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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보도가 나간 후 전국 곳곳에서 '일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진행중인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가 과연 불법이 맞느냐'는 등의 문의가 많이 옵니다. 언론에서 취재를 요청하는 곳도 있고요."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27일 "이런 문의에는 정리해고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설명하면서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게 되면서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앞장서서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관련기사: <아파트입주자 '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찬반투표' 불법>에서 하 전 본부장은 이 찬반투표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하 전 본부장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그들을 정규직화 하는 것"이라며 "정규직화 하면 관리비도 절감되고 아파트 안전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실제로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주민들 동의를 얻어 경비노동자를 정규직화했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위탁업체 입찰설명회서 용역업체가 설명하는 '산재비용 운운'은 거짓"

 민주노총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막자며 전국 아파트에 부착하거나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는 벽보.
 민주노총이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해고를 막자며 전국 아파트에 부착하거나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는 벽보.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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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영 전 본부장은 "현재 아파트 입주민들이 내는 관리비에서 빠지는 위탁업체의 이윤이 10% 이상인데, 이 돈을 절약해 경비노동자 임금인상분에 반영하면 관리비 인상은 거의 하지 않아도 고용을 유지하며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착취를 막으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중간착취의 대표적인 사례로 퇴직금을 들었다. 상당수 아파트의 관리비에는 경비노동자 퇴직금 명목의 돈이 계산돼 용역업체에 지급되는데, 6개월 근무 등으로 실제로 퇴직금을 못 받는 경비노동자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아파트 입주자들이 경비·청소노동자들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그렇다면 왜 전체 90%의 아파트들은 직고용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에 맡겨 위탁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하부영 전 본부장은 자신의 아파트와 주변 동료들의 아파트에서 벌어진 사례를 들었다. 그는 "용역업체 입찰설명회에 가면 업체들이 입주자대표들에게 '직고용으로 경비를 채용하다 자칫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쳐 산재가 나면 책임질 것인가'라며 거의 협박 수준으로 설명한다"며 "'책임질 거냐'는 말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용역업체 경비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용역업체의 설명은 거짓이라고 하 전 본부장은 밝혔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이 내는 관리비에서 이미 산재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료가 정확하게 계산되어 나간다"며 "만약 경비노동자가 다치면 아파트와 용업업체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산재승인 신청에 의해 치료와 요양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업체의 '책임질 거냐'는 말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선호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며 "자신(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발상은 이미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비노동자 해고하려는 핵심에는 아파트 비리가 숨어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경비노동자 정리해고 움직임은 최저임금도 못받던 경비노동자들이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인 시급 5580원을 받으면서 관리비가 더 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현재 경비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90% 가량을 받는 곳이 많은데, 결국 10% 의 임금인상분을 아파트 입주자들이 더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부영 전 본부장은 자신의 아파트를 예를 들었다. 그는 "지난 2007~2008년 우리 아파트가 정규직화했는데, 똑같은 관리비가 나가지만 경비노동자는 20만 원, 청소노동자는 8만 원의 임금이 인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회의에서 용업업체와 계약하지 않고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하면 오히려 관리비가 절감되고 서비스 질도 나아질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같은 관리비를 내는 일이라 직고용을 마다하는 주민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고무된 하 전 본부장은 자신의 아파트 사례를 주변 아파트에 확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러 아파트 입주자대표 당사자들을 만나 물어보니 '용역업체에서 선물이나 향응을 제공받아 용역업체와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는 일부의 말을 들었다"며 "또한 일부에서는 '봉사하는 입주자대표회의를 모독하고 비리주범으로 모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정규직화 해보라, 그러면 명예회복을 시켜 주겠다'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공동주택관리법에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입주자대표회의 후보로 출마하는 자격이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입주자대표회의의 도덕적 교양과 자질향상 교육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자체마다 아파트 공사관련 적정단가와 시공방법, 사용제품을 표준화해 등록한 업체만공사입찰에 참가하도록 강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아파트 관리비가 높아지는 원인이 부정부패와 비리에 있음에도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를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비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는 과정에서 입주민과 경비노동자 등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입주민과 경비노동자가 윈윈하는 스스템을 개발해야 하며 이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영역"이라며 "안정적이고 전문화된 협동조합에서 노동력을 공급해 중간착취를 차단하고 입주민에 대한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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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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