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한 장면. 일본 사무라이극과 고양이의 만남이 절묘한 재미를 준다.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한 장면. 일본 사무라이극과 고양이의 만남이 절묘한 재미를 준다. ⓒ 제인앤유


에도시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검객들이 암살전을 벌이고 단체로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에 맞서 누군가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호위무사를 고용한다. 당시의 풍경은 잔혹하고 위험천만하지만,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를 통해서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인공인 큐타로는 과거 '악마 마다라'라는 이름으로 불린 공포의 검객이다. '100명을 벤 남자'로 악명을 떨치면서 귀족의 호위무사로 일했었지만, 현재는 실직한 상태로 집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고향인 가가번에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다른 도시로 온 그는 집세를 내기도 힘든 궁핍한 상황에 처한다.

자금난을 해결하고자 우연히 도박장에 들렀던 큐타로는 지역의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에 눈에 띄어서 일거리를 제안받는다. 다름 아닌 '암살명령'이다.

고양이 암살을 지시받은 사무라이 큐타로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한 장면. 주인공인 검객 '큐타로'는 고양이 '하나도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한 장면. 주인공인 검객 '큐타로'는 고양이 '하나도조'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 제인앤유


타고난 검술실력에, 상대방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로 강인한 외모의 소유자인 큐타로. 하지만 그는 겉과는 다르게 마음이 너무 여려서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 결국 검객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일을 구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큐타로를 찾아온 조직폭력배는 "당신은 개가 좋으냐, 고양이가 좋으냐"고 묻는다. 그가 머물던 마을은 거대조직이 양분하여 다스리고 있는데, 한쪽은 '개'를 좋아하는 요네자와파이고 반대쪽은 '고양이'를 애호하는 아이카와파인 것. 애견파의 의뢰로 큐타로는 애묘파의 총애를 받는 고양이 '다마노조'를 살해할 것을 의뢰받는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면" 쉬울 것이라 생각한 큐타로는 거액의 대가를 받으면서 암살 의뢰를 수락한다. 그리고 그는 고양이가 있는 저택에 숨어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진지하고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에 모든 것이 반전된다. 동그란 눈을 하고 응시하는 다마노조의 등장에 칼을 든 자객인 큐타로의 마음이 흔들린다.

과연 큐타로는 임무를 완수하고 돈을 벌어 고향으로 당당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애견파와 애묘파의 피튀기는 전쟁은 어떤 방향으로 치닫게 될까? 관객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화면에 등장한 하얀 고양이의 매력 속으로 어느샌가 빠져들게 된다.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을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스틸컷. 주인공이자 귀여운 고양이 '다마노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매력을 뿜어낸다.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의 스틸컷. 주인공이자 귀여운 고양이 '다마노조'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매력을 뿜어낸다. ⓒ 제인앤유


고양이와 뜻밖의 동거를 시작한 큐타로는 과묵하고도 진중한 남자로 묘사되는 캐릭터이다. 영화에서 많은 대사가 나오지만 큐타로의 말은 대부분 독백으로 처리된다. 이것이 '검객과 귀여운 고양이의 조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둘의 만남은 관객을 상영시간 내내 미소짓게 만든다.

'애견파'와 '애묘파'로 나뉘는 두 조직의 코믹한 대결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으로 개그코드를 가져가면서도, 너무 오버하지 않고 적절하게 와닿는 장면들이 많다.

단순히 '고양이를 보기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기엔 드라마와 배우들의 연기력도 흠잡을 곳 없이 좋다. 주연배우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맡은 바 있고, 조연배우들도 적절하게 맡은 인물을 표현해냈다. 주연배우 중 핵심으로 꼽히는 '다마노조' 역의 고양이 연기도 수준급이다. 특히 객석을 향해 눈을 깜빡이면서 '윙크'를 날리는 장면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든 매혹될 듯하다.

일본 시대극이 보여주는 권력싸움과 암투, 고독한 검객의 모습과 동시에 흰 고양이 한마리가 뿜어내는 귀여움이 <고양이 사무라이>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심각한 이야기로 파고드는 영화나 빠른 내용 전개, 혹은 긴 상영시간에 지친 관객이라면 이 영화로 안정을 얻는 것은 어떨까? 애묘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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