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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겉표지
 <옥토버리스트>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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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설은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작품 내에서 월요일에 무슨 일이 시작된다면, 그 이후로는 화요일, 수요일... 이런 식으로 작품 속에서 사건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런 소설이 읽기에도 편할 뿐더러 작가가 쓰기에도 편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시간 흐름에 익숙하다. 간혹 현재와 과거를 오락가락하면서 진행되는 소설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도 전체적으로 봐서는 일반적인 시간 흐름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반면에 시간이 완전히 거꾸로 흘러가는 소설이 있다면 어떨까. 사건의 결과를 제일 먼저 보여주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계속 과거로 내려가는 것이다. 영화 <메멘토>처럼.

이런 역방향의 진행이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좀 혼란스럽기도 하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자꾸 앞쪽으로 돌아가서 확인하게 된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더라?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간상 뒤에 발생한 이야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앞쪽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납치범이 요구하는 돈과 문서

제프리 디버가 2013년에 발표한 <옥토버리스트>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책을 펼치면 36장에서 시작한다. 작품 속 시간은 일요일 저녁 6시. 이때부터 시간을 거슬러서 1장인 이틀 전 금요일 아침까지 나아간다. 완벽히 역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

사건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뉴욕의 한 투자회사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30대의 여성 가브리엘라에게는 6살된 딸이 있다. 그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 당했다. 납치범이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 50만 달러의 돈과 '옥토버리스트'를 넘기라는 것이다.

문제는 가브리엘라도 옥토버리스트가 어떤 문서인지 그 의미를 모른다는 점이다. 이름과 주소가 적힌 문서라는 것은 확실하다. 범죄자 명단일 수도 있고 거액의 투자자 명단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문서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유괴하고 살인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만큼.

또 다른 문제는, 가브리엘라에게 50만 달러를 마련할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브리엘라는 엄청난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돈과 리스트. 둘 중 하나라도 마련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딸의 목숨은 없어진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결국 가브리엘라는 최근에 만난 어떤 남성의 도움을 받아서 이 상황을 헤쳐가기로 결심한다. 이때부터 작품은 과거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거꾸로 전개되는 소설의 매력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유괴라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이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 <옥토버리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오직 과거에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는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어찌보면 모험적인 시도를 한 셈이다. <옥토버리스트>처럼 역으로 진행되는 범죄소설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한 편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이런 작품을 쓰려면 트릭과 복선, 단서의 순서도 뒤바꾸어야 하니까 신경쓸 일이 그만큼 많아질 것이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은 속도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 속에서 사건의 시작부터 해결까지 며칠 걸리지 않는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일종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없이 읽어가게 된다. <옥토버리스트>도 마찬가지다. 단지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롤러코스터가 거꾸로 달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상만해도 흥분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옥토버리스트> 제프리 디버 지음 / 최필원 옮김. 비채 펴냄.



옥토버리스트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비채(2014)


태그:#옥토버리스트, #제프리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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