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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고자동차 30만6970여 대(15억412만 달러)를 수출했다. 이중 약 80%인 24만5000여 대가 인천항을 통해 수출됐다. 주된 수출지역은 이슬람 지역인 북아프리카와 중동이다. 가장 수요가 높은 나라는 리비아와 요르단이다. 리비아는 내전으로 인해 국내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세계 3대 산유국에 속하는 나라로써 중고차 수요가 높다. 요르단은 중립국이라, 한국 중고차를 수입해 인접한 중동 국가에 판다.

인천에는 인천 경인항 북단 경인아라오토단지, 인천 북항 인근 율도단지와 엠파크, 송도유원지 등에 중고차단지가 조성돼있는데, 이곳들에서 아랍계 바이어와 중개상인 7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시사인천>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비아의 하이삼씨와 오므란씨, 요르단의 아나스씨, 우즈베키스탄의 나샤흘러씨 등 중고차 수입업자를 만나, 한국 중고차 수요가 높은 이유와 향후 전망, 인천에서 일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 기자 주

리비아, 한국 중고차 수출시장의 '큰손' 부각

리비아 두룹 하이삼 사장.
▲ 하이삼 리비아 두룹 하이삼 사장.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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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중고차 수입 거상인 두룹리비아 하이삼 사장은 2006년부터 한국 중고차와 신차를 리비아에 수입하기 시작했다.

하이삼 사장이 처음 시작할 때 중고차와 신차의 수입량은 한 달에 각각 50대와 20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고차 월 500~700대, 신차 월 300~350대를 수입한다. 11월에는 중고차 1200대와 신차 1600대를 계약했다.

하이삼 사장이 리비아 외 인도에서 계약한 현대자동차만도 약 500대에 달한다. 최근에는 르노삼성과 300대 수입을 계약하면서 르노삼성 딜러십(=리비아 르노삼성 총판 대리점) 계약을 앞두고 있다. 조만간 현대차와도 딜러십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이삼 사장은 "리비아에 한국 차가 제일 많다. 약 60% 정도가 한국 차다. 한국 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우선 가격 대비 성능이 좋고, 중고차도 연식이 오래되지 않았으며, 또 애프터서비스(A/S)가 용이하다. 부품가격도 유럽 차 등에 비해 저렴하다"고 한 뒤 "중고차시장에서 성능 좋기로 한국 차와 일본 차가 인기 있는데, 일본 차는 우(右)핸들이라 구매자들이 한국 차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에서는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인기 있다. 하이삼 사장은 그 이유가 A/S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중고차의 경우 아무 자동차정비센터에서 수리가 가능하지만, 신차의 경우 일정기간 무상보증수리가 돼야하는데, 그런것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A/S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이삼 사장은 "물론 리비아의 정비기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비센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2007년 식 한국 중고차는 지금도 잘 굴러가지만, 신차의 경우 1년이 채 안 됐는데도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서 수입하는 중고차의 절반도 한국 차

리비아 중고차 바이어 오므란씨.
▲ 오므란 리비아 중고차 바이어 오므란씨.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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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중고차를 선적한 리비아 행 선박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지나 홍해로 들어간 다음 수에즈운하를 관통해 지중해연안 미수라타항에 도착한다. 그런데 리비아에서 지중해 바로 건너편에는 유럽이 있다. 가까운 유럽의 자동차를 놔두고 머나먼 한국에서 수입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하이삼 사장은 "10년 된 유럽산 중고차나 한국산 중고차의 성능이 비슷하다. 그런데 한국 차 부속품이 싸고, 자동차구조 또한 정비하기 더 쉽다. 배우면 누구나 수리할 수 있다. 반면 유럽 차는 부품도 비싸고, 수리하는 기술력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에서 2001년 식 BMW525를 230만원, 2003년 식 뉴아반떼 엑스디를 250만원에 샀다. 리비아에 가서 팔면 아반떼는 일주일 안에 팔리지만, BMW는 최소 2~3개월 걸린다. 부속품 구하기와 정비가 어려워, 구매자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이삼 사장의 설명을 정리하면, 2012년에 한국 중고차 약 16만대가 리비아에 수입됐다. 그중에서 하이삼 사장이 12만여대를 수입했고, 다른 회사가 약 4만대를 수입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4만 5000대 정도가 수입됐는데, 이중 절반은 한국 자동차였다.

