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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임재범, 김종서, 서태지 등 걸출한 뮤지션들을 배출한 락밴드 그룹 시나위. 이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신대철씨는 최근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 협동조합은 고 신해철 씨를 비롯한 여러 뜻있는 뮤지션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논의를 거쳐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올바른 음원 유통체계를 위한 초석이 되고자 함을 설립 목적으로 밝혔다. 신건웅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를 만나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들어 보았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 신건웅
▲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 신건웅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 신건웅
ⓒ 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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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취지를 간단하게 말씀해 주세요.
"일단 기존 음원 유통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설립되었습니다. 취지라고 하면 음원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것에 도움이 되고자 한 것입니다. 기업이 아닌 협동조합의 형태로 설립을 하게 된 것은 자본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특정 기업이 중심이 되어 운영을 하는 구조보다는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출자금을 낸 것으로 운영하는 것이 의미도 있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물건을 파는 생협 등을 제외하고는 취지에 부합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운영을 돕는 개념으로 특별한 혜택이 없는데도 출자금을 내고 회비를 내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바른음원협동조합은 그런 식으로 운영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 있나요?
"저희는 기존의 협동조합과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디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운영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조합은 음악하는 뮤지션이나 음원을 생산하는 사람들, 즉 권리자 분들이 가입을 하시면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이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자기 일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죠.

지금 현재는 생산자 보다는 리스너(음원 소비자) 분들이 오히려 더 많이 가입하고 계시는데요. 그런 분들은 혜택이 당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에게는 회비를 안 받고 있어요. 앞으로 저희 음원 유통 사이트가 개설 될 것인데요. 그때는 회비를 받게 될 것이고, 저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우선 참여권을 주거나 할인 혜택 등을 드릴 겁니다. 여러 가지로 혜택을 드릴 방안을 많이 구상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뮤지션이나 제작자들은 지역의 행사나 공연에 있어서 저희가 마련해 놓은 토대가 있거든요. 그것을 이용하는데 우선적으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미국 출장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가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것입니까?
"세계적으로 음원의 스트리밍 서비스라든지 유통매체 보급이 잘 된 곳이 오히려 우리나라입니다. 미국에서는 음원 유통 문제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히려 해외에 우리의 사례를 전해서 권리자와 유통자 그리고 리스너 간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음원이라는 것이 지역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민들도 많이 계시니까 조합원 대상으로 설명회도 하고 있습니다."

-인디밴드가 자신의 곡을 알리고 싶을 때 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면 어떤 혜택 속에 자신의 곡을 잘 알릴 수 있을까요?
"저희가 하려는 것은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유명하게 해 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이라면 오히려 메니지먼트 사업을 해야 하겠죠. 그러나 인디건 아니건 어쨌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음원으로 이익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지금은 대형 기획사조차 음원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소위 대형 기획사라고 하는 세 회사와 유통 사업을 같이 했었습니다만 그들이 음원으로는 절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반면 음원을 유통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리한 구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죠. 저희 사업이 구체적으로 시작되고 할 일이 잘 풀린다면, 권리자들에게 가는 음원 수익이 지금의 두 배 이상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음원 사이트를 운영해서 유통을 하신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그 사이트가 기존의 음원 사이트와 다른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기존의 다른 사이트들은 메인 추천곡이나 최신 앨범 같은 것이 너무나 뻔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메이저 음악사들의 노래로 도배가 되게 마련인데 저희는 기본적으로 종합 차트라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장르별 최신 음악이 따로 있을 것이고, 어떤 곡이 먼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게 노출되는 것이죠.

음악이 나오면 일단은 대중에게 노출이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존의 사이트에서는 메인에 걸리지 않으면 노래가 나온 줄도 모르거든요. 사실. 노래가 좋은가 나쁜가를 떠나서 소위 대형기획사의 노래가 계속적으로 노출되게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높은 순위를 차지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노출 기회에 대한 공정함을 주자는 것이 저희의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 음악계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인가요?
"음원의 저가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생산자나 제작사들은 그 구조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합니다. 개개인 아티스트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구요. 그리고 지금의 유통구조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하고 있지만 어떻게 바꿔야하는지는 모르고 있고, 어디부터 시작돼야 하는지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서 공룡들과 맞서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죠. 그렇게 맞서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조차 빼앗기게 될까봐 걱정을 하는 절실한 마음일 것입니다. 저희는 그 공룡들에게 맞서는 방안을 협동조합에서 찾은 것이죠. 수년간의 연구와 고심 끝에 답을 찾았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 연구 중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답이 나와 있다는 것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시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있다 라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현재 음원 유통 사이트에서는 음원 판매가의 40%를 가져갑니다. 그러나 저희는 '28%만으로도 가능하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 업체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음원의 가격이란 부분에서도 '더 올리면 소비자들이 도망 간다'라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그런 시도를 해 보았지만 공감대가 없었습니다. 두려워 하는 것이죠. 그래서 협동조합 사업을 통해 증명해 보이려고 합니다. 그렇게 증명이 되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올 것입니다.
따라서 음원이 어째서 가치가 있는지를 설득하고 올바른 유통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노력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지 '저가 정책'이 답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 음악을 하는데 목숨을 거는 경우가 있어요.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돼서 음악을 할 수 없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에서도 바른음원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요? 
"저희는 뮤지션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에도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도 설명회를 열어서 유통구조나 그들의 일이 수익을 내게 되는 과정을 알리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조금 미뤄졌습니다. 계약상 불이익을 겪었을 때 저희가 법률자문이나 컨설턴트 등을 통해서 도와드릴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말 음악 못하는 사람이 '나는 죽어도 하겠다'라고 고집을 피우는 것 까지 도와 드릴 수는 없겠죠. 그러나 재능 있는 뮤지션이 방향을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다면 지원을 할 것입니다."

- 저도 그런 얘기를 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소통공간이 필요할 것인데 지금까지는 그런 공간이 없었죠.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많이 힘듭니다. 전부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지만 저희가 주도해서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마련하려고 합니다. 설명회 쪽으로 접근을 해서 조합원 중심으로 모이는 자리를 꾸준히 준비를 해야 겠죠."

덧붙이는 글 | 한국뉴스투데이 홈페이지에 관련 기사가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팟캐스트 방송 '이기자의 거북이 뉴스 -들리는 취재"에서 인터뷰 전문을 육성파일로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태그:#바른음원협동조합, #신건웅, #신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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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터넷 언론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사건에 함구하고 오보를 일삼는 주류언론을 보고 기자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로 찾아가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으며 취재를 위한 기반을 스스로 마련 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정치, 사회를 접목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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