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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 쓰레기 전용 수거용기의 모습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인천시 남동구가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세대별 처리 시범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자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물러섰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세대마다 배출한 양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해 시범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범사업은 RFID(=전파를 이용한 정보 인식) 기술을 이용한 것인데, 각 세대에 배부된 RFID 태그(Tag) 카드를 이용해 배출세대 확인 후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배출량(무게)에 따라 수수료를 세대별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평수에 따라 쓰레기 처리비용을 일괄적으로 납부하던 기존 방식에서 배출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배출 감량한 시범사업... 그런데 중단?

남동구는 지난 2103년 9월, 이 시범사업 시행 후 음식물쓰레기 감량성과를 분석해 사업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공고문에는 사업 개시 후 3개월간 세대별 수수료의 5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에 따라 만수1동 삼환아파트 1·2단지(총1320세대)는 지난 2013년 12월에 RFID 기기 20대를 설치해 운영했다.

삼환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시사인천>에 건넨 자료를 보면, RFID 기기 설치 전인 2013년 1월부터 10월까지 삼환아파트 2단지 음식물쓰레기 총량은 14만 2380kg, 처리비용은 542만 5890원이었다. RFID 기기 설치 후인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만 2251.5kg으로 299만 7520원이 소요됐다. 음식물쓰레기 양은 35%, 처리비용은 44.76%(인센티브 포함)의 절감효과가 발생했다.

신길웅 삼환아파트 2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평수별로 내던 음식물쓰레기 비용을 배출한 만큼 내니까 덜 배출해, 비용도 절감하고 환경적으로도 효과적인 면이 많다"며 "우리 아파트는 작년에 탄소에너지 절감 아파트로 선정돼 자원을 재활용하는 사업과 연계해 더 좋았다, 시범사업이 정착돼 단지도 깨끗해지고 환경적으로도 진행이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동구는 지난 6월 10일, 삼환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243개소에 "RFID 방식 확대 시행을 위한 수요 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삼환아파트 1·2단지를 대상으로 3개월간 성과를 측정한 결과, 30% 이상 음식물쓰레기 감량효과를 보여 확대 실시를 위해 수요조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남동구 청소과 담당공무원은 지난 24일 삼환아파트 2단지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시범사업을 이번 달로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천 남동구, 주민 반발에 부랴부랴 "1년 연장"

삼환아파트 2단지 관리소장은 "구청장이 사업성이 없다고 해서 사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담당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올해 여름 구에서 '주민 만족도를 조사하라'고 해, 만족도가 높게 나온 결과를 구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관리소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 시범사업은 국가 시책으로 알고 있다. 만족도도 높고 음식물쓰레기 감량효과도 확실하며 운영유지도 잘 되고 있다. 정착돼가고 있는 사업을 왜 일방적으로 중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25일 <인천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실효성이 없어 사업 중단"을 언급했던 남동구 청소과 담당공무원은 26일 <시사인천>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민의견을 종합해 1년 정도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무계획적인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 대목이다.

신길웅 회장은 "행정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구청장 한 명으로 힘들지만,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 구청장 한 명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며 "이 시범사업의 효과성이 충분히 있고, 주민들의 호응도 있는 것을 하루아침에 없애려 한 것은 행정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삼환아파트 1·2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어 26·27일 이틀 동안 주민 서명을 받아 남동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인천시 산하 8개 자치구를 확인한 결과, 남동구를 제외한 7개 자치구에서 지난해부터 이 시범사업을 확대한 것은 물론, 전면 확대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