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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이날 노 전 위원장은 "이 사건은 단 한 명의 부당 징계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며 "이명박 정부와 배석규 사장, YTN 경영진, 대통합을 운운하면서 기만했던 박근혜 정부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판결이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YTN 노조 조합원 9명이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조승호, 우장균, 정유신, 현덕수 기자가 허탈해 하고 있다. 이날 노 전 위원장은 "이 사건은 단 한 명의 부당 징계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며 "이명박 정부와 배석규 사장, YTN 경영진, 대통합을 운운하면서 기만했던 박근혜 정부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 판결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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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노종면 외 8인, 피고 주식회사 YTN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6년을 기다려온 판결은 1분도 안 돼 끝이 났다. YTN 해직기자로 지난 6년을 지낸 우장균 전 청와대 출입기자는 "(판결문) 두 문장으로 끝났다"라면서 "읽는 데 20초도 안 걸렸다, 다들 허무함 이상의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대법원은 YTN 노조 조합원들이 낸 징계무효확인소송에서 권석재·정유신·우장균 기자 등 3명 기자의 해고는 무효, 나머지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우 기자는 인터뷰 내내 담담했다. 그런 그가 무너진 것은 "그간 응원하며 함께한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에서였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우 기자는 급기야 눈물을 보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 6년 간 싸워온 6명 해직기자가 모두 함께 복직해 인사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우 기자는 '해고 무효'를 선고한 이번 판결로 복직을 앞두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대법원이 박근혜 정권 눈치를 보다 내린 '코드 맞추기'형 판결이다, 전 세계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인이 언론자유투쟁을 하다가 해고되는 사례가 전 세계 어디 있겠나"라며 "언론 탄압에 나선 이명박 정권과 이를 방관한 박근혜 정권이 YTN 해직 사태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해직 사태의 제1책임은 배석규 사장 등 물욕을 위해 후배 기자들을 옥죈 YTN 경영진에, 제2책임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 있습니다. 가령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도 수많은 언론인들이 민주화 운동 중 해직됐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노태우 대통령이 다 복직을 시켰어요. 이번 사태도 정권이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정부도 미필적 고의를 통해 해직자들을 '해고 살인'하는 데 깊숙이 개입했다"라며 "외국 언론마저 무리하게 수사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당연히 모든 언론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을 해고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폐지하는 것이, 마치 정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책을 불태우고 유생들을 생매장했던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떠올리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 기자는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이 권위적 체재에서 3명이 복직 판결을 받은 것은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평했다. 그는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죄라면 저희는 확신범"이라며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저희 6명 YTN 기자들과 조합원들의 투쟁도 계속될 것이다, 저 또한 다시 해고될 각오를 하고서 출근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해직사태 주범... 대법원, 정권눈치 봤다"

대법원은 27일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고된 YTN의 해직기자 6명 가운데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은 해고가 정당하고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로 복직이 확정된 우장균 기자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3명의 해직과 3명의 복직 판결에 대해 "오늘 판결은 우리 투쟁의 종착역이 아니다"며 "YTN이라는 간이역에 잠깐 내렸을 뿐,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향한 투쟁열차는 무한궤도를 달릴 것이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7일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출근저지 등으로 해고된 YTN의 해직기자 6명 가운데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은 해고가 정당하고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로 복직이 확정된 우장균 기자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노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3명의 해직과 3명의 복직 판결에 대해 "오늘 판결은 우리 투쟁의 종착역이 아니다"며 "YTN이라는 간이역에 잠깐 내렸을 뿐,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향한 투쟁열차는 무한궤도를 달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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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을 기다려온 판결이 굉장히 짧게 끝났다.
"오전 10시 20분쯤 시작했는데 20초도 안 걸리고 두 문장으로 끝났다. 다들 마음 졸이면서 들었는데, 허무 그 이상의 상태더라. 물론 이 판결이, 노사 간 조정을 하다가 국가의 법처럼 따라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러나 민주주의 시민이자 언론인으로서의 해직기자들 투쟁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아예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쉽다."

- '3명 해고 무효, 3명 해고 정당'이라는 2심 그대로 확정됐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대한민국이 성립된 이후로, 과연 언론인이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하다가 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는가. 이건 전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든 판결로, 해직이든 복직이든 판결을 받은 6명 모두에게 너무나 가혹한 판결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 판결 후 3년 7개월 만에 나온 건데 그동안 대법원이 뭘 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정치적인 계산을 하다가, 정권의 성향도 바뀌지 않고 하니 그걸 헤아려 이런 판결을 내놓은 것 아닌가. 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언론 탄압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이명박 정권과 이를 방관한 박근혜 정권 모두가 주범이라고 본다. 물론 제1책임은 배석규 사장 등 물욕을 위해서 후배 기자들을 옥죈 YTN 경영진에 있다."

- YTN 기자들이 해고 등 대량 징계를 받은 것은 이명박 정권 때인데.
"기본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지만, 박근혜 정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가령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도, 수많은 언론인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다 해직됐지만 1987년 민주화가 된 이후 노태우 대통령이 다 복직시켰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도 정권이 의지만 가졌으면 충분히 해결 가능했다. 검찰이 외국 언론마저도 수사하는 마당에 이번 판결 결과로 인해 모든 언론들이 위축되지 않겠나." 

