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 무렵이 되면 이들의 운명은 모두 갈라져 있을 것이다. 아마도 저녁 회식 메뉴까지 달라지지 않을까? 뜨끈한 국물이 선수들의 가슴을 더 따뜻하게 만들지, 속을 더 쓰리게 만들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이 만든 38라운드 일정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하다. 하위 스플릿에 묶인 여섯 팀이 이렇게 마지막 라운드까지 치열하게 맞붙어야 하는 운명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세 경기 모두 2015년에 K리그 클래식(1부)에 살아남을 수 있느냐, 아니면 K리그 챌린지(2부)로 떨어져야 하느냐를 놓고 얽히고설켰다.

성남 FC, '성효 부적' 내릴 수 있을까?

 성남 FC의 역습을 이끌고 있는 날개공격수 김태환(2014.11.26 vs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사진)

성남 FC의 역습을 이끌고 있는 날개공격수 김태환(2014.11.26 vs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 사진) ⓒ 심재철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경기는 당연히 10위(37점, 골득실 -8)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성남 FC의 탄천 홈 경기다. 상대는 이미 홀가분한 8위의 몸 부산 아이파크인데 문제는 성남 선수들의 체력이다.

감동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는 했지만 지난 23일 치른 FC 서울과의 FA(축구협회)컵 결승전 연장전-승부차기의 피 말리는 승부가 지난 26일 저녁에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37라운드 방문 경기까지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기고 돌아와 마음은 기쁘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더구나 상대 팀 부산 아이파크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무승부도 없이 3패(2득점 6실점)다. 그 중 두 경기는 아예 1골도 못 넣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이기 때문에 '학범슨' 김학범 감독을 믿어야 한다.

방문 팀 벤치에 앉는 윤성효 감독의 부적이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정선호-김평래-이종원'이 버티고 있는 중원을 믿고 김태환과 김동희의 번개 같은 역습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간판 수비수 임채민이 경고 누적 징계로 이 중요한 경기에 뛰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지만 부산도 키다리 문지기 이범영부터 골잡이 박용지에 이르기까지 무려 세 명이나 징계를 받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성남과 함께 꼴찌를 전전하다 10월부터 9경기 연속 무패(5승 4무)의 반전 드라마를 만들며 강등권 탈출에 당당히 성공한 부산의 성효 부적이 보통 아니다. 그야말로 윤성효 감독은 '잔류 청부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셈이다.

이 경기 또 하나의 관심사는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팀을 위해 헌신할 두 선수(성남 DF 박진포, 부산 MF 임상협)의 맞대결이 묘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실제 포지션도 서로를 막아야 할 바로 그 자리다. 곧 머리 깎고 함께 애환을 달랠 동지가 될 입장이지만 이 경기만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밀어내야 할 상황이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면 두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경남 FC, 승리 말고는 기대할 것 없다

같은 시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상주 상무와 경남 FC가 맞붙는다. 홈 팀 상주가 이미 꼴찌를 확정지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다시 K리그 챌린지에 속해야 한다. 준 국가대표급으로 선수들이 모여들었지만 승격 1년만에 다시 미끄러지는 군인 팀의 한계 상황을 고질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올 겨울에 팔 곶감 손질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주 농민들에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실망을 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여섯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2무 4패에 내몰려 있다. 골잡이 조동건, 왼발잡이 미드필더 한상운, 슈퍼 서브 서상민, 노련한 수비수 강민수 등의 자존심이 발끈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들을 상대로 경남 FC가 대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비기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일주일 전 전남 드래곤즈와의 맞대결 1-3 패배가 쓰리다. 뒤도 돌아볼 것 없이 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탄천종합운동장 경기(성남 - 부산) 결과를 따져봐야 한다. 바로 위 순위표 성남 FC에게 승점 1점이 모자란 것이 가장 안타까운 점이다.

그래도 경남은 세르비아에서 데려온 골잡이 밀로스 스토야노비치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노련한 진경선이 이끌고 있는 미드필더진이 상주 상무의 벌어지는 1-2선 간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파고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남, 떠나는 하석주 감독에게 '고별 선물'을

상대적으로 강등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기라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역시 같은 시각 광양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맞대결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경기다.

안방 팀 전남은 이미 강등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나와 K리그 클래식 7위 자리를 확정지었지만 이 경기는 여러 모로 감회가 깊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 시즌 전남 드래곤즈의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 하석주 감독이 쓸쓸하게 팀을 떠나게 된 고별 경기다.

