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올해 스토브리그가 열린 후 가장 활발한 이적이 있었던 하루다. 신생 구단 KT위즈의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을 시작으로 FA 선수 4명의 이적 등 총 13명이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팀은 단연 12명의 선수를 새로 영입한 KT였다. KT는 특별지명을 통해 '슈퍼소닉' 이대형, '김상사' 김상현 등 9명을 영입했고 FA시장에서 준척급 FA 3명(김사율, 박기혁, 박경수)과 계약하며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하지만 한 선수에게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팀은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는 4년 총액 32억원(계약금10억+연봉18억+옵션4억)의 조건으로 좌완불펜 권혁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권혁은 '야신식 불펜야구'의 선봉장으로 내년부터 한화의 불펜진을 이끌 수 있을까.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좌완 셋업맨, 원포인트 릴리프로 전락

권혁이 고교 졸업반이던 2001년,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인 대구 경북지역의 최대어는 단연 대구 고등학교의 에이스 윤길현(SK와이번스)이었다. 윤길현은 이미 2학년때 대구고를 전국체전 우승으로 이끌며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삼성의 1차지명 선수는 윤길현이 아닌 권혁이었다. 다소 마르고 호리호리한 윤길현보다는 큰 장신과 건장한 체구에 좌완이라는 이점까지 갖춘 권혁의 성장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윤길현이 SK에서 입단 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1군 투수로 자리를 잡은 반면에 권혁은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좀처럼 1군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급기야 2005년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상을 탈출한 권혁은 단단하게 돌아왔다. 2007년 정현욱(LG트윈스), 권오준과 함께 본격적으로 삼성의 필승조에 합류한 권혁은 60경기에서 7승1패19홀드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셋업맨으로 떠올랐다.

2008년에는 6승15홀드 1.32로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로 활약하며 군면제 혜택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21개의 홀드를 기록한 권혁은 생애 첫 홀드왕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2007년부터 4년 동안 삼성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하던 권혁은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2011년부터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말았다. 특히 2010년 차우찬이라는 전도유망한 좌완 투수가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이 권혁의 존재감이 작아진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결국 권혁은 삼성이 통합 4연패를 달성한 4년 동안 짧은 이닝 만을 소화하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전락했다. 권혁은 지난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공 1개만 던지고 시리즈 내내 불펜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 보는 신세가 됐다.

김성근식 불펜 야구에서 더욱 커질 권혁의 비중

권혁은 삼성과의 FA우선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시장에 뛰어 들었다.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불펜보강이 절실했던 한화가 권혁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유창식과 송창현을 선발요원으로 분류한다면 현재 한화는 좌완불펜요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는 박정진과 윤근영 정도가 1군에서 활약했는데 공교롭게도 윤근영은 같은 날 특별 지명을 통해 KT로 이적이 확정됐다.

따라서 권혁의 합류는 매우 시기적절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SK 감독 시절부터 정우람, 이승호, 전병두, 고효준 등 좌완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검증된 좌완 권혁은 한화의 '맞춤형 투수'가 될 수 있다.

변수는 권혁의 이닝 소화 능력이다. 권혁은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연 평균 70이닝을 던졌지만 최근 4년 동안에는 평균 4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특히 올 시즌엔 8년 만에 40경기 미만(38경기 34.2이닝)을 소화했을 만큼 등판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하지만 한화에서는 권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또 한 명의 좌완 불펜 박정진이 1976년생의 노장인데다가 윤기호, 김기현 등은 1군에서 검증되지 못한 자원이다. 따라서 권혁이 최소 50경기에서 50이닝 이상을 던져줘야만 불펜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4년 연속 1위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권혁은 내년부터 3년 연속 꼴찌팀에서 활약하게 됐다.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권혁은 자신의 활약 여하에 따라 이글스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권혁을 위한 무대는 마련됐다. 이제는 권혁이 스스로를 증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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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권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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