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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건강보험(아래 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매년 발생하여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해마다 큰 폭으로 흑자가 늘어나 올해 연말 기준으로 12조 원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병원들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수가 때문에 경영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거기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국민들은 진짜 궁금할 것이다. 병원의 부대사업을 확대하면 누가 고비용의 부대사업 이용 비용을 부담하는지. 투자활성화 대책이 국민들을 위한 정책인지 재벌들을 위한 정책인지. 건강보험의 재정 흑자는 누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는 없다. 그냥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을 도입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병원 쪽은 제대로 된 회계 자료 하나 공개하지 못하면서 "어려우니 급여수가를 인상해달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국민들은 (건강보험재정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매월 납부하지만 건강보험을 둘러싼 여러 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조차 듣지 못한다. 국민들은 본인과 가족들이 병원에 가야할지 모르는 만약의 상황 때문에 건강보험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말많은 건강보험에 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뭐가 문제인지 설명해주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국민들에게는 설명하지 않는 건강보험정책

 부산대병원 노조가 의료민영화 저지와 공공의료기관 정상화 대책 저지를 위해 28일부터 파업이 들어가기로 한 가운데 27일 부산대병원에 파업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지난 8월 27일 부산대병원에 파업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 있는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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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정부가 건강보험을 단순히 '돈'으로 볼 뿐, 건강보험 정책들이 국민 개개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건강보험의 가입자이며 주인인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결정 구조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어 발생한 측면이 크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더욱 혼동에 빠질 만한 주장들이 마구잡이로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불필요한 규제가 경영의 걸림돌이 된다며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병원이 돈을 벌 수 있도록 규제들을 푼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제도는 끝까지 지킬 것이므로 '의료민영화'는 절대 아니란다. 그런데 왜, 건강보험은 보장성이 낮으니 이 부분은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해 대체하자고 하는 걸까.

또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우수하여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면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칭찬했다고 광고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의료정책들이 의료민영화이고, 사실상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들이 너무 모순되고 다양해서 국민들은 무척 혼란스럽다. 현실에서 국민들은 어쩌다 아파서 병원에 가기라도 하면 으레 수십 분씩 기다렸다가 1~2분 의사와 상담하는 게 전부다.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온가족이 동원되어 지인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때문에 의료기관의 경영이 어렵다는 말을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의료기관의 경영이 어려운데, 정부가 너도나도 병원을 하면 '돈이 된다'며 투자를 하라니 황당하기까지 하다. 또한 건강보험의 재정흑자가 12조 원이 넘었다면 재정에 기여한 국민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줘야지,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병원의 저수가 주장과 정부의 독단

의료제도 정상화 요구하는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의료제도 정상화 요구하는 전공의 의료계가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파업에 동참한 전공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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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의료계는 저수가 구조를 들먹이며 공급자인 의료계의 수익구조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 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에 맞서 파업도 불사하며 내걸었던 조건 중 하나가 의료 수가 인상이었고, 수가 결정구조에 공급자 지분을 확대해달라는 것이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의 대부분을 부담했던 국민들을 위한 정책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 수가 인상 논의부터 진행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즉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결정 구조에서 국민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정부는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로 건강보험재정을 협상카드로 만지작 거리며 의료공급자들을 다독이 있다. 의료산업의 발전 측면만을 고려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낸 보험료로 이러는 것이 타당한가? 건강보험의 주인은 누구인가? 국민들은 누구라도 국민들을 위해 건강보험 정책들이 입안되고, 논의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권리이기도 하다.

