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하는 막내 구단 KT 위즈가 전력 구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T가 제출한 각 구단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 선수 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KT는 투수와 포수, 내야수, 외야수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고르게 선수를 선발했다.

2009년 MVP출신 김상현(1980년생)은 당장 내년 시즌 즉시 전력감으로 선발했고, LG 트윈스에서 영입한 1995년생 배병옥은 미래를 위한 선발이다. 그런데 9명의 이름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 하나가 보인다. 바로 올시즌 KIA 타이거즈의 간판 타자로 활약했던 이대형이다.

KIA에서 부활한 슈퍼소닉, 1년 만에 고향 떠나

광주 토박이인 이대형은 연고팀인 KIA가 아닌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3년째인 2005년부터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대형은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2007년 타율 .308 53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과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이대형은 폭발적인 도루 능력뿐만 아니라 드넓은 잠실 구장 외야의 중앙를 아우르는 넓은 수비 범위, 그리고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매까지 두루 갖추며 '슈퍼소닉'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2009년을 정점으로 타율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 이대형은 작년 시즌 FA를 앞두고 타율 .237 10도루에 그치며 주전 도약 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다. 이대형은 FA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고향팀 KIA에서 이대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KIA는 타격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알려진 이대형과 4년간 총액 24억 원의 규모로 FA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이대형은 올 시즌 타율 .323 149안타 22도루로 멋지게 부활하며 자신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이대형과 KIA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KIA가 KT의 특별지명을 위한 보호 선수 20인 명단에 이대형의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검증된 선수가 부족했던 KT는 '당연히' 이대형을 지명했고 이대형은 입단 1년 만에 고향팀을 떠나게 됐다.

 KT 위즈로 이적한 이대형

KT 위즈로 이적한 이대형 ⓒ 연합뉴스


센터라인 붕괴된 KIA, 이대형의 대안이 있을까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은 신생구단이 생겼을 때 신생팀의 전력 강화와 나머지 구단과의 전력 균형을 위해 진행된다. 보호 선수가 20명이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팀의 주전 선수와 핵심 투수들을 우선 보호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신생 구단은 전성기가 지난 노장 선수나 기회를 잡지 못한 백업 요원, 그리고 꽃을 피우지 못한 유망주들을 지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 전 NC다이노스도 모창민, 김태군, 김종호 같은 유망주들을 선발해 주전으로 키운 바 있다.

올해의 KT 역시 1995년생 배병옥을 비롯해 1994년생 정현(삼성 라이온즈), 1991년생 정대현(두산 베어스), 1990년생 이성민(NC) 같은 어린 선수들을 대거 지명했다. 이들 사이에 프로에서 12년을 보냈고 올해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 이대형이 들어간 것이다.

KIA는 팀 내·외야 자원이 많아 어린 투수들 위주로 보호 선수 명단을 짜다 보니 이대형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인 선에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대형은 올해 기아에서 타석, 타수, 최다안타, 득점, 3루타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다. 도루와 출전 경기에서도 각각 김주찬, 안치홍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로 그만큼 팀 공헌도가 높은 선수다. 만약 KIA가 자체적으로 올 시즌 MVP를 선발한다면 이대형은 양현종, 안치홍과 함께 '최종 3인'에 선발됐을 것이다.

그런 이대형이 10명도 아닌 20명의 보호 선수 명단에 제외된 것이다. 이대형의 이탈로 KIA는 차일목(FA)-안치홍-김선빈(이상 군입대)-이대형(KT특별지명)으로 이어지는 올해 주전 센터라인이 완전히 붕괴됐다.

분명한 사실은 이대형이라는 뜻밖의 '월척'을 낚은 KT가 당장 내년 시즌 중견수와 1번 타자 고민을 덜었다는 점이다. 물론 프로야구 최고 꽃미남의 가세로 유니폼 판매라는 부가가치 창출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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