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 나온 장원준의 선택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4년간 88억원을 제시받고도 이를 거부, FA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투수 장원준에게 프로야구 각 구단 및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장원준.

▲ FA시장 나온 장원준의 선택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4년간 88억원을 제시받고도 이를 거부, FA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투수 장원준에게 프로야구 각 구단 및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10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역투하는 장원준. ⓒ 연합뉴스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장원준(29)의 거취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원준은 원소속팀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되며 FA 시장에 나왔다.

롯데 구단은 장원준을 잡기 위하여 FA 역대 최고액인 4년 총액 88억 원을 베팅했다고 밝혔으나 장원준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롯데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포수 강민호를 잔류시키는 데 총 75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기록은 올해 최정이 SK와 4년 총액 86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깨졌다.

올해 FA 시장 빅4로 꼽혔던 선수들 중에 남은 것은 장원준이 유일하다. SK 최정, 삼성 윤성환(4년 80억 원)과 안지만(4년 65억 원)은 모두 최고대우로 원소속팀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장원준이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한 롯데를 뿌리치고 FA 시장에 나온 것을 두고 여론의 반응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장원준이 지나치게 돈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롯데 둥지에서 벗어난 장원준, '돈' 때문만은 아니지만...

2004년 롯데에서 데뷔하여 9시즌을 활약한 장원준은 통산 85승 77패 자책점 4.18을 기록중이다. 2008년부터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고 군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던 2011년에는 180.2이닝 동안 15승 6패 자책점 3.14로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올 시즌에는 10승 9패, 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줄곧 롯데에서만 활약하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미지도 강하다.

장원준이 수준급 선발투수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과연 FA 역대 최고액을 다툴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장원준의 장점은 꾸준하고 안정적이라는 데 있다.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할 경우 10승 이상은 보장한다. 큰 부상 경력도 없어서 최근 7년간 2010시즌을 제외하고 항상 150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해왔다.

하지만 장원준이 풀타임 선발로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기록한 시즌은 고작 세 차례 (2006, 2008, 2011)뿐이다. 15승 이상도 단 한 차례뿐이고,  리그를 호령할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시즌은 전무하다. 당연히 MVP같은 개인 타이틀 수상 경력도 없다. 3~4 선발 정도라면 높은 평가를 받기 충분했겠지만, 한 팀을 거머쥘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성적표다.

냉정히 말해 장원준은 비슷한 시대에 활약했던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 같은 선수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올해 미국 진출을 타진했던 김광현과 양현종은 포스팅 시스템에서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 원) 이하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FA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웬만한 준척급 선수 한 명을 영입하기에도 벅찬 금액이다. 장원준이 국내 FA 시장의 거품을 등에 업고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취임한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 취임한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지난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롯데는 CCTV 파문 이후 프런트를 전면적으로 교체했다. ⓒ 연합뉴스


물론 돈만으로 장원준의 FA행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장원준이 롯데의 제의를 거절한 배경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구단 내홍으로 곤욕을 치렀다. 선수단 내 CCTV 불법 촬영사건 등으로 구단과 선수들 사이의 상호 신뢰가 깨졌다. 당시 사건에 관련된 프런트가 전부 교체되며 뒤늦게 수습하기는 했지만,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몸값과 상관없이 롯데에서의 미래에 회의를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원준이 롯데를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싶다는 속내는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FA 선수들의 몸값이 한껏 올라간 지금, "시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너무 뛴 몸값... 장원준 스스로의 '값어치' 증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장원준의 본심이 어찌됐든, 현재 그의 시장가가 경력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형성되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장원준의 영입을 노리는 구단들로서는 최소한 롯데가 제시한 88억 원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베팅을 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보상액을 감안하면 100억 원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장원준 정도의 성적이라면 40~50억 원대(김주찬-이택근 기준)로도 충분히 대박 계약이라고 할 수 있을 조건이다.

하지만 지금 그 정도의 금액으로 장원준을 잡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장원준과 커리어에서 비교대상이 될 만한 삼성 윤성환(통산 82승 55패. 자책점 3.88)이 4년 80억 원에 계약한 것을 감안할 때, 장원준이 아무리 몸값을 낮춘다고 해도 윤성환 정도의 대우가 기준이 될 것은 유력하다. 장원준이나 그의 영입을 추진하는 구단이나 '몸값 거품'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장원준의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구단은 LG와 한화 정도다. LG는 선발 자원이 풍부하지만 확실한 좌완이 없는 게 약점이었다. 토종 투수진의 주축을 이루는 우규민과 류제국이 올 시즌 후 수술대에 오르며 다음 시즌 초반 결장이 예고되는 것도 변수이다. 장원준이 합류할 경우 LG는 다음 시즌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루카스 하렐에 이어 장원준-우규민-류제국으로 좌우 균형이 이뤄진 확실한 5인 선발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 LG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양상문 감독은 과거 롯데 시절 장원준을 지금의 선발투수로 키워낸 은사이다. 이 점도 장원준의 LG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만드는 대목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행도 주목된다. 3년 연속 꼴찌에 그친 한화는 투수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토종 선발진에 확실한 에이스가 될 만한 '이닝 이터(Inning Eater)'가 전무하다. 한화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이용규-정근우 등을 영입하며 통 큰 투자를 단행한 선례가 있고, 올해는 김성근 감독까지 영입하며 성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자금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다음 시즌 리빌딩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화의 상황을 감안할 때 장원준 한 명을 잡기위하여 무리한 출혈까지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산술적으로 10승 투수 한 명을 영입하면 당장의 팀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 정도 비용으로 내부 유망주를 더 키우는 데 치중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한화가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몇몇 고액연봉자들을 잡는 데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정작 팀 전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리어 팀 내 위화감만 조성했다는 비판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졸지에 '뜨거운 감자'가 된 장원준은 FA 시장에서 과연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과연 어느 팀이 장원준을 품에 안을까. 계약 규모도 규모지만 내년 이후 장원준이 보여줄 기량에 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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