일부 언론은 이번에 '3-3 판결(3명 해직, 3명 복직)'이라고 보도하는데 이건 사실 무승부가 아니다. 한 명만 이겨도 YTN 노조가 함께 이긴 것이고, 작지만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본다. 이 권위적 체재에서 3명이 복직 판결을 받은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 죄라면 저희는 아마 확신범일 거다."

"복직은 또 다른 투쟁의 시작"

대법원의 판결로 6년 만에 복직이 확정된 우장균 기자가 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우장균 기자는 "지난 시간 동안 많은 시민들께서 저희 해직기자들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많은 용기와 격려를 주셔서 그 덕분에 6년 동안 씩씩하고 외롭지 않게 견뎌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연대의 힘으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가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6년 만에 복직이 확정된 우장균 기자가 동료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우장균 기자는 "지난 시간 동안 많은 시민들께서 저희 해직기자들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많은 용기와 격려를 주셔서 그 덕분에 6년 동안 씩씩하고 외롭지 않게 견뎌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연대의 힘으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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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고를 당한 뒤 2244일, 6년이 지나 복직 판결을 받았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동료 해직기자 5명과 함께 해 온 조합원들, 이제껏 함께 해주신 시민분들에게 늘 고마웠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지난 6년 동안 YTN 사측 등이 행한 일에 대해서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런 분노를 마음에 새기고, 향후 1~2년 간은 다시 해고될 각오를 하고 출근을 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제가 45세 때 해고돼서 지금 51세인데, 동료들과 함께 한 지난 6년의 언론 자유 투쟁이 제게는 큰 영광이었다.  

오늘 회사에 오자마자 한 간부급 친구가 제게 그랬다. '확실하진 않지만, 곧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복직자들을) 6개월 정직을 시킨다는 말이 있다'고 말이다. 굉장히 지탄받을 일이고 야비한 행동이지만 권력을 뜻을 따른다면 그래도 하지 않겠나. 지방 출장이나 전보 등을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로서는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복직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YTN 보도 행태는 어떻다고 보나. 
"해직 사태의 시발점이 된 것이 '돌발영상'이다. 시청자,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청와대가 직접 내리려고 시도하기도 했던 방송이다. 그러나 그런 건 이제 언감생심 꿈꾸기도 힘든 게 YTN 현실이다. 대통령 칭송 방송이나 하는, 옛날 5공 때 '땡전뉴스'를 하고 있다. 21세기인 지금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부끄러운 짓 아닌가.

MBC와 YTN에 대한 청와대 측의 언론탄압도가 가장 심한 것 같다. 자꾸만 기자들을 해고하고 좋은 프로그램과 방송들을 폐지시키는 것을 보면, 마치 책을 불태우고 비판적 유생들을 생매장했던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생각나기도 한다.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게 있으면 덮어버리는 게 독재의 전형적 수법 아닌가. 더구나 언론사 경영진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부역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을 만큼 참담한 상황이다."

-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언론 탄압이 현재까지도 지속된다는 지적이 많다.
"YTN은 이명박 정권 당시 매(해고)를 제일 먼저 맞았다. 당시 정권의 목적은 보수 정권의 영구화였고, 그걸 위해 방송 장악을 시작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 정권보다 낫다면 해외 언론감시단체가 내놓는 '언론자유지수'가 왜 계속 떨어지나. 해외에서 볼 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 해직 판결을 받은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약간 울먹이며) 판결 전에도 동료들과 수차례 얘기했지만, 법원 판결이 우리 투쟁의 정당성 여부를 판결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판결은 우리 투쟁의 종착역이 아니라, YTN이라는 간이역에 잠깐 내렸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향한 '투쟁열차'는 무한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고, 저도 다시금 같이 올라탈 것이다. 지금까지 기다리는 마음이었다면 앞으로는 더욱 각자의 역할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6년간 인생을 돌이켜보게 됐고, 시민들과 여러 동료 언론인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선물도 많이 받았다. 이는 YTN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언론노동자의 투쟁이자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시민들로부터 받은 보살핌과 복직을 염원하며 1000마리 학을 접어주셨던 마음을 기억한다. 저를 버티게 했던 그 마음들을 잊지 않겠다."

-이제껏 함께 해준 언론단체 등 시민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잠시 회상에 잠기더니 끝내 눈물) 어…, 음…, 갑자기 또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하하. 글쎄 뭐, 같이 싸워온 6명 해직기자가 모두 함께 복직해 인사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 아프고 그렇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공정방송을 향한 투쟁이 복직과 해직 판결로 끝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저희의 투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많은 시민들께서, 저희 해직기자들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많은 용기와 격려를 주셨다. 그 분들 덕분에 6년 동안 씩씩하고 외롭지 않게 견뎌온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간 주신 마음은 앞으로도 연대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켜내자는 뜻으로 이해하고, 저도 다시 YTN이라는 언론사 내에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가겠다."




태그:#YTN 판결, #YTN 해직 판결, #YTN 사태 기자, #YTN 해직기자, #YTN 우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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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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