2013년에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차는 13만대인데, 이중 하이삼 사장이 수입한 게 9만 5000대고 다른 회사가 약 3만 5000대를 수입했다. 같은해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한 게 1만 5000대 정도인데, 여기서도 50%는 한국차였다.

한국 중고차의 중동 진출 관문 요르단

요르단 중고차 바이어 아나스씨.
▲ 아나스 요르단 중고차 바이어 아나스씨.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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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은 2012년에 한국에서 중고차와 신차를 합해 약 50만대 수입했다. 중동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자주 등장하는 '암만'은 요르단의 수도이다.

인천항에서 자동차를 싣고 떠난 선박은 인도양을 지나 홍해로 들어가 요르단 남부 아카바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내륙 운송을 통해 자르카프리존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사우디아라비아ㆍ시리아ㆍ이라크로 보낸다. 요르단이 홍해지역의 허브인 셈이다.

인천항에서 요르단으로 수출된 중고차는 2009년 7만 6000여대에서 2012년 9만 9500여대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7만 4500여대로 줄었지만, 요르단은 리비아와 더불어 여전히 한국 차 주요 수입국이다.

요르단은 중고차보다 신차 수입이 많은데, 이는 중고차에 붙는 관세 때문이다. 리비아는 수입관세가 없지만, 요르단은 있다.

한국 차를 1995년부터 수입하기 시작한 요르단의 아나스씨는 "중고차에 대한 관세가 100%인 반면, 신차에 대한 관세는 30%다. 한국에서 중고차를 가지고 가면 신차와의 가격차가 200만원밖에 안 된다. 그래서 중고차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아나스씨는 1998년까지 신차 위주로 수입하다가 1999년부터 원화 환율이 오르자 중고차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독일 차를 더 선호했다.

그는 "1998년에 한국 차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옵션이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하이삼씨 말처럼 한국 차의 성능이 유럽 차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요르단 정부가 2006년에 수입차 연식을 제한하고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변했다.

아나스씨는 "연식 제한이 생기기 전에는 차를 구하기 쉬웠고, 환율도 유리했다. 게다가 관세도 30% 정도였다. 또 한국 차 부속품이 없어도 일본 미쯔비시 부속품과 맞았다. 부속 구하기가 쉬워 중고차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래도 요르단에서 한국 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아울러 2010년 이후 연식 제한이 다소 완화(5년 이내)된 것도 한몫했다. 아나스씨는 "일단 유로화 강세로 인해 유럽 차가 너무 비싸고, 부속품도 비싸다. 그래서 한국 차의 인기가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TSR과 TCR로 운송

우즈베키스탄 중고차 바이어 나샤흘러씨.
▲ 나샤흘러 우즈베키스탄 중고차 바이어 나샤흘러씨.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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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와 중동만큼은 아니지만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도 한국 중고차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우핸들 차량 수입을 금지해, 한국 차가 유리한 조건에 있다.

중앙아시아와 러시아가 한국 차를 선호하는 까닭은 중동에서 인기 있는 이유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로 수출하는 운송방식이 남달라 운송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인천에서 중고차를 수입해 중앙아시아로 판매하는 우즈베키스탄 나샤흘러씨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로 보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보내 거기서 TSR(Trans-Siberian Railway: 시베리아횡단철도)에 실어 보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톈진항으로 보내 거기서 TCR(Trans-China Railway: 중국횡단철도)에 실어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배에 실어 톈진이나 블라디보스톡에서 하역하고 이를 다시 철도에 실어 보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이 과정에서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수입 중고차 가격이 높아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고차수출, #리비아, #요르단, #인천항,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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