다란 통에 켜켜이 쌓아 놓은 집을 심심찮게 봅니다. 요즘 담는 김치는 긴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없어선 안 될 요긴한 음식이죠. 때문에 김장은 한국 가정이면 너나없이 치르는 연중행사입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죠. 지난 12일 오전 8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위해 팔 걷어붙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전남 여수시 미평동 주민센터 앞이 사람들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50여 명이 손에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한 줄로 늘어서 있습니다.

한쪽엔 소금에 절인 배추가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당 앞 긴 탁자에는 소금을 머금은 배추가 즐비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탁자 위에 놓인 배추에 양념을 입히느라 분주합니다. 배추 560포기에 양념을 발라 네모난 상자 400개를 만드는데 이 상자들은 미평동에 살고 있는 어려운 가정으로 옮겨집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주민센터 앞에 모인 사람들 표정은 밝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 밤부터 소금물에 담근 배추를 씻느라 꼬박 밤을 샜다고 합니다. 모두들 힘들만도 한데 즐거운 표정입니다. 웃음꽃이 활짝 핀 주민센터 앞마당이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미평동 주민센터 앞이 사람들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50여 명이 손에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한 줄로 늘어서 있습니다. 오늘은 이웃을 위해 김장 담그는 날입니다.
 미평동 주민센터 앞이 사람들 목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50여 명이 손에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한 줄로 늘어서 있습니다. 오늘은 이웃을 위해 김장 담그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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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에 간이 잘 뱄습니다. 절인 배추 사서 김장하면 조금 편하지만 돈이 많이 듭니다.
▲ 절인배추 배추에 간이 잘 뱄습니다. 절인 배추 사서 김장하면 조금 편하지만 돈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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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담는 김치는 긴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없어선 안 될 요긴한 음식입니다. 김장은 한국 가정이면 너나없이 치르는 연중행사입니다.
▲ 자원봉사 요즘 담는 김치는 긴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없어선 안 될 요긴한 음식입니다. 김장은 한국 가정이면 너나없이 치르는 연중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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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리 배추는 해풍 맞고 자라서 달고 속도 꽉 찼다"

염창열 미평동 동장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김장을 담고 있습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기업도 일손을 보탰습니다. 미평동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12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올해로 4년째를 맞습니다.

배추는 미평동과 가까운 곳에 있는 여수 만성리에서 구입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진두지휘한 주복례(60)씨는 "만성리 배추는 해풍을 맞고 자라서 달고 속도 꽉 찼다"며 은근히 자랑을 합니다. 절인 배추를 구입해 김장하면 몸은 편하겠지만 돈도 많이 들고 짜기 때문에 직접 소금 간을 했답니다.

김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물이 양념입니다. 전라도에서는 '김장속'이라고도 부르는데 양념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김치의 맛이 전혀 달라집니다. 오늘 행사에 투입되는 '김장속'은 만만찮은 양념입니다. 양념에 들어간 내용물은 양도 많지만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12일, 미평동 주민센터에서 추운 겨울 언 손 녹여가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김장 담그는 어머니 마음을 느꼈습니다.
▲ 무 12일, 미평동 주민센터에서 추운 겨울 언 손 녹여가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김장 담그는 어머니 마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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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담근 김치를 손으로 죽죽 찟어 돼지수육에 말아 먹으면 그 맛, 참 고소합니다.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쌀밥에 양념 듬뿍 바른 김치와 지방이 적당히 섞인 돼지수육이면 점심상으로는 최고입니다.
▲ 찰떡궁합 갓 담근 김치를 손으로 죽죽 찟어 돼지수육에 말아 먹으면 그 맛, 참 고소합니다.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쌀밥에 양념 듬뿍 바른 김치와 지방이 적당히 섞인 돼지수육이면 점심상으로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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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담그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찰떡궁합이 있죠. 바로, 돼지수육입니다.
▲ 돼지수육 김장 담그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찰떡궁합이 있죠. 바로, 돼지수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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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담근 김치 돼지수육에 말아 먹는 맛, 고소합니다

새우와 새우젓이 들어갔고 과일도 듬뿍 넣었습니다. 마늘과 생강 그리고 양파도 썰어 넣었습니다. 또, 여수의 대표 음식인 갓도 보이고 미나리도 갈아 넣었습니다. 양념에 들어간 종류를 헤아리니 11개나 됩니다. 고춧가루와 한 몸이 된 매콤한 양념이 배추와 잘 버무려져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들 입으로 들어갑니다.

수많은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입니다. 김장 담그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찰떡궁합이 있죠. 바로, 돼지수육입니다. 갓 담근 김치를 손으로 죽죽 찟어 돼지수육에 말아 먹으면 그 맛, 참 고소합니다.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쌀밥에 양념 듬뿍 바른 김치와 지방이 적당히 섞인 돼지수육이면 점심상으로는 최고입니다.

맛난 점심을 먹은 뒤에도 김장 담그는 일은 계속됩니다. 그렇게 오후 3시까지 부지런한 손들이 움직였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흰 배추들이 빨간 양념을 입은 채 네모난 상자로 들어갑니다. 이윽고 400개의 흰 상자가 미평동 주민센터 앞마당에 쌓였습니다.

이제, 김장하던 자원봉사자들은 빨간 고무장갑을 벗고 손에 손에 하얗고 네모난 상자를 집어 듭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발걸음도 가볍게 어려운 이웃들이 살고 있는 골목과 아파트로 사라집니다. 그날 이웃들의 따뜻한 방문을 받은 사람은 총 400세대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밤부터 소금물에 담근 배추를 씻느라 꼬박 밤을 샌 사람들입니다. 모두들 힘들만도 한데 즐거운 표정입니다.
▲ 점심 알고 보니 이들은 지난밤부터 소금물에 담근 배추를 씻느라 꼬박 밤을 샌 사람들입니다. 모두들 힘들만도 한데 즐거운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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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김치 상자가 전달됐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족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또,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에게도 매콤한 김치가 배달됐고 어르신들 쉬시는 경로당에도 몇 개 전달했습니다.
▲ 정(情)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김치 상자가 전달됐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족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또,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에게도 매콤한 김치가 배달됐고 어르신들 쉬시는 경로당에도 몇 개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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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평동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12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올해로 4년째를 맞습니다.
▲ 사랑 미평동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12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는 올해로 4년째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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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히 담은 김치, 이웃과 나누며 함께 나눕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김치 상자가 전달됐고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족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또,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에게도 매콤한 김치가 배달됐고 어르신들 쉬시는 경로당에도 몇 개 전달했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갑자기 김치 상자를 받은 이가순(78) 할머니는 김치 상자를 열심히 옮기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고맙소 누가 이렇게 신경쓰것소. 나 같은 늙은이에게까지 신경을 써줘서 우라(우리) 친척도 아니고 다들 넘넘인디"라며 수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눈물을 보이셨답니다. 이런 말 들으면, 차가운 날씨가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12일 미평동 주민센터에서 추운 겨울 언 손 녹여가며 가족과 이웃을 위해 김장 담그는 어머니 마음을 느꼈습니다.

한국은 겨울이면 온 동네가 김장 하느라 소란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넉넉히 담은 김치를 이웃과 나누며 정(情)도 함께 나눕니다. 이런 인심 때문일까요? 김치는 한국 대표음식이라 불릴 만합니다. 내년에는 새 김치에 돼지수육을 말아 먹는 맛보러 꼭 자원봉사에 참여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과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김장, #배추, #미평동, #만성리,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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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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