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박근혜 정부 그림자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이후 청와대는 두 번의 중요한 고비를 맞았다.

첫번째 고비는 청와대에서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라고 반박한 직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문건 내용의 60%는 사실이다"라고 반박한 때다. 두번째 고비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간부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사실을 유 전 장관이 확인해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3년의 임기를 남겨둔 박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참여정부 당시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한미FTA 추진에 반발해 사표낸 뒤 노무현 대통령과 맞선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통령 측근의 국정개입이나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전직 비서관이나 전직 장관이 현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경우는 드물다.

"나쁜 사람" 발언 직후 간부들 교체... 이듬해 유 장관도 면직 처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경질 인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장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불러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2명의 경질 인사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문화융성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함께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장면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윤회 동향보고서'는 그 진위와 유출과정을 둘러싸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청와대와 정윤회씨는 "근거없는 찌라시"라거나 "조작된 문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은 4일 검찰조사에서 "사실관계 파악 작업을 거쳐서 작성됐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단순히 풍문을 옮긴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정윤회 동향보고서를 두고 양쪽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과 달리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유진룡 전 장관을 불러 사실상 간부 두 명을 거론한 뒤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사실상 교체를 지시한 것은 '사실'(fact)로 드러났다. 유진룡 전 장관이 "정확하다"라고 증언하면서 청와대가 상당한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두 명을 교체하라고 지시한 배경은 정윤회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대한승마협회 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지시로 이루어진 조사였는데 그 배후에는 정씨가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같은 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의 딸(정유연)과 국가대표 선발 경쟁을 벌이던 김혁씨가 우승을 차지하자 정씨쪽에서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청와대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한승마협회 조사를 맡은 인사는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칭한 노아무개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이었다. 이들은 조사를 끝낸 뒤 7-8월께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렸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자 정씨쪽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다.

"조사 결과, 정윤회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렸다. 그런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들어주고 자신까지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5일, <조선일보>와 한 이메일 인터뷰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보고서를 올린 직후인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유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 그는 수첩을 꺼내 노 국장과 진 과장을 꼭 찍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는 인사권자인 장관에게 간부 두 명의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같은 해 9월 노 국장은 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발령났다.

또한 유 전 장관은 지난 7월 면직처리됐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현직 장관이 면직처리된 경우는 아주 드물다. 유 전 장관이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것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면직처리됐다고 보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실여부 캐묻자 "김종덕 장관이 한 말 참고해 달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체부 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라는 쪽지를 건넨 것과 관련 "담당국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에 대해 공식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체부 국장이 김종 2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 라는 쪽지를 건넨 것과 관련 "담당국장의 적절치 못한 처신에 대해 공식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정황'과 '증언'에 의해 박 대통령의 부처 간부 교체 지시가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사실여부 확인을 계속 회피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 "김종덕 장관이 한 말을 참고해 달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4일) "청와대 인사 개입설은 근거없는 루머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윤회 동향보고서'와 '대통령의 간부 교체 지시'도 "찌라시"나 "루머"에 불과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의견인 것이다.

- (유진룡 전 장관의 인터뷰 내용이 실린 <조선일보>를 들어보이며) 이건 뭔가? 
"<한겨레> 보도와 관련된 보도인데,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입장을 말씀드린 바 있다. 인사개입 논란와 관련해서는 어제(4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유 전 장관의 발언을) 부인하는 것인가?
"김종덕 장관 말씀 참고해 달라. 인사는 장관의 책임하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유진룡 전 장관 말은···.
"그건 본인께 직접 여쭤봐야 한다."

- 유진룡 전 장관이 밝힌 내용이 거짓인가 확인해줄 게 없다는 건가?
"인사와 관련된 것이고 인사는 김종덕 장관이 밝힌 것으로 이해해주면 되겠다."

- 유진룡 전 장관이 원칙이 깨졌다고 한 것 아닌가? 맞음 맞다 아니면 아니다고 해야지. 
"원칙이 깨졌다는 말을 한 건가? 원칙이 뭔가.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는 장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 직접 확인하면 되는데 왜 안하나?

- 청와대가 4일 <한겨레> 보도와 오늘 유 전 장관 증언에 법적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나?
"지금까지 결정된 바 없다. (김종 문체부) 차관이 법적 조치 취한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 같은데 그럴 의사가 없나? 
"지금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

- 인정하는 바도 있는 건가?
"보도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 대통령의 발언이나 인사를 어제 이후 확인했나?
"그 부분은 어제(4일) 제가 드린 말씀으로 대신하겠다."

- 어제 말로 대신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했는데 당사자가 그런 일이 있다고 증언했지 않나.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내부에서 확인하고 브리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처럼 아무 확인 안 됐나?
"어제 보도된 내용이 사실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 안에 함축돼 있다. 확인 부분은 어제 제가 드린 말씀으로 가름하겠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 밝힐 수 없다는 건가?
"사안 자체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확인이라는 절차에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민 대변인과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일문일답에는 '확실하게 수세적인' 청와대의 내부분위기가 녹아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해야 할 의혹을 이 사건과 관련없는 김종덕 장관에게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이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대통령에게까지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문체부의 승마협회 사건은 정윤회씨 국정농단의 종합판이다"(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라고 꼬집었다.  

두 간부 가리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대목에는 눈감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8월 21일 청와대에서 유 전 장관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민 대변인은 "유진룡 장관의 대면보고 때 더 적극적으로 (편파판정 등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유 장관이 일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사조치했다"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 의혹을 인사권자인 유 전 장관에게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간부 두 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한 대목에는 눈을 감았다. 청와대는 '누가' 박 대통령에게 두 간부를 "나쁜 사람"이라고 보고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은 물론이고 정씨 국정개입 통로로 지목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역할도 규명할 수 있다. 사실여부 확인을 계속 회피하거나 우회한다면 레임덕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댓글6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선대부속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