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인듀어런스 호가 웜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인듀어런스 호가 웜홀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 워너브라더스


우리는 때때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부딪히곤 한다. 수많은 학자들은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 존재의 기원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인간이란 존재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영화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이미 한국 팬들에게 믿고 보는 감독으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인터스텔라>는 이러한 우리의 고민을 집약적으로 담은 영화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별과 별 사이의 우주를 유영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담음과 동시에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와 철학적 사유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린 지구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병충해로 인한 식량난과 끊임없이 불어 닥치는 모래바람 속에서 인류의 생존은 요원하다. 이 때문에 인류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탐구와 사유를 중단하고, 눈앞에 닥친 재해와 기근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 쿠퍼와 딸 머피는 중력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이미 사라져버린 줄만 알았던 NASA로 향한다. 새로운 행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만이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길임을 알게 된 쿠퍼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남겨두고 우주로 간다.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인 쿠퍼와 머피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인 쿠퍼와 머피 ⓒ 워너브라더스


우주가 등장하는 시점부터 <인터스텔라>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영화는 상상해 왔던 외계 행성의 환경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한다. 또 최신의 물리학 이론을 반영하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의 모습까지도 재현한다. 2차원에서의 블랙홀과 웜홀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영상은 다소 생소하고 난해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영화는 난해할 수 있는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각적 요소를 방해하는 생소한 이론이라는 장애물을 능숙하게 극복해 낸다.

화려한 볼거리만으로도 <인터스텔라>는 그동안의 영화들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다. 영화는 우주의 신비를 이토록 아름답게 구현해냄과 동시에 미지의 세계를 마주한 인간의 모습 역시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이론을 누구보다 자신했던 아멜리아는 상대성이론의 실제 앞에서 절망하고, 로밀리는 일생 연구했던 우주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며 두려움을 호소한다. 인간의 냉정한 양면성을 드러내기 위해 얼어붙은 만 박사의 행성을 무대로 삼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인류 구원이라는 대의를 위한 희생조차도 제 일이 되면 감내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일이라면 잔혹할 만큼 냉정해진다.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다.

그럼에도 영화는 우주보다 작은 '인간'에 대해 사유하고자 한다. 블랙홀을 통해 5차원의 세계로 간 쿠퍼는 책장 너머로 보이는 딸과 자신의 과거에 절망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해결할 답을 찾아낸다. 영화는 해답을 찾게 한 '그들'이 디스토피아를 극복하고 5차원의 문명을 갖게 된 또 다른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차원을 넘어서는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며 디스토피아에서 그들을 구원할 열쇠임을 암시한다. 결국 인간이란 거대한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우주를 압도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169분 동안 펼쳐지는 화려한 시각적 향연 속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수많은 장치를 이용해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차가운 우주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 결국 크리스토퍼 놀란이 띄운 탐사선은 우주를 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것이었다.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크리스토퍼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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