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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의 사춘기 ⓒ 마젠타
▲ ▲ 어른들의 사춘기 ⓒ 마젠타
ⓒ 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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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아이, 열 살 아이, 스무 살 아이... 우리가 어떤 일에 부닥쳤을 때 울고 웃고 화내고 하는 것은 현재의 내가 아니다. 마음 속 성장하지 않고 있는 이 아이들이 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당신의 마음 속 아이는 몇 살인가? 또 몇 명이나 되는가? 마음 속 그 아이가 어리다면 비록 현재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 미성숙한 사람이다.

모든 일들은 '나와 세상' 이 안 맞아 생기는 것인데, 주어진 환경은 쉽게 바뀔 수 없고 그렇다고 나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인이면서 정신분석 전문의인 김승기 작가가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서른이 넘어도 내 마음 속 아이는 여전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고 여전히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간은 가는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답해하고 투정을 부린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약간이라도 찾기를 바라며 그 동안 자신이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들의 젖은 눈을 위해 휴지를 빼주는 남자가 되고 싶어 매 파트 마다 '휴지 빼주는 남자의 advice(어드바이스)' 로 채워져 있다.

어른이라 부르기엔 너무 어린 당신

"그건 엄마에게 물어봐야 하는데요..."

청소년 시절 여행할 시간을 누리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여행은 고사하고,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부모는 시종처럼 온갖 수발을 다 든다. 수험생이 되면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집안의 상전으로 떠받들어진다. 이렇게 어머니가 모든 걸 다해주는 집안에서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라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기를 벗어나서도,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몸은 다 컸지만 부모 곁을 쉽사리 떠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지나친 보호는 아이의 독립심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다 큰 어린인 내가 아이같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다면 내 안의 무엇이 문제인지, 어린 시절에 생긴 지나친 의존심 때문은 아닌지, 먼저 파악해볼 일이다.

관계 맺기 서툰 사람들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 말은 참으로 큰 뜻을 내포한다. 세상에 대해 소소하게 규정된 틀이 아니라 탁 트인 열린 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큰 세상을 자신의 조그만 틀 속에 집어넣으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것이 안 되니 얼마나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그들은 왜 이런 마음의 경계를 갖게 되었을까? 그것은 어려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사사건건 비난을 받는다면, 그것도 부당한 야단을 맞는다면 어떻겠는가? 아이의 머리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오로지 믿을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복잡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시비비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이 돌아간다. 그래서 이런 넉넉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마냥 편안하다.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하니 안온하다. 당신이 경계를 하나 내려놓는다면 당신은 그만큼 넓어진다. 그리고 무너진 경계만큼 사람들도 성큼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여럿이 함께 행복해지기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어요.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제가 미워요."

흔히 우리가 거절을 못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상대와 멀어질까 봐,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운 거다. 그러나 결코 거절은 영원히 상대와의 멀어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 자체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요구한 그 어떤 부분만 거절하는 것이므로, 부드럽게 거절하고 그럴 수 밖에 없음에 대해 미안해하며 사과하면 될 일이다.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내 존재가 우선이다. 남을 먼저 배려하다 보면 내 존재가 흔들린다. 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야 하고, 그래야 자신과 맞는 사람들이 주위에 서게 된다.

아픈 마음을 들여다 봐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어요. 평소에 남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는 얌전한 사람이 술만 먹었다 하면 돌변하니..."

겉으로는 한 없이 착하게만 보이지만 그렇다고 내면마저 그러질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 이들의 불만은 미처 소화 안 된 음식처럼 속으로만 쌓이다가 어떤 계기가 주어져, 특히 술을 먹고 취기가 올라 자아가 약해지면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을 분출하며 공격적 성향을 띤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치료할 수 있을까? '그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신' 이라는 것은 '지금의 (나이든) 그'가 아니다. 어렸을 때의 자신, 표현했다가 상처를 입은 무의식 속의 '어린 그'가 치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아이는 잔뜩 겁에 질려 있기 때문이다.

어린 그가 '아!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구나!' ,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자신감을 갖도록 용기를 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주위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과 기다림도 필수적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 속 어린 아이들을 모두 현재 나이만큼 키워 자신에게 통합시킨 사람이다. 그래서 쓸데없이 떼를 쓰거나, 괜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타인을 자신의 고집불통 집착으로 묶으려 하지도 않는다. 이미 그런 유치한 짓을 할 어린 아이가 그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다리 아프도록 걷다가 늦은 기차를 타는 일이다
멀어지는 창백한 도시를 아직 할 말 있는 것처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먼 산 아래 붉디붉은 노을 속에 풍덩 빠지는 일이다
제집 찾는 산새들 날갯짓에 후드득 비가 되어 내리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어두워진 창에 이마를 대고 외딴집 같은
자신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혼자 역을 빠져나와 늦은 저녁을 먹는 일이다
탁배기 한잔으로 지친 발길을 달래 집으로 겨우 데려가는 일이다
-<어른들의 사춘기> 책 속의 시


어른들의 사춘기 - 서른 넘어 찾아오는 뒤늦은 사춘기

김승기 지음, 마젠타(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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