지난 여름까지는 전남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리그 3위 이내)을 다툴 정도로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팀의 간판 선수들(김영욱-이종호-안용우)을 내보내며 흔들리기 시작한 경기력이 억울했던 심판 판정의 고비를 끝내 넘지 못하고 하위 스플릿까지 주저앉은 것이다. 떠나는 하석주 감독의 뒷모습이 더 쓸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선수들은 하석주 감독에게 멋진 승리의 고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골잡이 스테보의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북의 우승을 이끈 라이언 킹 이동국과 13골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이동국이 종아리를 다쳐 재활 치료중이기 때문에 이 마지막 경기에서 쐐기를 박을 기회를 잡은 것이다.

스테보는 더구나 최근 두 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주일 전 상주 상무와의 안방 경기에서는 혼자서 두 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레안드리뉴,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 등의 특급 도우미들이 언제나 그의 큰 키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득점왕 등극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문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완전히 강등권(11위)을 벗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간힘을 쓰며 저항할 것이 뻔하다. 인천으로서는 네 골 차 이상으로 대패할 경우, 같은 시각 상주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경남 FC가 네 골 차 이상의 승리 결과가 나오면 11위로 급전직하한다. 승강 플레이오프 걱정을 경남이나 성남만 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천으로서는 전설의 역사를 쓰고 있는 최고령 현역 선수 김병지(44년 7개월 14일)의 골문을 뚫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지만 스테보의 득점왕 등극에 허술하게 일조했다는 핀잔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박태민-이윤표-안재준-김용환'과 절대 수문장 유현이 뛰는 수비 라인이 바짝 긴장해야 할 경기다.

어쩌면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나 전북으로 옮긴 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멋진 데뷔골까지 터뜨린 한교원으로부터 무언의 압력 전화가 왔을 지도 모른다. 스테보에게만이라도 골을 내주지 말아야 현재 한교원이 모시고 있는 이동국의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기당 득점률에서 이동국(0.42골)이 가장 앞선다. 물론, 일요일(11월 30일) 경기에서 수원의 산토스(13골)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성남과 맞붙는 부산의 임상협(11골)도 해트트릭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한편, K리그 클래식 경기는 아니지만 이 세 경기와 같은 시각에 K리그 챌린지의 더 흥미로운 맞대결이 펼쳐진다.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K리그 챌린지 최종 플레이오프 '안산 경찰청-광주 FC'의 맞대결이다. 여기서 이긴 팀이 바로 K리그 클래식 최종 11위와 운명의 승강 플레이오프(12월 3일, 12월 6일 홈&어웨이 두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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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K리그 클래식 하위 스플릿 최종 라운드 경기 일정(11월 29일 토요일 낮 2시, 왼쪽이 홈 팀)

★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탄천종합운동장)
성남 : 37점으로 현재 10위
부산 : 43점으로 K리그 클래식 8위(잔류) 확정

★ 상주 상무 - 경남 FC(상주시민운동장)
상주 : 31점으로 2015년 K리그 챌린지 강등 확정
경남 : 36점으로 현재 11위, 승강 플레이오프를 걱정해야 할 입장

★ 전남 드래곤즈 - 인천 유나이티드 FC(광양축구전용경기장)
전남 : 50점으로 7위 확정(FW 스테보, 득점왕 등극 가능성 남아 있음)
인천 : 39점으로 현재 9위, 대패할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가능성 있음

◇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순위표
1 전북 현대 37경기 80점 24승 8무 5패 60득점 21실점 +39
2 수원 블루윙즈 37경기 64점 18승 10무 9패 50득점 36실점 +14
3 포항 스틸러스 37경기 58점 16승 10무 11패 49득점 37실점 +12
4 FC 서울 37경기 55점 14승 13무 10패 40득점 27실점 +13
5 제주 유나이티드 37경기 54점 14승 12무 11패 38득점 35실점 +3
6 울산 현대 37경기 49점 13승 10무 14패 43득점 42실점 +1
-----------상 하위 스플릿 구분선---------
7 전남 드래곤즈 37경기 50점 14승 8무 15패 48득점 53실점 -5
8 부산 아이파크 37경기 43점 10승 13무 14패 37득점 48실점 -11
9 인천 유나이티드 FC 37경기 39점 8승 15무 14패 33득점 46실점 -13
10 성남 FC 37경기 37점 8승 13무 16패 31득점 39실점 -8
11 경남 FC 37경기 36점 7승 15무 15패 29득점 49실점 -20
12 상주 상무 37경기 31점 6승 13무 18패 36득점 61실점 -25 [K리그 챌린지) 강등 확정]
축구 성남 FC 경남 FC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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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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