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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에 담양펜션 사고를 취재하려고 사고현장에 가게 되었다. 

마을 윗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이어지는 왕복2차선 도로가에 이어져 있는 펜션이었다. 소나무를 배경 삼아 약간 안쪽 지형으로 자리잡고 있어 운치를 더해 주었다. 도로가에서는 사고를 전혀 알 수 없는 숲속에 자리잡은 괜찮은 펜션이었다.

마을위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운치있는 펜션 전경
▲ 담양펜션 마을위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운치있는 펜션 전경
ⓒ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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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앞으로 걸어 들어가니 YTN, SBS 취재차량이 주차돼 있고 사고현장 입구에 경찰 미니버스 옆으로 경찰이 사건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이 신분을 묻길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자 건물 뒤편에 있는 사고현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둥근 형태의 황토집으로 구성된 네댓 동이 눈에 들어왔고 그 한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고 경찰이 현장보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YTN에서 사고 당사자 어머니와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거의 말씀을 못 하시고 사고현장을 보시며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거의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부축을 받아 힘없는 발걸음을 한 걸음 두 걸음 옮기며 현장을 나가고 있었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황토집과 나무지붕으로 덮여있는 뒷편으로 전소된 화재현장
▲ 담양펜션 화재현장 황토집과 나무지붕으로 덮여있는 뒷편으로 전소된 화재현장
ⓒ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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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을 보니 정말로 아무 형채도 알아볼 수 없이 전소되어 순간 놀랐다. 보통 화재사고현장은 건물형채가 있어 흉물스럽기 그지없었는데, 이곳은 기둥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프레임만이 몇 가닥 불에 그슬려 있었다.

너무 휑하였다. 바닥에 몇 가지 집기들이 불에 타 있었고, 주변 키 큰 나무에 검게 그슬린 자국만 없었으면,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관련기사 : 사건의 재구성... 참극, 왜 벌어졌나?)

문득, "왜, 사고가 벌어졌나?"라는 물음에서, "그들은 무엇을 믿고 있었을까?", 더 나아가 "누가 우리를 사고로부터 지켜주지?"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우리의 '안전'에 대해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인 일관된 '믿음'을 꾸준히 쌓아왔다.

오리는 알에서 깨어 처음 본 대상을 제 어미로 생각(각인, imprinting)하고 따른다. 그럼 인간은 태어나면서 처음 본 의사를 '어미'로 생각하는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 아기는 이미 여러 감관을 통하여 엄마 배 속에서 교감된 엄마의 목소리, 심장 박동 소리, 음식 선호도에 따라 본능적으로 엄마를 냄새와 감각으로 정확히 안다. 그러므로 그것이 아기에게는 태생적인 생존에 관한 가장 확실한 첫 번째 믿음이다.

그럼 청소년기는 어떨까? 제법 머리가 커져 주체할 수 없는 2차성징을 겪으며 '사춘기'에 접어든다. 우선 가까운 부모로부터 선생님, 주변 어른들을 포함, 집과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게 된다. 종종 지나쳐서 과오를 범하기도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립성'과 '나'에 대한 의식을 주변환경에 부딛쳐가며 서서히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회화'에 대한 교육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미래는 불안하니까!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 과도기를 겪으며, 학교는 부모로부터 시작된 한 아이의 믿음이 사회화를 통해 '사회'에 관한 믿음으로 나아가도록 강화하고 확장시켜준다. 막막하던 미래가 구체적인 확신으로 다가오게 된다. 성인기에 들기 전에 두 번째 믿음이 완성된다.

성인기에 접어들면 어떨까? 우선 청소년기의 시절을 '치기'로 생각한다. 도저히 앞뒤 설명이 안 되니까.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기득권세력이 설정해 놓은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모든 의식과 통과의례를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기득권세력)이 하는 '말(언어)'과 '모습(지위)'은 그들의 '상징(부)'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그들의 '말'은 곧, 그들의 '상징'을 배경으로 하니 한마디 한마디를 '권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믿음으로 비로소 사회화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제, 그 '믿음'이 사회로 진출한 젊은이들에게는 다섯 개의 사회적 '믿음'이 된다.

첫째로, 우리는 어른들을 매우 신뢰한다는 점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왔듯이 시대가 무너졌다고 하지만 우리생활 면면히 흐르고 있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유교문화권의 근본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의를 달지 않는 게 공경이라 배웠고, 고분고분하게 듣는 것이 미덕이라고 알고 있다. '어른인데 잘못하겠어?'

둘째로, 우리는 어른들이 세워놓은 제도가 완전할 것이라 신뢰한다. 영업허가라는 양식으로 영업장을 운영할 때에, 그들이 제대로 준비하고 영업행위를 한다고 신뢰한다. 왜? '설마 어른인데, 합법적으로 안전한 시설을 운영하겠지'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셋째로, 우리는 정부기관을 신뢰한다. 우리가 일일이 안전에 대해 점검할 수 없으니, 우리를 보호하도록 한 기관이 잘 관리해줄 거란 믿음이 있다. 왜? 그들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해준다면 말이 안 되니까. 설마 대충 대충 하겠는가? 믿어야지. 내 목숨이 달려 있는데, 그리고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인데.

넷째로, 우리는 정부기관을 실제로 움직이는, 보다 큰 국가체제를 신뢰한다. 선거 때만 되면 서로 잘하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넘쳐나는데 국민의 '안전'에 관하여 대충 대충 하겠는가 말이다. 일개 하부기관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니 좀 더 큰 국가가, 그들을 교육하고 통제하고 명령하여 올바로 관리가 되도록 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국가가 하는 일인데, 사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니잖는가? 하는 일이 국민에 생명에 관한 일인데, 믿어야지.

다섯째, 우리는 헌법을 신뢰한다. 우리 모두가 합의해 놓은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믿는다. "헌법 제34조 ⑥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질 않은가? 이 대원칙을 우리는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를 거치면서 수없이 반복해서 들어왔다. 당연히 우리의 생명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원리가 아니던가?

대덕면 마을회관 앞마당에 설치된 사고대책본부
▲ 사고대책본부 대덕면 마을회관 앞마당에 설치된 사고대책본부
ⓒ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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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음놓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건 우리 뒤에 국가와 헌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책임지고 집행해주는 국가체제와 그 행정기관이 있다. 그리고 믿음직한 어른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책임을 다해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명은 그 어디서도 보장받지 못한다. 우리에게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할까?


태그:#담양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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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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