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의 연속이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가 약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우승은 전북, 준우승은 수원이 기록했다.

'극장 개봉' 서울, 포항 누르고 ACL P.O행

전북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하면서 상위 스플릿의 흥미가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였다. 서울과 포항의 마지막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진출권 싸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은 제주 원정, 포항은 홈 수원전을 치렀다.

4위 서울에 승점 3점을 앞서 있던 3위 포항은 38라운드 수원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더라도 자력으로 3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서울은 일단 무조건 제주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포항이 수원에 비기거나 패하기를 바라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임했다.

정확히 오후 2시에 포항 스틸야드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먼저 웃은 쪽은 포항이었다. 서울이 전반 19분 제주 황일수에게 선제골을 헌납했기 때문이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되는 포항은 스리백(3-BACK)을 기반으로 차분한 경기 운영으로 일관했다.

이어 오후 3시 3분경. 포항에서 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광석의 선제골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소식을 접한 서울은 낙담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은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결과 후반 24분 윤일록의 동점골이 터지며 희망을 이어갔다.

막바지로 향하던 후반 막판, 서울의 벤치가 다급해졌다. 포항이 산토스와 정대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수원에 1-2로 역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주어지자 서울은 분발했다. 결국 후반 45분 오스마르의 역전골이 터지며 극장을 연출했다.

결국 모든 시간이 흘러 포항은 수원에 1-2 역전패를, 서울은 제주에 2-1 역전승을 거두는 것으로 38라운드가 최종 마무리되었다. 이로써 서울은 포항에 골 득실차에 앞서며 3위 탈환에 성공했고, 내년도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손에 쥐며 해피엔딩으로 시즌을 마쳤다.

피 말렸던 강등 전쟁, 성남 웃고 경남 울다

전날(28일) 펼쳐진 하위 스플릿의 최종 운명 역시도 국내 축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상주가 일찌감치 K리그 챌린지(2부)로의 강등을 확정지은 가운데, 2부 상위팀과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해 1부에 잔류하기 위한 10위 성남, 11위 경남의 전쟁이 끝까지 이어졌다.

성남은 홈에서 부산을 상대했고, 경남은 상주로 원정길에 올랐다. 성남은 1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체력적인 압박이 있었지만, FA컵 우승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모든 것을 이겨냈다. 반면 무조건 상주를 잡고 성남이 부산에 패하기를 바라야했던 경남은 심기일전하여 나섰다.

마찬가지로 오후 2시에 탄천종합운동장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동시에 경기가 시작됐다. 갈 길 바쁜 경남은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주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감함은 되레 독이 되고 말았다. 경남이 전반 25분 상주 박승일에게 선제골을 헌납하고 만 것이다.

멀리서 소식을 접한 성남은 차분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힘차게 만세를 외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경남이 전반 43분 스토야노비치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한숨을 돌린 것. 경남이 다시 추격의 불씨를 살려냈다. 성남은 다시금 긴장감을 유지한 채 부산을 상대했다.

약 오후 3시 11분경. 성남이 입 밖으로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선제골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 밖으로 흘러나온 볼을 곽해성이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부산의 골네트를 시원히 흔들었다. 성남이 1부 잔류에 한 발 앞서가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혹시 이 소식을 들었던 것일까? 경남이 마지막에 무너졌다. 후반 28분 이정협에게 추가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30분 서상민에게 쐐기골까지 내주며 최하위 상주에 1-3으로 끌려가는 데 이르렀다. 결국 경남이 패하며 그대로 11위에 자리하며 승강 플레이오프행이 확정됐다.

득점왕·도움왕, '막판 뒤집기' 펼쳐져

순위 경쟁 이외에 득점왕과 도움왕 경쟁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먼저 득점왕은 이동국(전북), 산토스(수원), 스테보(전남)가 나란히 13골을 기록했지만 출전 경기 수가 적은 이동국이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모든 운명은 마지막 38라운드에서 결정나게 됐다. 하위 스플릿에 있는 스테보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스테보는 28일 인천을 홈에서 상대했다. 그러나 이윤표-임하람-안재준으로 이어지는 인천의 짠물 수비에 고전을 이어갔다. 이어지는 질식 수비에 좀처럼 해답을 내리지 못하며 스테보는 아쉬움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결국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며 경쟁에서 낙방했다.

다음 기회를 잡은 이는 산토스였다. 산토스는 포항 원정길에 올랐다. 스플릿 라운드 들어서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은 산토스는 이날도 마찬가지로 포항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침묵을 지켰다. 이대로 끝나면 이동국이 어부지리로 득점왕에 등극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산토스는 마지막 기지를 발휘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34분 상대 수비수 김광석의 실수를 놓치지 않으며 침착하게 포항의 골네트를 흔든 것. 이는 득점왕 등극을 알림과 동시에 그간의 답답함을 훌훌 터는 골이었다. 수원은 기세를 몰아 2-1 역전승을 일궜다.

다음 도움왕 경쟁은 우승팀 집안싸움으로 펼쳐졌다. 전북의 레오나르도가 10개의 도움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팀 동료인 이승기가 9개로 그 뒤를 바짝 쫒았다. 전북은 최종전에서 울산을 상대했다. 도움왕을 노리는 레오나르도와 이승기 모두 선발로 출격했다.

레오나르도와 이승기 모두 전반부터 팀 동료에게 날카로운 크로스와 패스 연결을 이어가는 등 도움왕을 노력을 이어갔다. 전북이 후반 3분 상대 수비수인 김영삼이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오히려 후반 15분 유준수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우승팀 전북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21분 한교원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승기의 날카로운 코너킥이 도움으로 기록됐다. 이승기가 멋진 도움을 하나 추가하며 10개로 레오나르도와 동률을 이뤘지만 레오나르도보다 9경기를 덜 뛴 이승기가 도움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까지 전북은 승리를 위한 닥(치고)공(격)을 이어갔다. 리그 1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춧가루 부대를 자청한 울산의 수비벽을 뚫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전북은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고, 이승기가 도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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