2013년 말 현재 건강보험 총수입 47조2059조 원 중에서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는 39조319억 원으로 82.7%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정부가 부담하는 몫은 5조7994억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권은 건강보험의 주인은 자신들이며, 건강보험을 자신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도리어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의료민영화는 매우 위험하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마련된 각종 규제 장치를 투자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풀어서 대자본이 군침을 흘리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니 황당하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의료비에 대한 의문이나 흥정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아프다'는 것은 곧 약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정부는 이런 관심으로 환자들과 국민들의 편에 서서 의료민영화를 막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경제가 위기여도 아픈 사람은 생기기 때문에 대자본이 호시탐탐 진입을 노리는 시장이 바로 보건의료산업이기 때문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은 부가가치가 어느 시장보다 높고, 경제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의료시장에 항상 주목한다. 그런데 선한 중재자는커녕 중립적 입장에서도 해서는 안 될 각종 의료시장 규제완화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여러 반대에도 국회 논의조차 생략한 채 행정부 독단으로 지금 각종 민영화 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국민들이 쉽게 찾아볼 자료조차 없어

모든 정책들은 상식과 예측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적어도 국민들이 궁금해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료라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매년 건강보험료 인상 결정만 언론에 나올뿐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2003년의 보험료 수입은 13조7409억 원이며, 2013년의 보험료 수입은 39조319억 원으로서 지난 10년간 무려 284% 증가했다. 국민들이 10년 동안 약 3배의 보험료를 더 부담한 것이다. 우선 이렇게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다른 곳에 쓰지 못하니 의료계에 지불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만 3배의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그만큼 늘어난 보험급여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전체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장율은 오히려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3년말 현재 62.5%에 불과하다. 보험료는 더 냈지만, 본인부담금이 줄지도 않았고, 의료비 부담이 경감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조차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공단의 발표에서는 62.0%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보면 55.0%에 불과하다"면서 "OECD 평균 74.9%보다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입원 치료만 놓고 보면 OECD 평균 보장률이 85.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9.8%에 그쳤고, 외래(치과 제외) 치료는 OECD 평균이 76.7%, 우리나라는 57.7%에 불과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보험료는 끊임없이 인상되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보장율은 좋아지긴커녕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 병원들도 저수가로 힘들다고 하기는 매한가지다. 지금도 그렇게 어렵다는 병원들의 경영이 10년 전에는 어땠을까 하는 아찔함 마저 든다.

다시 말해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돈을 더 냈는데, 돌아오는 서비스는 없는 형국이다. 기껏하는 설명이 '노령화'나 고가의 의료장비 탓이다. 더구나 앞으로 얼마만큼의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저수가 구조가 해결될지에 대한 설명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즉,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앞서 말했듯 예측하지 못하는 정책은 정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데 말이다.

건강보험을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단 본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은 공단 노조의 반발 속에 한 차례 무산된 후 시간과 장소를 옮겨 치러졌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단 본부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취임식은 공단 노조의 반발 속에 한 차례 무산된 후 시간과 장소를 옮겨 치러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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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정부는 한 술 더 떠 전 병원협회장이고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줄기차게 주장한 성상철씨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선임했다. 지금껏 정형근(2008~2011, 전 한나라당 최고의원), 김종대(2011~2014, 건강보험 해체론자에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 등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항상 친정권인사들이었고, 보은인사 측면이 컸다.

그만큼 건강보험공단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도 너무 심하다. 건강보험협상에서 항상 저수가를 주장하며 병원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건강보험공단에 이사장으로 온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박근혜정부는 '건강보험'은 꼭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을 병원의 곳간으로 써먹는다면 제도가 존속해도 그것이 지키겠다는 약속이 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노동조합은 지금 투쟁중이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선임은 5인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 3인을 복지부에 올리면, 복지부가 다시 2인을 청와대에 올려 그 중 1인을 청와대가 지명함으로써 이뤄진다. 국민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이사장을 어떻게 청와대에서 최종 결정하는가?

건강보험 운영과 결정 과정에서 국민들이 이대로 계속 배제된다면, 건강보험은 단순히 정부와 의료기관의 곳간으로만 전락하고, 향후에는 고비용 의료구조 때문에 결코 영속될 수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을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운동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백영환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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