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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과천정부청사를 위시한 과천의 택지개발이 시작되자, 서울특별시는 출근대책의 일환으로 2달간 2층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운행 때 바로 앞 육교에 걸려 운행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결국 두 달간의 시범 운행 이후 다시는 그 버스를 볼 수 없었다.

이후로 2층버스는 시티투어 전용 관광버스라는 이름에서 23년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올 겨울 경기도가 고속도로 경유 시내버스 입석 자제를 위해 2층버스를 도입했다. 12월 8일부터 12월 26일까지, 3주에 걸쳐 세 노선에서 일 주일씩 2층버스가 운행된다.

2층버스가 시내 한복판 도로에서 유턴하는 광경은 7770번에서만 볼 수 있던 진귀한 풍경이었다.
▲ 사당동 버스전용차로시점 인근 신호등에서 유턴중인 2층버스 2층버스가 시내 한복판 도로에서 유턴하는 광경은 7770번에서만 볼 수 있던 진귀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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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의 사당역과 수원의 중심인 수원역을 잇는 7770번, 서울 중심부의 서울역과 김포 한강신도시 간을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 M6117번, 서울 동남부의 잠실역에서 별내신도시를 거쳐 포천 내촌까지 운행하는 8012번이 2층버스 시범노선으로 선정됐다.

그 중에서도 7770번 버스가 가장 먼저 시험운행을 했다. 7770번은 평시에도 만차일 뿐만 아니라 출퇴근시간에는 아예 버스가 줄지어 들어옮에도 불구하고 사당역 출구부터 탑승줄이 길게 늘어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8일 월요일 아침 6시부터 12일 금요일 저녁 7시까지 운행된 2층버스 7770번. 2층버스는 서울과 수원을 하루에 3번 왕복하며 지난 늦봄을 뜨겁게 달군 타요버스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가는 길마다 시민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으려 했고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버스가 표지판이나 고가에 부딪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관심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사당역 인근에서 회차대기 중인 7770번
 사당역 인근에서 회차대기 중인 777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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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0번 버스는 출퇴근길의 단비가 되어 주기도 했다. 길게 늘어선 버스 대기줄 사이로 2층버스가 들어오자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대기줄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반 버스의 두 배나 되는 우람한 크기의 버스에 사람들이 들어차자 금세 줄이 빠져 버렸다.

특히 7770번 버스는 대한민국 최대의 택지지구인 한일타운을 경유하며, 수원의 도심과 서울의 환승지구형 부도심을 잇는 대수요 버스다. 때문에 수송량 증대를 통한 시민들의 불편해소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1주차의 7770번이 수송량 증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2주차의 M6117번 버스는 2층버스의 랜드마크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강신도시의 야경과 김포의 신흥도심인 장기동, 올림픽대로와 한강로, 홍대와 신촌 등을 지나는 동안 보이는 풍경은 여느 시티투어버스 못지 않았다.

2층버스에 탑승하려는 승객이 몰리면서 1층버스는 거의 공차상태로 통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 1층버스와 만난 2층버스 2층버스에 탑승하려는 승객이 몰리면서 1층버스는 거의 공차상태로 통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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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민들은 버스를 타는 동안 한강과 한강다리들의 색다른 풍경에 감탄했다. 또 개발이 완료된 한강신도시 야경을 지날 때에는 경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홍대나 신촌 등을 지나면서는 여흥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M6117번 2층버스는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에서의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BRT의 수송력을 증대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2층버스 또는 굴절버스의 운행이다. 시내버스 수요가 많고, 특히 인근 부도심과 도심을 연결하는 수요가 많은 양화로-신촌로 중앙버스 전용차로를 경유하면서 급행 BRT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스티커를 통해 붙인 2층버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는 평이다.
▲ 긍정적인 시민들의 평가 스티커를 통해 붙인 2층버스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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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주에 운행한, 그리고 현재 운행 중에 있는 8012번 버스는 간선급행버스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서울 시내에 정차하는 정류소는 잠실역 한 곳. 8012번 버스는 바로 고속도로로 직행해 빠른 속도로 달린다. 신흥 신도시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신도시도 경유한다.

