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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경비노동자 분신사건이 있었던 서울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동료 경비원 전원에게 사실상 해고통보를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노원역 앞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막아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경비노동자 분신사건이 있었던 서울 압구정동 S아파트에서 "분신으로 아파트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등의 이유로 동료 경비원 전원에게 사실상 해고통보를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26일 오전 노원역 앞에서 경비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막아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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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낯설지 않은 광경이 돼버렸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인간적인 삶을 꿈꾸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그런데 그 슬픈 소식을 지난 몇 달 사이에만 벌써 여러 번 들었다.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하던 25세의 계약직 여성노동자는 사내에서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는 한편 회사 측이 정규직 전환을 해주겠다던 약속을 지키는 대신 해고를 하자 자살했다. 10월 7일, 53세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입주민의 폭언 등 비인격적 모욕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시도했고, 한 달 후인 11월 7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10월 21일,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던 30세의 직원은 악성 민원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

한편 11월 6일에는 38세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힘들다, 현대에 꼭 이겨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제기한 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에 시달려왔다.

죽음의 그림자가 20대에서 50대까지 성별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이 모두 흔들리는 고용 사다리를 붙잡고 있는 비정규직인 건 우연일까. 저 높이에 있는 정규직을 향해 오르지만 사다리가 조금만 휘청거려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존재가 비정규직이다. 한국 사회는 떨어지는 이들을 받쳐줄 사회 안전판도 부실하다. 언제든 삶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비정규직들을 휘감는다. 세상에 알려진 것만 이 정도이니 작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묻혀버린 죽음은 얼마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성별연령을 가리지 않는 비정규직들의 자살

 지난 2일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일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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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2일 또 다른 죽음과 마주했다. 이번엔 야간에 서울시의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던 47세의 노동자다. 그는 올해 만들어진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의 조직부장이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알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뭘까. 뒤늦은 응답인 줄 알면서도 그의 마지막 길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일 낮,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작았다.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을 동료 몇 명과 고인의 어머니와 동생, 작은 아버지가 지키고 있었다. 영정 사진 속 고인은 "서울 중앙차로 승강장 최악의 불법파견 피해자입니다", "서울시 하청에 재하청!! 우리는 서울시 노예가 아닙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동료들은 지난 10월 해고됐을 때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모습이라고 했다. 이들은 서울시 버스승차대를 청소하고 있지만 서울시 소속은 아니다. 서울시가 승차대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한 JC데코에서 청소업무만 떼어내 재하청한 업체에 속해 있다. 2중 하청 구조의 말석이 그들의 자리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동료 김영일(42)씨는 "우리는 684개의 버스정류장을 관리하면서 서울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우리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라며 "그동안 고인과 우리는 서울시에 임금은 어찌돼도 좋으니 고용이 안정되게 직접고용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영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매년 업체가 바뀔 때마다 내년에도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불안에 떠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서울시의 버스중앙차로 승차대에도 쌓여 있었다.

서울시 2중 하청구조의 말석 노동자의 죽음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는 김영일씨는 고된 노동으로 허리가 아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출근했던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는 김영일씨는 고된 노동으로 허리가 아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출근했던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 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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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당수의 비정규직들이 그렇듯 이들 역시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들이 사측에 제일 먼저 요구한 것도 안전 대책이었다. 유리로 된 승차대 지붕을 청소하기 위해 3미터가 넘는 승차대에 올라가는 그들에게 주어진 안전 장비는 헬멧뿐이었다. 그래서 떨어지면 위험하니 안전띠나 안전고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던 그들에게 돌아온 답은 '해고' 통보였다.   

조합원들은 막막함에 자신들의 고용이나 안전사고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했던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자 2주 후 사측은 "들어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고인은 1인 시위를 가장 열정적으로 했다고 한다. 

"이 일이 계속 몸을 쓰는 일이어서 어깨, 허리, 척추 등 신경 계통에 무리가 가요. 지금도 자꾸 마지막 날 형님이 다리를 절며 출근했던 게 생각나 가슴이 아파요"라며 영일씨는 곧 눈물을 쏟을 듯한 벌건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핸드폰 속 사진들을 보여준다. 깜깜한 밤에 승차대를 청소하는 모습이다. 2인 1조가 돼 한 명은 승차대 안쪽을, 다른 한 명은 승차대 바깥쪽을 청소하고 있다. 그런데 차로에 붙어 있는 바깥쪽을 청소하는 이의 모습이 불안정하다. 승차대 앞뒤로 몇 미터 거리에 삼각대만 덩그러니 세워둔 채 청소를 하고 있다. 그 뒤로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들의 모습이 보인다. 자동차들을 통제하는 사람은 없다.

