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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경기 화성시 공장 단지 컨테이너 밑에서 떠돌이 개가 강아지 6마리를 낳은 후 몸이 급격하게 쇠약해져 목숨을 잃었다는 제보가 동물자유연대로 들어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어미 잃은 6마리 강아지 모두를 보듬기로 결정하고, 면역력이 약한 강아지들을 24시간 돌봐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급하게 알아봤습니다. 다행히도 세 분이 나서 두 마리씩 나누어 맡아 임시보호를 해 주었습니다.

아기 강아지들은 3~4시간 간격으로 초유를 먹이고 변을 짜주어야 한다.
▲ 어미 잃은 6마리 강아지들 아기 강아지들은 3~4시간 간격으로 초유를 먹이고 변을 짜주어야 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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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 기간은 아기 강아지들에게 3시간 간격으로 초유를 먹여야 하는 2주 정도였습니다. 임시보호에 동참해 준 자원봉사자들은 초유기가 끝나고 분유를 먹는 기간까지 아기 강아지들을 정성껏 돌봤습니다.

그 인연으로 임시보호에 동참했던 두 명의 자원봉사자는 이 강아지들을 정식 입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6마리 강아지들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작은 몸집에 품종이 있는 강아지도 아니었지만 기적같이 모두 평생 가족을 만났습니다.

아기 강아지들의 입양은 어쩌면 어미개가 별이 되며 아가들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이 강아지들을 평생 가족으로 맞이해준 입양자들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김치&참치 입양자] 임시보호에서 우리 식구로

혼혈견은 같은 형제자매라도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넘친다.
▲ 6마리 강아지 중 가장 먼저 입양된 김치와 참치 혼혈견은 같은 형제자매라도 생김이 다르고 개성이 넘친다.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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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엄마를 잃은 어린 강아지들의 사연을 보게 됐습니다. 마침 시간도 있었고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키워왔기에 바로 임시보호를 신청했습니다. 3시간마다 분유를 타주고 배변을 짜주다 보면 잠도 못 자고 힘에 부칠 때도 있었지만, 아가들이 쌔근쌔근 자는 걸 보면 모든 피로가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임시보호 기간이 끝나고 아가들을 다시 동물자유연대에 데려다 주고 돌아섰을 때의 그 마음은 난생 처음 겪는 생이별의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보내줘야 아가들도 좋은 집에 입양갈 수 있을 거다.'

간신히 마음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입맛도 없고 재밌는 걸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몸은 편해졌지만 전혀 기쁜 일이 없었습니다. 결국 '두 녀석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싶어 마침내 저는 아가들을 입양했습니다.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보면 정말 함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마성의 강아지 김치와 참치, 게다가 김치·참치와 똑닮은 남매들 소식을 전해 듣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으니까요. 제게 꼬물이 6남매는 운명처럼 하늘이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우리 입양자] 아빠도 먼저 챙기는 우리

우리는 입양직후 눈 안쪽 조직이 부풀어 오르는 체리아이 수술을 받았다.
▲ 6마리 강아지 중 우리 우리는 입양직후 눈 안쪽 조직이 부풀어 오르는 체리아이 수술을 받았다.
ⓒ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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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는 이미 2002년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입양한 또미라는 노견이 있습니다. 또미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입양할 강아지를 찾던 중 우리가 눈에 들어왔고, '소심함'이라는 소개 문구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니 우리는 마음이 따뜻하고, 애교가 많은, 12살 또미 언니도 잘 챙기는 기특한 아이였습니다. 먹이 경쟁이 치열한 동물보호소에서 생활하던 녀석이라 처음엔 사료를 주기 무섭게 다 먹어 치웠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사료 양을 나눠 먹을 줄도 압니다.

우리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아빠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뭐하냐"며 "사진 찍어 보내라", "전화 바꿔봐라" 할 정도로 우리에게 푹 빠져 있답니다.

