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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군이 일방적으로 노인요양사업을 민간위탁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토부터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약 2개월, 이 과정에서 민간위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멀리 제주 강정에서 경남 밀양까지 이 나라 국책사업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갈등으로 번졌다. 우리 사회 행정기관의 고질적인 행정 편의와 일방적인 정책 추진, 속도전이 진안군에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북 진안군이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을 민간위탁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7월 새로 부임한 이항로 진안군수의 뜻이 확고하다.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은 지난 2005년 문을 연 진안군노인요양원과 노인 대상 교육을 맡고 있는 노인복지관을 합친 진안군 노인복지사업의 요람이다. 노인복지관은 노래교실, 서예교실, 요가교실, 건강체조 등 25개 노인 대상 교육과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7500여 명 중 2777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진안군이 10년째 직접 운영을 맡으며 최근에는 이용자들로부터 89%의 만족도를 얻을 정도로 성공했다. 진안군 역시 노인복지타운을 자신들의 치적으로 밝힐 정도이며 우수 행정사례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견학도 줄을 잇고 있다. 

2개월 만에 검토 끝... 전형적인 행정기관의 속도전

새로 군수를 맞은 진안군이 처음으로 내부 종사자들에게 복지타운을 민간위탁으로 사회복지법인에 넘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지난 10월이다. 진안군이 기자에게 보여준 <복합노인복지타운 민간위탁 계획>이라는 문건을 보면 8월에 민간위탁에 대한 자료 수집에 나선 진안군은 단 두 달 만에 자료 검토에서부터 장·단점 검토 및 대책 수립을 끝마쳤다.

지난 8월, 진안군은 군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의 민간위탁을 내부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2달만에 약식 간담회 등을 마치고 11월 군의회 동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진안군은 군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의 민간위탁을 내부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2달만에 약식 간담회 등을 마치고 11월 군의회 동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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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도 소문만 무성히 돌던 민간위탁 소식에 고용불안을 느낀 내부 종사자들이 군수 면담을 신청하고 나서였다. 

"9월말부터 소문이 돌아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그럴 계획이라는 거예요. 10월에도 진안군에서 먼저 우리에게 말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군수님 면담을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밝힌 것입니다. 설득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 김진희 현장대표

자신들이 모르게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종사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에 집단 가입했다. 전북평등지부는 전북지역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다. 진안요양원의 종사자 대부분이 기간제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정용재 조직부장은 "가장 현업에서 제일 군 행정을 수행하는 직원들인데, 하위직·여성·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길거리로 내몰려는 시도가 말이 안 된다"면서 "진안군에게 왜 하필 이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말하니 미안하게 됐다는 말만 반복하더라"고 말했다. 

"민간위탁 독단 결정, 배신감마저 느낀다"

진안군은 복합노인복지타운의 민간위탁 이유로 내부 종사자들들 처우 개선과 민간사업 전환으로 전문성 확보를 들고 있다. 그러나 노조에 가입한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진안군의 민간위탁 이유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진안군이 첫 번째 이유로 든 내부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란 기간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 문제다. 진안군은 총액인건비제 한도 초과를 우려하며 기간제 요양보호사들의 무기계약 전환이 직영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북평등지부에 가입한 요양보호사들은 모두 27명, 이 중 25명은 2년 이상 근무하여 정규직 및 무기계약 전환이 되어야 이들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진안군은 그동안 복지사업은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정규직 전환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간위탁으로 이들의 신분을 보장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내부 종사자들이 노조까지 만들며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양지역 각급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을 집단 해고하여 논란이 된 사례 등 전국 각지에서 비정규직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민간위탁 업체는 수익을 내기 위해 여러 노인 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노동조건 개선도 억제하려고 할 거예요." - 김진희 현장대표

기간제 요양보호사들도 민간위탁으로 처우가 개선된다는 진안군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진안군이 두 번째 이유로 민간위탁을 통해 효율적 운영을 하고자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대로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은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진안군도 인정하면서 민간위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노인복지시설 200곳의 예산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다수의 민간시설에서 시설 운영비를 개인 생활비나 유흥비 등으로 횡령 또는 유용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진안군은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전북지역은 자림복지재단 내 시설 성폭력 사건,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유린, 예수보육원 아동학대 등 민간 사회복지재단의 만행이 이어지고 있어 민간기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일방적으로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 민간위탁 방침을 통보 받은 요양보호사들은 고용불안과 서비스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 반대 방침을 정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일방적으로 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 민간위탁 방침을 통보 받은 요양보호사들은 고용불안과 서비스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민간위탁 반대 방침을 정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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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북평등지부는 지난 19일과 20일, 진안군청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고 민간위탁 반대투쟁에 들어간다는 뜻을 밝혔다.

전북평등지부는 "현재 복지타운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내부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순리에 맞고, 진안군 인구 대비 노인 비율이 25%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행정은 노인복지 강화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간업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노인복지행정을 축소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전북평등지부는 현재 민간위탁의 장·단점과 타당성을 공론화할 수 있도록 공청회나 토론회를 노조와 함께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안군복합노인복지타운, #민간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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