"차가 서지 않고 그대로 달려오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생각하면 아찔하죠."

듣기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고 보니 고인이나 동료들이 여느 청소노동자들에 비해 젊다. 모두 40대라고 했다. 힘을 많이 쓰는 일이어서 그렇단다. 그렇다면 위험수당이라도 받나. 별다른 수당 없이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일해서 그들은 한 달에 140만 원 남짓을 집에 갖고 간단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녀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갈 때인데 그걸로 어떻게 사냐고 묻자 조합원 중에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적단다. 역시 결혼 전이라는 영일씨가 "이 월급 받는데 어느 여성분이 시집을 오고 싶겠어요?"라고 되묻는다. 미혼자들도 살기 힘들어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기혼자들은 잠을 자야하는 낮에 투잡을 뛰기도 한단다. 고인 역시 주간에 가구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었다.

안전대책 요구하자 해고당하기도

저임금, 안전 사각지대, 고용불안까지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이르는 비정규직이 겪는 고통을 이들 역시 똑같이 겪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극단과 연결된 사례여서 피부에 와 닿지 않나. 이것이 일부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지난 주말 내내 많은 TV프로그램들에서 보여줬다.

종합상사에 입사한 계약직 장그래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는 tvN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정규직 동기 장백기에게 말한다.

"저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장백기씨보다 훨씬 더 많은 순간순간이 절박합니다."

그렇게 장그래는 '우리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절박감을 안고 아등바등하고 있지만 두 달간 잠도 못자고 준비한 프로젝트의 담당자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야했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를 아끼는 오 차장조차 계약기간이 끝나면 장그래가 '우리 회사'에 남을 확률은 제로(0)에 가깝다는 걸 안다.

TV 속으로 들어간 노동자들의 삶

 한 노동자가 삼각대만 세워둔 채 찻길에서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삼각대만 세워둔 채 찻길에서 서울시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하고 있다.
ⓒ 신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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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알바 특집을 한 MBC <무한도전>에도 인간적인 삶을 꿈꾸는 노동자들은 존재했다. 택배 상하차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제54조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는 조항은 법전에만 있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전화 상담원들은 무수한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매일 관절약을 먹고 출근한다는 여성노동자들이 손가락 마디마디를 혹사해서 깐 굴 1kg의 값어치는 단돈 2천 원. 8시간 꼬박 서서 일한 정형돈이 그날 번 돈은 2만 원이었다.

그 밖에도 KBS <인간의 조건>에서는 남성 멤버들이 금남의 직업을 체험하면서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우렁각시처럼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줬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한 경비노동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던 막말을 해대는 아파트 주민을 풍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노동'이라는 주제가 TV속으로 들어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강원도의 땅 속 1050m의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극한 알바를 한 유재석은 무거운 철근을 제대로 들지 못해 쓰러지면서 그 일을 수십 년간 해온 노동자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러면서 "막장은 농담처럼 말할 게 아니라 이곳 역시 삶의 터전"이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거리 곳곳을 빛내고 있는 노동자들이 바로 내 곁에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땀 흘리며 닦으면서. 동료를 땅에 묻은 서울버스중앙차로분회 노동자들은 오늘밤 그 동료와 함께 닦던 그 버스 승차대를 다시 윤을 낼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

그 위로는 입주민의 모욕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경비노동자의 동료들을 모두 해고시킨 강남의 A아파트 입주민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정규직의 과보호 때문에 기업들이 겁이 나서 인력을 뽑지 못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약화시키겠다고 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그것과도 다른 결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이렇게 힘드니 '과보호' 되고 있는 정규직의 해고요건을 완화하자고 하는 건 정부가 A아파트 주민들과 다를 바 없다는 고백이다. 최 부총리에게 주말의 TV프로그램만큼이라도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의 삶 전체를 걸 만큼 절박한 이 시대의 '장그래'들이 너무도 많다. 어떻게 그들에게 죽음보다 삶이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할 것인가. 이것이 슬프디 슬픈 우리 시대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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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삶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는 기록자. 독서논술지도사로 아이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글쓰는 법도 찾고 있다. 제21회 전태일문학상 생활/기록문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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