8012번 2층버스는 남양주 경복대에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포천 남부의 내촌차고지에서 경복대로 가는 루트는 가도의 전선이 늘어져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012번 버스가 돋보인 것은 보통 출퇴근 시간대에 공차 상태나 다름 없는 상태인 서울 외곽방향이 아닌 대학 통학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경복대로 가는 학생들을 태우고 간 버스는 서울로 나오는 신도시 주민들을 다시 태우고 나올 수 있다.

배경으로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이 날 2층버스에는 70여 명이 늘어선 줄이 한 번에 빠질 정도로 2층버스의 위력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 잠실역에 정차한 2층버스 배경으로 건설중인 제2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이 날 2층버스에는 70여 명이 늘어선 줄이 한 번에 빠질 정도로 2층버스의 위력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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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버스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단방향으로의 통근이 끝나면 상당한 공차가 발생하고, 이 공차를 메우기 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8012번 버스는 대학가로의 통근수요를 통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해 보였다. 다만 학생 이동이 줄어드는 방학이나 별도 지정일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복편의 공차 우려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8012번 버스는 돋보인다.

특히 기사가 적고 차량이 적으나 수요가 많은 이 노선의 경우에서는 2층버스가 파워소스 기능을 해낼 수 있다. 기존 버스의 1.7배나 많은 좌석은 입석 역시 1층에서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해 만들 수 있다. 배차간격이 길다면 같은 배차간격에 기존 41인승 중문형(중간에 하차문이 달린 형태의 버스) 버스에 비해 1.8배나 많은 승객을 싣고 나를 수 있다.

3주간의 운행 기록을 보면 2층버스의 미래는 핑크빛에 가깝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버스의 전도 위험을 비롯한 '안전 취약'이다. 2층버스 모델인 '엔비로 500'의 수입사 아반트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급곡선 테스트를 할 때에는 정원 79명 전원이 2층에만 탑승한 것으로 가정해 약 5톤의 물탱크를 싣고 테스트를 하는데, 시속 50km 정도로 사거리의 우회전 정도의 급곡선을 하게 되어도 전도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계단에 몰려 압사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시범 운행 중에는 버스가 정차해 문이 열린 뒤에만 2층의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논란은 가격이다. 기존 광역버스에 주로 투입되던 '유니버스 럭셔리 41인승 CNG' 모델의 가격은 1억 7201만원인데 엔비로 500의 가격은 7억 원에 달한다. 정비와 인력의 감축으로 생기는 이익을 제하더라도 기존 버스의 두 배나 달하는 가격을 버스업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1회차에 20대 이상의 대량생산을 하면 가격을 4억원 내외로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장 큰 해결방안으로는 보조금 지원이 언급되고 있다. 차량 대당 5천만 원에서 1억 원 선의 보조금을 지원하면 기존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도입할 수 있고 인건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기존의 현대, 기아, 대우에서 제조하던 버스와는 배치가 달라 적응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2층 버스의 운전대 기존의 현대, 기아, 대우에서 제조하던 버스와는 배치가 달라 적응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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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기된 문제로는 2층버스가 다른 버스에 비해 폭이 넓으며, 높이가 높고, 길이가 더 길다는 것이다. 기존의 버스에 비해 폭이 최대 0.3m 가까이 벌어지는 데다가 차량의 길이 역시 1m 정도 길어 포켓 형태로 만들어진 가로변 정차대에 제대로 정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높이 역시 높아 운행구간에 큰 제약이 따른다. 시범운행이 8002번에서 8012번으로 바뀌게 된 것은 잠실대교의 높이 제한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장거리 노선에 주로 투입되는 직행좌석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단거리의 구간에서 좌우회전을 반복하며 오가는 시내버스의 경우에는 큰 문제다. 하지만, 직행좌석버스는 고속도로, 국도를 통해 주로 통행한다. 일부 회차점의 통행 장애의 경우에는 노선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안전이 주 관심사가 된 2014년. 광역버스 입석금지 이후 상당히 많은 정책이 나왔다. 이 중 현실화된 것이 관광버스를 이용한 대체수송, 그리고 이번 주까지 운행하게 되는 2층버스이다.

2층 버스의 운행은 기존의 2차원의 도로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대중교통 수송체계를 변모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중간 성적표는 대차대조표 형식을 통해 가부를 따지게 되었다면, 최종성적표는 아마 2층버스 도입의 확정이냐 실패냐로 가로지르게 될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간에, 시민을 우선으로 한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태그:#2층버스, #버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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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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