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70분간 1막이 진행되고, 인터미션 후 다시 1시간가량 2막이 진행되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를 정도다.

<킹키부츠>는 CJ E&M이 작품 개발 단계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던 작품을 재빨리 국내로 옮겨온 것. 대대로 이어져 온 구두공장 '프라이스 앤 손'을 물려받게 된 찰리가 공장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여장남자인 롤라를 만나 '남자가 신는 섹시한 하이힐'을 만들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찰리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김무열, 강홍석과 번갈아가며 롤라 역을 소화하는 오만석은 흡입력 있는 연기를 통해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레드 드레스를 입고, 가발을 쓰고 등장하는 오만석의 모습에서는 언뜻 <헤드윅>의 '오드윅'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삶의 방향을 잃은 찰리와 드랙퀸(남성이 여성처럼 차려 입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기자 주) 롤라의 만남은 운명적이기까지 하다. 

드랙퀸일 때 자신감 얻는 롤라...'편견 없이 보라'는 메시지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 CJ E&M


정장 차림으로 공장을 찾는 장면을 제외하면 오만석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여장한다. 아버지는 그를 누구보다 강한 남자로 키우려고 했지만, 그는 드랙퀸일 때 비로소 자신감을 얻는다.

<킹키부츠>라는 뮤지컬에는 롤라와 6명의 엔젤을 위한 또 하나의 '쇼'가 담겨 있다. 허벅지 앞쪽 근육이 튼실한 엔젤들은 웬만한 여자들보다 안정적으로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춘다. Mnet <댄싱9>에 출연했던 한선천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비키니 패션까지 선보인다. 

김무열과 오만석이 연기로 승부한다면, 노래의 중심은 정선아가 잡는다. 앞서 출연했던 작품들처럼 솔로로 부르는 넘버가 많지는 않지만, 정선아는 구두공장에서 일하는 로렌 역을 소화하며 찰리에게 자꾸 마음을 주게 되는 상황을 유쾌하게 표현해냈다.

딱딱 들어맞는 출연진들의 호흡은 1막의 마지막, 무대 세트인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안무에서 빛을 발한다. 롤라와 돈(고창석 분)이 링 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슬로우 모션으로 흥미를 더한다. 

<킹키부츠>는 롤라와 찰리, 돈이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을 보는' 방법을 일깨운다. 다른 누군가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 또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법 말이다. 어깨 들썩이는 <킹키부츠>의 넘버들과 마지막에 한꺼번에 등장하는 블링블링한 "레~드" 신상 부츠들은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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