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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박시형 대표가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박시형 대표 페북 캡쳐)
 대형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박시형 대표가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박시형 대표 페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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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한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박시형 대표가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수습 여직원이 "회사 임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지 1년 4개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며 공론이 된 지 2개월 만이다.

박 대표는 27일 낮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11월 24일(월)부로 쌤앤파커스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나는 박 대표는 "회사에 대해 갖고 있던 모든 권리도 없어졌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쌤앤파커스를 떠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쌤앤파커스는 지난 두 달여간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세간의 비난을 받아왔다"며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고, 저 또한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불면의 밤들을 보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해 왔건만, 처참한 결과를 마주하고 보니 무너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쌤앤파커스를 떠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그동안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받았던 저와 직원들이 보인 행동의 이유와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17개월 수습 여직원, 회사 임원으로부터 성추행" 

지난 9월 24일 출판노조 노조원들이 파주출판단지행 버스가 멈추는 합정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쌤앤파커스 성폭력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출판노조 노조원들이 파주출판단지행 버스가 멈추는 합정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쌤앤파커스 성폭력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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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지난 2006년 설립한 쌤앤파커스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0),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2), 김미경의 <드림 온> (2013) 등 베스트셀러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급성장한 대형 출판사다.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7월 17개월의 수습 기간을 보낸 여직원 A씨가 정규직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 임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정규직 여부가 결정되는 최종 면담 술자리에서 B상무가 술에 취한 A씨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A씨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B 상무를 고소했고 회사는 B 상무를 퇴사시켰다. 하지만 지난 4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회사는 B 상무를 다시 복직시켰고 이에 A씨가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지난 4일 각하됐다.

앞서 박시형 대표는 지난 9월 '쌤앤파커스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하자 "피해자께 사죄드린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부터 최근 상무의 복직 및 사직 처리에 이르기까지 저의 무지와 경솔한 판단으로 더 큰 상처와 분노를 안겨드렸다.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낸 바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이들에게 지탄받은 수습사원 제도를 즉시 폐지하고, 외부 자문위원을 두어 사내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모범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개선책도 내놨다. 하지만 그는 B 상무를 옹호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주어, B 상무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 받았다.

출판사를 향한 비난 여론은 스타 작가의 계약 해지로 이어졌다. 출간 7개월 만에 100만 부를 판매하며 주목을 받았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지난 9월 차기작에 대한 계약을 철회한 것이다.

다음은 박시형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박시형입니다. 그동안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저는 지난 11월 24일(월) 부로 쌤앤파커스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에서 사임하였습니다. 또한 회사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권리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쌤앤파커스를 떠납니다. 

쌤앤파커스는 지난 두 달여간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고, 세간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 왔습니다. 회사에 대한 평가는 일순간에 나락에 떨어졌고,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증세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온 일터가 무너져가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 상심에 젖어야 했습니다. 

저 또한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불면의 밤들을 보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한적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었고,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해 왔건만, 처참한 결과를 마주하고 보니 무너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어찌 저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이 없었겠습니까? 이 모든 비난의 원인이자 주체도 대표이사인 저, 박시형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쌤앤파커스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 받았던 저와 직원들이 보인 행동들의 이유와 진실은 오래지 않아 밝혀질 것입니다. 

그동안 쌤앤파커스를 아껴주신 수많은 독자 여러분께 부끄러운 마음과 사죄의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진과 다시 출발하는 쌤앤파커스가 훌륭한 출판기업으로 순항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11월 26일 
박시형 올림


태그:#쌤앤파커스, #여직원성추행, #수습여직원, #박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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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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