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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가야하는데......"

오전에 늑장 부린 아들녀석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시간이 남아 차서비스센터에 갔다. 주행 5000Km를 넘어서면서 차가 주행시에 약간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라 엔진오일을 갈 때가 됬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40대 훈남인 정비사가 차량정비조회를 해보더니 구입한 지 5년이 되었으니 정기점검을 해준단다. 12시 이전까지는 정비를 끝마칠 수 있다 하여 스탠드형 전기난로가 켜져있는 고객룸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12시 15분전이었다.

가속력이 좋아진 차량을 한껏 몰고 겨우 시간에 대어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점심을 하러 모여 있었다. 입구 바로 오른편에 관리소장실이 있어 문을 두드리고 들어섰다. 3평정도 되는 룸에 창쪽을 배경삼아 50대 중반의 관리소장으로 보이는 분이 눈을 크게 뜨시고 자판을 두드리고 계셨다. 3인용 소파에는 풍채좋은 60대 아주머니가 한분 앉아 계셨다. 오늘은 우리아파트 '동대표'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첫모임이다.

내가 용기를 내어 여기에 지원한 것은, 최근에 배우 김부선씨를 제대로 알고 난 이후이다.

전국민, 특히 남성들에게 회자되는 80년대 '애마부인'시리즈에 출연하였고, 그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된 적 있었고, 한참 후에 대마씨가 약재로 사용되는 근거를 들어 '대마초는 한약이다'라는 문제성 있는 방송중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10년 한 매체에서 "변호사 출신 정치인과 잠자리를 했다"라고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었다. 이유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정치인이 당선되었는데 유부남인 것을 숨기고 총각행사를 한 것이 분해서였다고 했다. 이 정도가 내가 그녀에 대해 기억하는 전부이다.

그런데 최근에 TV뉴스에서 방송된 흐릿하게 찍힌 CCTV에 비친 아파트 반상회 도중 싸우는 모습은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이내 "왜, 여배우가 싸우지? 그래도 되나? 이미지가 안 좋아질 텐데?" "보통의 여배우들은 최대한 몸값 올리느라 이미지메이킹 하며 난리를 치던데, 저 배우는 저기서 왜 저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다음날, 기사를 보니 그 이유는 '아파트 난방비 비리'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인즉슨 서울H아파트내 69가구가 '난방비가 0원'으로 두 차례 이상 나온 적 있고, 그중 11가구가 2007~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0원'으로 나왔다고 주장한 것이다. 후에 경찰조사 결과 11가구에 대한 열량기 조작 혐의에 관해 '증거불충분'으로, 업무상 배임혐의로 전직 관리소장 3명만이 불구속입건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문제에 관해 수년간 성동구청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 왔지만 '주민자치' 영역이라 구청에서도 손을 대지 않았다 한다. 게다가 '아파트관리소장', '선거관리위원회', '동대표' 그리고 '부녀회장'이 관련된 비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후 그녀는 인터뷰에서 20여년 배우생활을 해온 연예계를 떠나겠다며 그동안의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데 최근 '김부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에너지절감형아파트'가 뜨고 있고, 그 문제의 H아파트는 중앙난방에서 개별난방으로 전환하여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있었다. 게다가 아파트 회계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바 정부는 "내년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관리주체는 의무적으로 1년마다 외부감사인을 선정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의무시행을 한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나는 그녀가 한국을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조사결과가 미진했을 지라도 그녀의 이번 행동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고, 구체적으로 사회적'변화'를 가져왔다. 그녀가 우리나라에 있는것 만으로도, 소위 그녀가 말한 '서민'들에게 힘이 되질 않겠는가?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사는 아파트에 제1대 입주자 대표회의 '동대표'의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으로, 감히 용기있게 나섰다는 것이다. 내게 '주민참여자치의 필요성'과 '부조리에 분노할 줄 아는 용기'를 불러 일깨워준, 배우 김부선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태그:#김부선, #난방비비리, #동대표, #아파트선거관리위원회, #아파트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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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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