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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일일신문(Tagezeitung) TAZ사옥에서 있었던 ‘바이 바이 바르셀로나’ 다큐멘터리 상영 후 제작자와 관련 패널들과의 토론회 모습.
▲ 심포지엄 2일차 사진 독일을 일일신문(Tagezeitung) TAZ사옥에서 있었던 ‘바이 바이 바르셀로나’ 다큐멘터리 상영 후 제작자와 관련 패널들과의 토론회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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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정원의 음식점에 2000명이 들이닥쳤다. 300명 정원의 영화관에 5000명이 들어와 영화를 관람한다. 과연 우리는 이 상황들에 어떤 반응을 취하게 될까? 음식점과 영화관처럼 정원이 확실히 정해진 공간에서, 정원을 초과하면서 과도하게 상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히 사람들의 불만을 산다. 나아가 불매 운동까지 벌일 만한 불쾌한 행동이다. 하지만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을 놓고 봤을 때, 그런 제약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한 해, 약 340만 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 수치는 매년 급증해왔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관광객 덕택에 도심과 그 주변으로 여러 숙박 시설들이 급증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다수는 일년에 6개월 정도는 텅 빈 채로 남아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은 도심과 그 주변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그리고 다른 도시로 혹은 열악한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가야한다.

베를린의 무지개공장(Regenbogen Fabrik)에서 있었던 ‘웰컴 굿바이’ 다큐멘터리 상영 후 제작자와 관련 패널들과의 토론회 모습.
▲ 심포지엄 3일차 사진 베를린의 무지개공장(Regenbogen Fabrik)에서 있었던 ‘웰컴 굿바이’ 다큐멘터리 상영 후 제작자와 관련 패널들과의 토론회 모습.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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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부터 11월 29일까지 브란덴부르크 대학(BTU)와 런던대학교(UCL) 주최로 베를린에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관광도시에서의 시위와 저항'(Protest and Resistance in the Tourist City)이었다.

현재 베를린에서는 관광객을 혐오하는 모습과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베를린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패널들이 관광이 초래하는 각국의 도시 문제를 조명했다. 뉴욕, 리우 데 자네이루, 바르셀로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하이, 파리, 프라하 등. 수많은 도시들은 우리가 그 도시를 여행하며 눈치챌 수 없었지만, 관광으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과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전 글(관련 기사 : 하나 둘 사라지는 이웃들... 북촌 '괴담', 머지 않았다)에서 소개했던 <바이 바이 바르셀로나>(Bye Bye Barcelona)라는 다큐멘터리와 올 12월 개봉을 앞둔 <웰컴 굿바이>(Welcome Goodbye)라는 다큐멘터리가 심포지엄을 통해 소개되었다.

두 다큐멘터리는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의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관광으로 인해 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 상황이 우연일 수 없는 것은, 여러 유럽 도시에서 관광으로 인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실감하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발디딜 틈없이 많은 관광객이 이 장소를 찾는다.
▲ 프렌츠라우어 베르크의 마우어 파크의 모습 여름이면 발디딜 틈없이 많은 관광객이 이 장소를 찾는다.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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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굿바이>는 지난 수년간 증가해온 베를린의 관광이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여러 학자, 정치인 그리고 베를린 시민들과 베를린에 찾아온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빌어 재미있게 묘사해 놓았다.

베를린은 오랜 세월 동안 독특한 도시였다. 분단의 기억과 도시를 갈라놓는 장벽으로 인해 도시의 구조도 많이 변화했다. 인구 구조도 다른 독일의 도시들에 비해 독특했다. 서베를린으로의 이주를 장려하기 위한 병역 면제 등의 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젊은이들이 서베를린에 자리를 잡았다. 또한 통일 전후 장벽과 가깝다는 이유로 기피하던 지역들에 외국인 노동자들과 학생, 예술가 등이 몰려들며 새로운 지역을 만들어냈다.

장벽이 무너지고 25년이 지난 지금, 그 지역들은 남녀노소 그리고 빈부격차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지역으로 변했다.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hain),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베딩(Wedding), 프렌츠라우어 베르크(Prenzlauer Berg), 노이쾰른(Neukölln)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도시 구성원 간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부동산 회사 등이 저렴한 지역에 투자를 하며 땅값과 임대료를 높여 기존 주민을 쫓아내거나 압박하는 현상) 문제만이 아니라, 최근 관광객으로 인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거주민이 쫓겨나거나 이주하는 현상)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비교적 초창기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프렌츠라우어 베르크는 통일 이전에 살고 있던 원주민의 80%가 월세 상승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던 역사가 있다.

오래된 방적공장(Baumwollspinnerei)을 이용해 갤러리 공간으로 거듭났다.
▲ 라이프 치히 열풍의 중심에 있던 플락뷔츠 지역의 한 갤러리 오래된 방적공장(Baumwollspinnerei)을 이용해 갤러리 공간으로 거듭났다.
ⓒ 신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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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뿐만이 아니다. 최근 라이프치히(Leipzig)라는 독일 작센주의 중소도시가 겪었던 경험도 흥미롭다. 플락뷔츠(Plagwitz)는 라이프치히의 작은 구역이다. 이곳은 독일 통일 이후 약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급격히 쇠퇴하며 방치된 산업단지였다.

