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가 내년 지출해야 할 돈은 천문학적이다. ⓒ 연합뉴스


매출액 430억 원
영업손실 124억 원
당기순손실 122억 원

2013년 삼성 라이온즈의 손익계산서이다. 누적된 손실로 148억 원의 자본 잠식 상태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4년째 한국프로야구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팀의 경영 상태가 이렇다.

그런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26일 FA 대상 선수 3명에게 지불한 금액이 총 173억 원이다. 이 중 2015년에 지급해야 할 비용은 윤성환이 56억 원(계약금 48억 원, 연봉 8억 원), 안지만이 42억 5000만 원(계약금 35억 원, 연봉 7억 5천만 원) 그리고 조동찬이 16억 원(계약금 12억 원, 연봉 4억 원)으로 총 114억 5000만 원이다.

이들 3명에게 지출해야할 1년 비용이 기업 전체 당기순손실 규모인 셈이다. 따라서 2015년 삼성 라이온즈의 실적은 당기순손실과 자본 잠식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는 상장법인이 아니다. 출자 기업인 삼성전자(지분율 27.5%), 제일모직과 CJ제일제당(지분율 15%), 신세계(지분율 14.5%) 등도 엄청난 이익을 기록하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삼성라이온즈 법인의 경영 상태는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

이제까지 그러했으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 이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아니다. 그나마 독립 법인으로 경영 상태를 매년 공시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 프로 야구단 중 제대로 된 '경영'을 하는 구단 중의 하나이다. 즉, 나머지 구단의 상태는 삼성보다 훨씬 열악하다.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주요 기업의 실적은 악화... 프로야구단 씀씀이는 사상 최고

문제는 바로 2014년이다. 경제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2014년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뉴스는 한 번 이상씩 들어봤을 것이다. LG전자, LG화학의 순이익 규모가 전년에 비해 두 자리 수 이상 감소했으며, 국내 최대의 정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SK의 사정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는 스타급 선수를 잡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처럼 FA영입을 둘러싼 각 구단의 '베팅' 규모는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게 대범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 현실에서 스타급 선수의 유출은 곧바로 전력 악화로 이어짐을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투자라는 점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프로 야구단의 운영비는 모기업의 경영 상황과 무관해 보인다. 다분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프로야구도 이제 출범한 지 32년이다. 그러나 출범 당시 모기업에 의존하던 경영형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삼미, 청보, 해태, 쌍방울, 현대까지 프로야구단을 운영했으나 모기업의 경영악화가 심해지면서 프로야구단이 해체되었던 사례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히어로즈의 실험... 선례가 될 수 있을까

 4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넥센 강정호가 2점 홈런을 쳐내고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14.11.4

지난 4일,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넥센 강정호가 2점 홈런을 쳐내고 환호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넥센은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금액을 통해 내년 구단 운영비에 보탤 방침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그런 측면에서 야구단 전문 기업인 히어로즈의 사례는 돋보인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FA시장에서 넥센이 지출한 비용은 '0원'이다. 팀 내 유일한 FA대상자였던 이성열은 원 소속팀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만약 이성열이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보상금을 받거나 다른 팀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유격수 강정호는 12월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실시하게 된다. 많게는 수백억 원, 적어도 수십억 원의 이적료 수입이 예상된다. 2015년 FA 자격을 얻는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을 잡기 위해 이번 FA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공언도 일찌감치 해 두었다.

그렇다고 투자를 전혀 안한 것도 아니다. LG 트윈스 출신 외야수 브렛 스나이더를 약 4억 원에 영입하였으며, 감독 염경엽과는 계약만료를 1년 앞두고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강정호의 연봉은 MVP 서건창을 비롯하여, 박병호, 유한준, 이택근, 김민성 등 주력선수의 연봉인상분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타 구단에 비해서 훨씬 적은 비용으로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삼성의 윤성환, 안지만이 2015년에도 리그 최고의 전력을 보여줄 수도 있고, LG의 박용택의 시계는 계속 거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최정, 김강민, 조동화를 모두 잡은 SK는 2000년대 중반 우승전력을 계속 가지고 가게 됐다. 

그러나 모기업의 지원이 구단운영의 절대적인 대부분 프로야구단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모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2014년 하반기에 프로야구단의 씀씀이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적어도 수입과 지출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마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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