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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학교 운영위원장 1만여 명을 불러 '박근혜 정부 국정 철학' 등의 연수를 벌이기 위해 위법 수의계약 계획 문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교육부 문서 '학부모 대상 정책연수 추진계획'을 보면, 교육부는 3억 8004만 원을 들여 해당 행사를 특정 민간 기관에 위탁했다. 자신들이 주관하는 연수에서 이 민간 기관에 장소와 강사를 섭외하도록 하고 행사 진행까지 맡기겠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 제한액 7배 초과했는데도 수의계약 계획... 법 위반

교육부가 지난 21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부모 연수 예산 배부 현황' 문서.
 교육부가 지난 21일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부모 연수 예산 배부 현황'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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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특정 연수를 벌이면서 민간 기관에 행사 진행을 맡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민간 기관 위탁 사업은 수의 계약(공개 경쟁을 통한 것이 아닌 특정 회사 임의 선정) 계획을 통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률(시행령)에 따르면 정부 행사 용역에 대한 수의 계약은 5000만 원 이하의 사업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제한선보다 7배 이상 큰 용역 계약을 자신들이 찍어 놓은  민간 기관에 수의 계약으로 맡기는 계획서를 만들었다. 계약서는 17개 시도교육청별로 2240여만 원씩의 용역비 계약을 일제히 맺도록 했다. 감사원이 엄금하고 있는 '쪼개기 계약'을 강요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 방안을 이미 지난 21일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오는 12월 10일부터 2015년 2월 12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인 이 연수는 교육부가 주최, 주관하는 행사지만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교육부와 구두 계약을 맺은 해당 민간 업체는 연수 장소 섭외를 끝낸 한편, 강사 섭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관계자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민간 기관을 선택해야 하지만 예산이 늦게 나와 급히 진행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면서 "앞으로 시도교육청이 장소 대여비와 강사비 등을 직접 행사장 호텔 쪽과 강사 당사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해당 민간기관에서는 행사진행 인력만 지원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행사 진행 인력만 지원받으면 법이 정한 수의계약 상한선 50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자 또 다른 '변칙 계약'을 맺겠다는 것이다.

위법 사실 드러나자 교육부 뒤늦게 "시정하겠다"

교육부가 만든 '학부모 정책연수' 문서에 적힌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 교안.
 교육부가 만든 '학부모 정책연수' 문서에 적힌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 교안.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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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육부가 이번 연수를 진행할 민간 기관으로 찍어놓은 업체는 재벌사 계열 회사인 A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보낸 문서에서 이 업체의 이름을 가린 채 '민간 위탁기관'이라고 적은 뒤 문의 전화번호만 기재했다.

1980년 ○○그룹 임직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직업 훈련기관으로 설립된 A업체는 최근에는 마케팅 훈련 등 산업별 특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교육부의 학교 운영위원장 연수를 위탁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벌 계열 업체에 법까지 어겨가며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밀어주려 한 교육부 관계자들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관계자는 "A업체를 선정한 것은 교육부 인력이 거의 없는 데다 이전에 호의적으로 교육사업을 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라면서 "교육부 실국장 등 상급자가 해당 업체에 계약을 맺을 것을 유도하지는 않았으며 내가 직접 선택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27일 자 "교육부, 학교운영위원 7만명 동원'박근혜 정부 국정철학' 교육 논란"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철학 학부모 동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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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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