최근 이 지역이 다시 라이프치히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그 변화에는 저렴한 월세와 저렴한 공간 임대료 등을 바탕으로, 버려진 구역으로 이사를 와 둥지를 튼 젊은 학생과 예술가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자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버려진 공장들을 갤러리로 활용하는 이미 너무나 익숙한 풍경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구과 재능들이 유입되며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 버려진 지역을 활성화할까 고민하던 지역 공무원들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이제 버려진 것이나 다름 없던 산업지역이 외부 관광객들이 그 문화를 느끼러 오는 생기 넘치는 장소가 되었다. 최근 이 지역의 월세는 오르기 시작했고, 방치되었던 집들은 매매가 이루어지고, 방치되었던 집들은 다시 리노베이션을 하여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더 높은 시세로 임대 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불과 2, 3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1년 전 만해도 새로운 베를린(Neue Berlin)이라고 불리며, 변해가는 베를린의 대안으로 떠오른 라이프치히는 불과 1년 만에 하이프지히(Hypezig: Hype + Leipzig)라고 불리기도 하고 있다. 즉, '과장 광고된 도시'라는 것이다.

재미난 점은 라이프치히 주민들은 과장 광고된 도시라는 오명에 큰 불만이 없다는 점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의 문화를 그 모습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모습을 두고 '새로운 베를린이거나 말거나, 라이프치히는 새로운 삶을 가지게 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베니스 시민들의 크루즈 정박 반대 시위
 베니스 시민들의 크루즈 정박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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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도시의 이름을 대면, 대부분 관광으로 인해 발생한 도시의 문제가 끊임없이 나열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크루즈 정박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베니스도 마찬가지이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도시 내 숙박 시설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통계치에서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번에 수천 명의 여행객을 수용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인해 짧은 시간에 도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증가하는 크루즈 산업과 이용객은 베니스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같이 해안에 면한 항구도시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광이 도시에 미치는 문제 혹은 영향에 대해서는 수많은 예들이 존재하고, 최근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연구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는 지난 10여년간 관광 그리고 이와 결부된 여러 문제로 인해 급속도로 상황이 악화되어 왔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관광이 도시 그리고 이웃 사회에 미친 문제에 대해 단순히 '관광객들이 옳다 그르다'를 논의하면 해결될 수 없다. 아니, 거의 의미없는 논쟁에 불과하다. 다만 여러 도시의 긴 역사를 돌아봤을 때 언제나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변해왔던 도시가 전쟁과 질병도 아닌 관광 활성화라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상이 문제인 것이다.

또한 그 변화로 인해 한 도시가 매력일 수 있었던 이유를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역설적인 인과관계는 관광을 단순하게 한 분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동시대에 존재하는 다른 유명 도시들의 보이지 않던 문제를 바라보면, 단순히 수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만 관광을 활성화 시키기에 앞서, 관광과 도시 그리고 이웃 사회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함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를 두고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 패널은 과거 공장 굴뚝에 필터를 설치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 모든 굴뚝에 필터가 설치되고 있는 것처럼, 적정한 상태의 도시를 유지할 수 있는 관광 필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였다.

관광지화 그리고 상업화가 완료된 지역에서는 인간적인 교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가지 상행위를 바탕으로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만 존재할 뿐이다.
▲ 인사동 거리 모습 관광지화 그리고 상업화가 완료된 지역에서는 인간적인 교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가지 상행위를 바탕으로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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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울에서도 점차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불편과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손님이 늘어도 알바생이 받는 월급은 동일하듯,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로 인한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만 현재까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누릴 수 있었던 공간의 면적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서울의 관광지는 시민들이 일상을 보내는 주거 지역이 아니라, 시민들 역시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놀러 다니는 명동과 인사동 같은 상업 구역이나 유명 문화재라는 점이다.

하지만 베를린처럼 관광객들은 점점 더 시민들보다 발 빠르게 새로운 장소를 찾아낼 것이다. 그 곳이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주택가이든, 이태원이든 성수동이든 문제될 것은 거의 없다. 또한 그런 장소들에 흥미를 잃으면, 그들은 아직은 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알고 있는 지역으로 깊숙이 찾아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좀 더 색다르고 좀 더 현지 같은 장소를 가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관광객들의 본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너무나 부정적인 예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식지 않은 한류 열풍과 정부의 과감한 행보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불가능한 모습은 아니다. 무작정 관광객의 수와 관광객들의 소비를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면, 서울은 원주민이 하나도 안 남은채 각종 숙박시설과 기념품 판매대로 가득한 바르셀로나의 구도심과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숙박시설로 인해 쫓겨나고 독특한 문화를 잃어가고 있는 베를린처럼 변하게 될 것이다.

즉, 정말 삶이 있고 문화가 있는 도시가 아닌 속이 텅 빈 놀이동산 같은 디즈니 랜드가 되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은 한결같이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기존의 관광 정책에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과 관광이 시민들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생각하는 관광도시 서울의 미래는 어떤 곳인가 서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태그:#도시, #관광, #베를린, #베니스, #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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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도시를 이야기합니다. 1. 유튜브: https://bit.ly/2Qbc3vT 2. 아카이빙 블로그: https://intro2berlin.tistory.com 3. 문의: intro2berli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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