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앤 더머 투 메인 포스터

▲ 덤 앤 더머 투 메인 포스터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때로 한 편의 영화가 너무도 큰 반향을 일으킨 나머지 그 제목이 현실서 통용되는 단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롭 라이너의 스릴러 영화 <미저리>나 패럴리 형제의 <덤 앤 더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영화들이 거둔 성공이 엄청났던 나머지 지금껏 수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으나 감히 원작의 명성에 도전할 만한 작품은 지금껏 단 한 편도 없었다. 헐리웃의 거대 제작사들이 속편 제작에 여러차례 나섰다가 하차하기를 반복한 것도 이 영화들의 남다른 명성과 그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20년 간 바보 캐릭터나 화장실 유머를 내세운 코미디라면 <덤 앤 더머>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고 또 그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웠으니 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과도 같은 존재였다.

역대급 바보들이 돌아왔다

2014년 11월. 코미디 영화의 팬이라면 솝꼽아 기다렸을 소식이 전해졌다. 패럴리 형제가 전설적인 데뷔작 <덤 앤 더머>를 내놓은지 꼭 20년 만에 그 속편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명배우라 불려도 손색없는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가 해리와 로이드의 옷을 다시 입었고, 2005년작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이후 고전하고 있는 패럴리 형제가 왕년의 전공을 다시 살렸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납치된 남편을 구하기 위해 인질범들에 전하려던 가방을 분실물로 착각하고 이를 돌려주기 위해 매리를 쫓았던 해리와 로이드. 그리고 돈을 되찾기 위해 이들을 뒤쫓은 인질범들. 그로부터 속속들이 드러나는 음모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코미디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한 편의 소동극이 유쾌하고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된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덤 앤 더머 투 20년이 흘렀어도 여전한 해리(제프 다니엘스)와 로이드(짐 캐리)

▲ 덤 앤 더머 투 20년이 흘렀어도 여전한 해리(제프 다니엘스)와 로이드(짐 캐리) ⓒ 씨네그루(주)다우기술


인간 평균 뇌사용량 10%, 얘네는 1%에 육박한다

<덤 앤 더머 투>는 전편이 끝나고 20년이 흐른 뒤에 펼쳐지는 해리와 로이드의 두 번째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해리와 로이드의 지난 20년을 짤막하지만 엄청난 오프닝 안에 유쾌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영화는 곧바로 이들의 유쾌한 여정을 뒤따르기 시작한다. 전편의 이야기가 주인 잃은 가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해리가 입양된 자신의 딸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며 이를 해리와 로이드의 특별함을 통해 극복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하겠다.

영화는 전편이 그러했듯 해리와 로이드가 여행을 떠나는 동기나 전개, 결말보다는 이들이 여정 가운데서 그리는 유쾌한 소동 그 자체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머릿 속을 비우고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더없이 유쾌하고 흥겨운 순간들이 쉴새없이 몰아친다. 엉뚱하고 지저분한 유머가 전편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높은 비율로 성공하기에 유쾌하게 런닝타임을 즐길 수 있을 듯 보인다. 특이한 점이라면 감독이 기존의 유머코드에 성적인 농담을 상당부분 가미해 전작과의 차별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미국식 유머 코드도 적지 않게 섞어놓아서 일부 관객들에겐 웃기지 않거나 심지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년의 시간을 초월해 여전히 망가질 수 있는 두 배우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덤 앤 더머>가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두 차례의 반전이 엄청나고 해리와 로이드가 쏟아내는 유머들이 보는이로하여금 어느 순간 스스로마저 놀랄 만큼 마음껏 웃게 만드니, 그저 이대로도 좋지 아니한가? 나이가 들고 타율이 조금 떨어졌지만 타석에 서는 것 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타자처럼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의 연기는 여전히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최첨단 SF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놀라운 착시효과가 세 차례나 반복해 등장하고 서비스 컷으로는 원작과 속편이 함께 지나가며 추억을 자극한다. <덤 앤 더머>의 열성 팬임을 밝히며 제작을 지원했던 제니퍼 로렌스는 해리와 로이드의 옛 여인으로 까메오 출연하고 짐 캐리는 죽지 않은 개인기를 과시한다. 영화 후반부의 예고처럼 3편 없이 4편이 바로 나오는 첫 번째 영화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생각까지 든다.

지난 27일 개봉한 <덤 앤 더머 투>는 첫 날 전국 342개 상영관에서 2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했다.

덤 앤 더머 투 씨네그루(주)다우기술 바비 패럴리 피터 패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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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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