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2라운드(타 구단 협상 기간)가 막이 올랐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총 11명의 선수가 원 소속 구단과 협상이 결렬돼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시장에 나왔다.

그 중에는 불과 하루 전까지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삼성 라이온즈)도 있고 올 시즌 22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진했던 '전 국가대표 유격수' 박기혁(롯데 자이언츠)도 있다.

하지만 뜨거웠던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마감일과는 달리 타 구단 협상 기간 첫날에는 아직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타 팀 이적이 여의치 않은 '준척급 FA'들에게는 아쉽고 초조한 시간만 흐르고 있다.

'군계일학' 장원준, 송은범-배영수 정도가 안정권

시장에 나온 FA 선수 중 최대어는 단연 롯데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2년을 제외하면 지난 200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만 29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 역시 장원준이 가진 무기다.

롯데가 제안한 88억 원을 거절하고 시장에 나온 만큼 장원준은 여러 구단의 제안을 들어볼 '여유'가 있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롯데로 컴백해도 충분히 환영 받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에이스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송은범(KIA 타이거즈)이나 삼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배영수까지도 넓은 범위에서 보면 장원준과 비슷한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 나온 '투수 빅3'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선수는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다.

최정, 김강민(이상 SK와이번스), 박용택(LG트윈스) 같은 거물들뿐만 아니라 조동찬(삼성), 조동화(SK), 김경언(한화 이글스) 등 주전급 야수 FA들이 대거 원 소속구단과 계약했다. 예상했던 만큼 시장에 좋은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야수 최대어는 SK의 내야수 나주환을 꼽을 수 있다. 올 시즌 SK의 풀타임 2루수로 활약한 나주환은 타율 .273 7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나름 준수한 기록이지만 올해가 서건창(넥센 히어로즈), 안치홍(KIA), 오재원(두산 베어스) 등 2루수 풍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썩 돋보일 것도 없는 성적이기도 하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 7회 초 원아웃 SK 정상호 타석에서 1루 주자 나주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 7회 초 원아웃 SK 정상호 타석에서 1루 주자 나주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호쾌한 장타력을 갖춘 이성열(넥센)의 경우도 마찬가지. 올해 14홈런39타점을 기록한 이성열은 타격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1할 타자 차일목(KIA) 역시 포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장점을 찾기 힘들다. 부상으로 고전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박경수(LG), 박기혁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투수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SK의 이재영은 1승4홀드 평균 자책점 6.19에 그쳤고 롯데 김사율의 성적(2승5패2홀드5.79)도 신통치 않다. 권혁(삼성)의 경우 2.86의 준수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지만 표본이닝(34.2이닝)이 적어 좋은 시즌을 보냈다고 말하기 힘들다.

준척급 FA들이 오매불망 바라보는 KT는 특별지명 준비 중

FA를 통한 전력 보강의 가장 큰 위험성은 바로 보상 선수다. FA를 영입한 팀은 원 소속 구단에게 연봉의 200%와 보호 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한 명(또는 연봉의 300%)를 내줘야 한다. FA를 영입하려다가 자칫 공들여 키운 유망주나 즉시 전력 선수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장원준 같이 10승이 보장된 선발 투수라면 보상 선수 유출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내년 시즌 활약이 불투명하거나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는 영입이 망설여 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매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FA보상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단 올해는 기존 제도를 따라야 한다.

물론 준척급 선수들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다. 바로 막내 KT위즈다. KT는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신생 구단 혜택을 받아 FA를 영입해도 보상 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다. 실제로 같은 혜택을 받은 NC 다이노스가 이호준, 이현곤, 이종욱, 손시헌을 차례로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당연히 이호준 같은 대우를 받길 원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들과 가까운 선수는 이현곤이다. 2012년 KIA에서 6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현곤은 3년 총액 10억 5000만 원의 조건으로 NC에 입단했다. 전성기가 지났고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던 선수임을 고려하면 꽤 파격적인 계약이었다.

하지만 이현곤을 NC의 FA 성공사례로 분류하긴 힘들다. 이적 첫 해 91경기에 출전했던 이현곤은 올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7경기 출전에 그쳤다. 내년에도 박민우-손시헌-모창민이 버틴 NC내야에 이현곤이 들어갈 자리는 좁게만 보인다.

KT역시 FA보다는 오는 29일에 발표될 20인 외 특별지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27일에는 FA대신 방출선수 장성호를 영입했다. 만약 KT가 오는 29일 이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해도 영입할 수 있는 선수는 최대 3명까지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은 FA선수가 오는 12월 3일까지 예정된 타구단 협상 기간을 성과 없이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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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시장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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