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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세 모녀법'이라고 불리는 국민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여야 간 이견을 절충해 법안을 의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법안 심사소위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과 더불어 '복지 3법'으로 불린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법도 함께 통과시켰다.

지난 2월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빈곤 사각지대'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들이 왜 죽음으로 떠밀렸는지도 화두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제2의 세 모녀'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또한 이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사각지대 발생의 제 1원인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합의가 이루어지자마자 연신 기사를 내보내며 정부가 내놓은 세 모녀법이 역대 최대 규모의 개정이고, 우리나라의 복지 사각지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연 부양의무자 기준은 이번 개정안에서 해결됐을까?

결실을 맺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에 반대하는 시민 사회 단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합의에 대해 '결실을 맺었다'고 표현했다.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 날인 지난 1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원내 대책회의를 통해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교육 급여 분야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등 수많은 시민 단체들과 진보 정당들은 '세 모녀를 구하지 못한 세 모녀법'이라는 성명을 내놓으며 이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개정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빈곤층의 권리 구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키는 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사항으로는 빈곤층의 사각 지대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된 의견이다.

이에 이번 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 내용 중 가장 큰 성과로 표현된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 알아보고, 빈곤층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통과된 부양의무자 기준 개정안의 내용
사회가 밀어낸 '세 모녀'. '제2의 세모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밀어낸 '세 모녀'. '제2의 세모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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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국민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내용 중 부양의무자 기준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현재 부양의무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월 346만 원을 넘으면 '부양의무 있음'으로 판정하여 수급권을 박탈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를 완화하여 4인 기준 월 507만 원으로 개편되었다.
② 부양의무자 가구 4인 가족 기준 월 212만 원을 '부양비 부과 기준선'으로 잡아 이 이상의 소득이 있을 때는 기준 소득 초과액의 30%를 간주 부양비로 인정해 이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판단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를 상향 조정해 4인 가족 기준 월 404만 원까지 완화했다.
③ 급여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라는 급여 체계 개편 취지를 고려해 교육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④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장애로 인해 생계비가 추가로 소요(의료비, 장애용구)되므로 생계부담이 커 추가적인 부양의무가 과중한 점을 반영,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 부양의무 소득과 재산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교육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이번 개정안은 이전에 비해서 진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부는 이번 부양 의무자 기준의 완화로 사각지대의 약 13만여 명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것이 복지 사각 지대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사각지대 규모 충족 못한 개정안

사실 이번 개정안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크게 줄이는 것'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숫자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실태조사 결과 2010년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최저 생계비 미만이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초과해 급여를 받지 못한 빈곤층이 117만 명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약 13만 명 뿐이다. 사각지대 규모인 117만 명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이다. 아직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 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것은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는 교육 급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유지하는 데 동의하기로 했다. 사실 수급자의 입장에서 가장 절박하고 중요한 것은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이 두 급여는 바뀐 것이 없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요 예산이 적은 교육 급여 부분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것이다. 참여연대 김잔디 간사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교육 급여 수급자는 일부 늘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는 현 상태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번 개정안은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핵심 지점을 교묘히 피해갔다.

부양의무자 제도의 문제점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과거 2012년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점을 6가지로 들어 이야기했다.

첫째,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 시대에서 빈곤층과 저소득층 가족에게 경제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또 다른 굴레를 씌우는 것.

둘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효'라는 명목 하에 국가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있음.

셋째, 부양의무제로 이루어진 사슬은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기는커녕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으며, 국가는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안정적으로 보장·지원해 국가의 동력으로 키워내야 함.

넷째, 취직과 수입이 매우 불안정하고, 설사 취업이 되더라도 비정규직·해고 등에 시달리는 청년층에게 부양의무자 기준은 너무나도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음.

다섯째, 세대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을 장려해야 할 국가가 도리어 '부양의무자'라는 이름으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갈라서게 만들고 있는 실정.

여섯째, 부양의무자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자식, 부모와의 단절을 증명하는 관계 단절 확인서와 부양 기피 사유서 등을 제출해야하는데, 그 소명 과정이 수급자에 가혹한 비인권적인 소지가 있음. 빈곤층의 경우 가족관계마저 단절되었음을 소명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정을 도리어 해체하는데 일조하고 있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해답이다

지난 3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왼쪽부터) 정호준, 정성호, 최동익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창당 후 제 1호 법안인 '복지사각지대해소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1호 법안' 제출 지난 3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왼쪽부터) 정호준, 정성호, 최동익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창당 후 제 1호 법안인 '복지사각지대해소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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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나 사위, 며느리가 일부 소득이 있다고 해서 수급 자격을 박탈 당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이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의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고 세대 간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었다. 이런 내용만 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은 필요가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폐지는 이미 과거부터 수많은 시민 사회 단체와 진보 정당들이 요구해온 사회적 목소리였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세 모녀 사건' 이후인 지난 2월 28일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폐지한 국민 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으나 정부와 여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는 빈민층을 보호하는 최소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법안 소위 통과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전체 회의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하루 빨리 지금의 개편을 멈추고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안을 받아들이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윤미연 진보정책연구원 복지전문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진보정책연구원 홈페이지(www.uppi.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부양의무자기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세모녀, #세모녀법, #복지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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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책연구원은 통합진보당의 싱크탱크입니다.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래 10년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며 진보의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매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진보적 시각으로 분석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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