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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시내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 정면
 파리 시내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 정면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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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위치에 퐁피두 센터가 있다. 전형적인 유럽풍과 오스만풍의 건물 속에 거대한 파이프 관 수십 개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이 독특한 건물이 세워져 있다. 바로 파리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가 된 퐁피두 미술관이다.

이곳에 새로운 문화 시설을 건축하려는 시도는 1969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퐁피두 대통령은 이곳에 일반 대중도 드나들 수 있는 대형 도서관 건축을 생각하고 있었고, 일부는 당시 도쿄궁전(팔레 드 도쿄)에 방치 상태로 있던 현대예술 미술관을 이전시키려는 계획을 갖기도 했다.

결국 다문화 공간인 퐁피두 센터를 건축하기로 하고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건축가를 공개 채용했다. 49개국에서 참가한 681명의 후보 중에서 세 명의 건축가 프로젝트가 선정되었다. 당시 무명이던 이태리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지앙프랑코 프란치니(Gianfranco Franchini), 그리고 영국인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선정되었고, 실제 프로젝트 실행은 피아노와 로저스 둘이서 담당했다.

파리의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센터

 뒤쪽에 위치한 도서실 입구, 줄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뒤쪽에 위치한 도서관 입구, 줄 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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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과 유리로 구성된 이 건물은 건물의 재료부터 특이할 뿐 아니라 보통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시설을 파이프 형식으로 밖으로 빼낸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결국 건물의 전기, 수도, 가스 배관뿐 아니라 모든 기술적인 장치가 파이프 형식으로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색으로 그 용도를 구분하여 파랑색 파이프는 공기 배관, 노랑색은 전기, 녹색은 수도, 빨강색은 사람들의 통로라는 식으로 이용도를 표시했다.

결과적으로 텅 비게 된 내부 면적은 7500㎡에 해당하는데, 그때그때 용도에 맞게 재구성이 가능한 미래형 건축물이다. 획기적인 이 건물은 건축 초기에 다수의 비판자들로부터 '석유 정유소 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파리의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식 건물로 유명하다.

퐁피두 센터는 1977년 1월 31일 개관했다. 개관 이래 수많은 이들이 드나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됨으로써 파리 방문 시 놓쳐서는 안 되는 유명 장소 중 하나가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문화센터가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5층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피카소, 마티스, 드렝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개관 이래 20년 동안 1억5천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퐁피두 센터는 1997년 10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대대적인 보수작업 후 21세기를 시작하는 2000년 1월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로도 방문객의 수가 끊이지 않아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1만6천 명이고, 매일같이 방문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된다.

소외계층에게 개방된 공공도서관... '민주화된 자유공간'

 퐁피두 센터 내부
 퐁피두 센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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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2·3층에는 BPI(Bibliotheque publique d'information, 정보 공공 도서관)가 있다. 파리 시내에 있고 장소가 넓으며 수많은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학 도서관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도서관에는 다른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개관 당시부터 적용된 '민주화된 자유공간 개념'에 의해 대학생뿐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다는 점이다. 또한 개관 시간이 다른 도서관보다 긴데(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낮 12시에서 오후 10시까지 개방) 이 점 역시 사회 소외 계층이 이곳을 많이 드나들게 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사회 소외 계층이 퐁피두 센터에 드나드는 것을 확인한 센터 측에서는 세르즈 포감(Serge Paugam)과 캬밀라 지오르제티(Camila Giorgetti)에게 이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소외 계층의 사회적 연대에 관한 수많은 책을 출판한 세르즈 포감과 노숙자에 관심이 많은 사회학자 캬밀라 지오르제티는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랜 기간 동안 이들을 연구하고 관찰하며 인터뷰해 2013년 <도서관에서의 가난한 자들, 풍피두 센터 앙케트>(PUF 출판사)를 출판하였다.

이 책에 따르면 이곳을 드나드는 사회 소외 계층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에 속하는 이들이 실업 등으로 사회에서 일시적으로 떨어져 나온 취약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매일같이 이 도서관을 찾아와서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열람하면서 새로운 구직 광고에 몰입하거나 도서관에 마련된 '본인 연수 공간'에서 외국어 교육 등 자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인터넷 이용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외형적으로 다른 이용자들과 구분되지 않고 보통 오후 5시나 6시에 자리를 뜸으로써 직장인과 같은 자세를 보인다. 이들의 특성은 자신들보다 더욱 소외된 자들과 접촉을 꺼린다는 것. 그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그들과 같이 될까 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혼자서 도서관에 배치된 여러 자료를 이용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보려고 노력하므로 당연히 자신의 상황을 타인에게 드러내기를 거부한다. 이들을 식별하여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추위 피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저녁식사까지

 도서실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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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에 속하는 사회 소외 계층은 의존단계에 해당하는 자들로, 특히 사회 보조금 수혜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더 이상 직업 구하기를 포기한 자들로 특히 타인을 만나거나 하루를 채우기 위해 도서관에 드나든다. 일부 정년퇴직자들도 마치 제2의 집처럼 드나드는데, 점심을 챙겨오거나 구내식당에서 사먹거나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데 전념한다.

이들은 여기서 때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새로운 연인을 구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사정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이 새로운 교육을 자체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이곳을 드나드는 자들도 있고, 오래 꿈꾸던 소설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 드나드는 자들도 있다. 이 외에도 이곳은 파리에 사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아티스트들이나 시험에 탈락한 대학생들에게 지적인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결국 이 도서관은 가난하지만 문화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 평생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것은 문화가 모든 사회 계층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 점이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이다. 문화는 부유층만의 소유가 아닌 것이다.

세 번째에 해당하는 사회 소외 계층은 사회와 완전히 두절된 자들로, 이들은 특히 겨울에 따듯한 내부 공간을 찾기 위해, 의자에 앉기 위해 등 오로지 육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곳을 드나든다. 이들은 옷차림이 허술하고 때로는 심한 악취를 풍기는 등 겉으로 보기에도 소외 계층이라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들 중 일부는 약간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도 이곳은 민주적인 장소로 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2012년 1월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심한 냄새를 풍기는 한 가족을 강제로 퇴장시킨 바 있는데, 그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갈 곳이 없고 찾아갈 가족이 없어서 제일 서러운 크리스마스 때, 이들에게 저녁을 제공하는 곳도 이곳이다.

나날이 거세어지는 자본주의의 압력으로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하락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오늘날이다. 특히 파리는 비싼 주거비로 인해 소외 계층으로 떨어질 확률이 지방보다 높다. 이들 소외 계층 중에는 혼자 사는 이들이 과반수라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가 요구되고 있는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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