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아이들 광희

'예능돌'에서 MC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희 ⓒ 스타제국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이제 아이돌 그룹 멤버가 예능,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이에 따라 별다른 논란 없이 다른 영역의 물꼬를 트는 것 못지않게 지속적으로 활동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호기심에 첫발을 내디뎌도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서의 호된 신고식에 화들짝 놀라 발을 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능돌'로 얼굴을 알린 제국의아이들(ZE:A) 광희는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다. 데뷔 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이톤의 목소리로 성형에 대해 거침없이 고백했던 광희는 시간이 흘러 조금은 차분해졌다. 깊이도 생겼다. 과거에는 주로 게스트로 출연했다면, 이제는 진행자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줄도 알게 되었다.

"'왜 핫하지 못할까' 생각도...지식·연륜 중요성 느껴"

 제국의아이들 광희

ⓒ 스타제국


광희에게 2014년은 정신없는 해였다. <올리브쇼 2014>에서는 셰프들과, <인기가요>에서는 가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옷을 좋아하는 감각을 살려 출연했던 <패션왕 코리아 시즌2>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꾸준히 출연했고, 스케줄 문제로 하차한 <보스와의 동침>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인사들을 만나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뜨거웠던 것은 없지만, 다양한 분야를 통해 적성을 찾았다. 사실 되게 어려웠다. 일요일엔 <인기가요>에서 재치 있게 가수들을 소개하고, 월요일엔 <스타킹>에 가고, 화요일엔 <패션왕 코리아 시즌2>에서 서바이벌을 하고, 수요일엔 <보스와의 동침>, 목요일엔 <올리브쇼>까지. 어느 날은 스케줄을 하고 나면 멀미가 날 정도였다. 음식이면 음식, 패션이면 패션 나름의 용어가 있기 때문에 전환이 빨라야 했다."

제국의아이들 멤버인 임시완과 박형식은 그야말로 '핫'했다. 이들이 펄펄 끓었다면 광희의 한해는 은근했다. '왜 나는 핫하지 못할까' 생각하기도 했다는 광희는 "지난 4년 동안 예능을 하면서 '재치로 승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지식과 연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강호동, 유재석 선배님이 신문과 책을 끼고 살면서 공부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고 털어놨다.

문준영 폭로전 입 열다..."더욱 단단해지는 기회 됐다"

 제국의아이들 광희

ⓒ 스타제국


여전히 본업은 가수이지만, 올해 그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한 시간보다 <인기가요> MC석에서 다른 가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인기가요> MC 중 '활력'을 담당하는 광희는 "MC석에 서서 보는 가수가 더 편한 것 같다"면서도 "사실 엑소 같은 그룹이 부럽다"고 고백했다. 개인으로는 상도 받고, CF도 찍었지만 그룹으로는 아직 1위 한 번 못했다는 아쉬움이 큰 듯했다. 광희는 "내년쯤 앨범이 나올 텐데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9월, 제국의아이들 리더인 문준영은 SNS를 통해 회사와의 문제를 폭로했다. 이 사태는 일파만파 번질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빨리 마무리돼 의심을 사기도 했다. "올해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더욱 단단해졌고, 회사와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입을 연 광희는 "너무 바빴기 때문에 서로 모르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 다른 가수들의 위로 역시 큰 힘이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언젠가 꼭 말하고 싶었다. 사실 준영이가 SNS에 글을 올리기 전, 문제의식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빨리 해결돼서 '뭐 있었지?' 하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없었다. 다들 성격이 소심하고 오래 끄는 편이 아니라서 당일에 만나 소통하고, 해결했다. 그간 SNS로 글 하나 올리지 않았던 것은 괜히 와전될까 봐 말을 아꼈던 거다. 솔직히 무섭기도 하더라. 리더가 혼자 고생했고, 멤버들이 현명하게 판단했다. 다들 고마웠다."

'차세대 예능돌'을 위한 조언..."자신을 알고, 계획적으로"

 제국의아이들 광희

ⓒ 스타제국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자신의 분량을 확보할 것 같은 광희이지만,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체력 소모가 상당하거나 24시간 카메라가 붙어 있는 리얼 예능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카메라만 보면 웃겨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다"는 광희는 "혼자 하는 것은 괜찮은데 다른 이들과 어우러져서 웃기는 것이 어렵다"면서 "이를 극복해야 좋은 MC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예능돌'로 엑소 백현을 꼽은 광희는 "신동엽 형과도 뭔가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에 대해 물었다. "연기를 하더라도 시완이처럼 멋있는 것보다는 가족 영화나 시트콤, 카메오 출연 등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밝힌 광희는 "뮤지컬"이라고 다소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노래를 메인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그는 "멤버들의 공연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면서 "막연하게 부러워하는 것 같다. 남을 부러워하는 게 내게는 발전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이슈가 되고, 얼굴을 알리기는 쉽다. 하지만 연기자,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괜히 오버하면 나중에 본인의 이미지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웃기고 싶거나 진행이 즐거운 사람이 예능을 해야 힘들지 않다.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이미지 소비다.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계획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광희가 <오마이스타>에 공개한 일상. 수면바지 차림으로 수면양말을 신고 잠을 청하기 전(왼쪽), 직접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오른쪽)

광희가 <오마이스타>에 공개한 일상. 수면바지 차림으로 수면양말을 신고 잠을 청하기 전(왼쪽), 직접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오른쪽) ⓒ 스타제국


서울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진 지난 2일 오후,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마주앉아 이어진 광희와의 수다는 그간의 활동과 고충으로 시작해 다사다난했던 제국의아이들의 2014년을 지나 집 구하기, 난방비 걱정으로 끝났다. 최근 오피스텔로 이사했다는 광희는 세탁기를 돌리고, 분리수거를 하는 등 혼자 살기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막 독립을 시작한 그에게 <나 혼자 산다>를 추천한다.

광희 제국의아이들 올리브쇼 인기가요 임시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