[누렁이 입양자] 편견을 버리면 누구나 가족이 됩니다

누렁이 입양자는 이후 6마리 강아지 중 콩닥이와 콩돌이도 입양했다.
▲ 왼쪽:누렁이,콩닥이 오른쪽: 콩돌이 누렁이 입양자는 이후 6마리 강아지 중 콩닥이와 콩돌이도 입양했다.
ⓒ 뱅이의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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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조그맣고 귀엽고, 털이 적게 빠지고, 말도 잘 듣는 많이 짖지 않고, 배변도 잘 가리는 강아지를 내심 원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입양한 혼혈견 누렁이는 고집이 아주 세더군요. 이름을 불러도 잘 오지 않고, 녀석에게 밥을 줄 때만 주인이 되곤 했습니다.

산책 한 번 나가려면 목줄을 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누렁이와 씨름을 할 정도로 고집불통이었습니다. 덕분에 누렁이를 안고 산책을 하는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그렇게 서로에게 적응해가며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출근했다가 돌아오면 '어디 갔다 왔느냐'며 누렁이의 반가움이 하늘을 찌릅니다.

이런 누렁이를 보고 아내가 한 시간 전부터 현관 앞을 지키고 있었다고 말해 줍니다. 산책을 할 때면 다리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어서 줄을 매라'고 성화입니다. 간혹 심술이 나면 배변 폭탄을 투하해 놓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누렁이. 요즘은 이 녀석이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는 가족의 일원처럼 여겨집니다.

사람들이 물어 봅니다. "누렁이가 뭐냐? 예쁜 이름 많지 않나?"고. 우리 누렁이는 흔히들 말하는 잡종, 똥개입니다. 그렇지만 가족이라고 생각하니 품종이나 크기는 사실 중요하지 않더군요. 저희는 누렁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누렁이가 수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누렁이 같은 혼혈견들을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생김은 다르지만 철이는 철이다
▲ 말티즈 철이와 혼혈견 철이 생김은 다르지만 철이는 철이다
ⓒ 윤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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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12년 저희 가족의 첫 반려견 말티스 철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제가 고향으로 내려 갈 때마다 '털이 안 빠지고 대소변 잘 가리고 몸집이 작고 품종 있고 착하고 예쁜 강아지'가 있으면 빨리 데려 오라고 성화셨습니다.

그런 강아지들은 입양이 잘 되니 우리 가족은 입양의 기회가 적은 혼혈견을 입양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여러 차례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털이 날리면 힘들다… 덩치가 커지면 집이 좁아진다…' 하시며 번번이 마다하셨습니다.

2014년 봄, 어머니로부터 동네 유기견이 낳은 강아지를 입양했다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죽은 철이를 잊지 못하던 아버지께서 이 강아지에게도 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하셨습니다. 새로 가족이 된 막내 아들(철이)에 대한 자랑과 애정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습니다. 철이의 생김새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띵동~"
"옴마나! 우헤헤헤 ~ 참... 빈티 나게 못~생겼다!"
"무슨 소리! 자고로 개는 철이처럼 생겨야지! 요 놈이 얼마나 애교가 많고 착한데~."

요즘 철이는 부스스하게 날리고 빠지는 털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미용을 받으며 부모님의 막내 아들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털 날리는 개는 집 안에서 키우는 개가 아니다'고 하셨던 어머니는 털 빠지는 것 말고는 손 댈 곳 없는 완벽한 녀석이라고 칭찬을 하십니다. 제가 보기에는 털 뿐만 아니라 덩치도 커서 어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다하던 그런 개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으로 정작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말티스 철이와는 전혀 닮지 않은 혼혈견 철이를 보면서 그런 걸 느낍니다. 말티스 철이도 혼혈견 철이도 그냥 철이인데 말이죠.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윤정임은 동물자유연대 국장입니다.



태그:#동물자유연대 , #유기동물, #동물입양, #유기견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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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예방 및 구조,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농장동물, 실험동물, 오락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중인식 확산과 연구 조사, 동물복지 정책 협력 등의 활동을 하는 동물보호단체이다. 홈페이지: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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