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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1시 45분,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앞에서 서울여대 교수평의회의 총장 퇴진 시위가 진행중이다.
▲ 서울여대 교수 시위 지난 25일 오전 11시 45분, 서울여대 50주년 기념관 앞에서 서울여대 교수평의회의 총장 퇴진 시위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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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무시 학생무시, 누구 위한 학교인가"

지난 25일, 서울여대 교수들이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었다.

이날 서울여대 교수들은 ▲ 교원인사평가제도의 불합리성 ▲ 연간 책임시수 증가에 따른 교육의 질적 하락 ▲ 교양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설강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일방적인 학사개편에 반대를 표했다.

서울여대 교수평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학의 근간이 되는 각종 제도를 졸속 개편하고 무리하게 시행한 데 대해 교수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며 주장했다.

교수들이 '총장 퇴진'이라는 강경한 구호를 내건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여대 대학 본부는 정년제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을 연간 18학점에서 21학점으로 늘렸다.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교수들은 강의의 질적 하락을 우려했다. 서울여대 교수평의회 의장 박동찬 교수는 "담당하는 강의가 많아지면 강의 준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또 일정 강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 강도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앞으로 교육부가 시행하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지표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은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높인다는 대학 본부의 명목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전임교원의 강의가 늘면 시간강사들이 대거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본부는 교수 승진 평가방식도 변경했다. 김명주 기획처장은 "지난 교수승진 평가제도는 정량 평가로만 이뤄져 문제가 많았다. 정성 평가 항목을 신설해 교수 간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성실성', '예의범절'과 같은 정성 평가 항목을 통해 사실상 교수 간 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정량평가 기준도 2배 이상 늘려 이전보다 강의는 물론 연구, 봉사 실적 또한 배 이상 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이같은 조치들이 올해 2학기부터 곧바로 시행돼 승진을 준비하던 교수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주 기획처장은 "승진은 경영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둘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월 서울여대는 이같이 변경된 교수평가 방식으로 한국대학신문 직원대상에서 일반행정 부분상을 수상했다. 이번 교수평가 방식 변경을 주도한 교무처 과장이 그 상을 받았다.

정원 8% 감축하라고 했더니... 수업시수 15주로 감소?

일방적인 학사제도개편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 학사제도개편 반대 자보 일방적인 학사제도개편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 한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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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조치들은 서울여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이다. 이같은 구조개혁 열풍은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여대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내년부터 입학정원의 8%를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등록금 수입은 약 40여억 원 정도 감소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학본부는 수업시수를 16주에서 15주로 감축하고, 강의 개설 기준을 최소 9명에서 15명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반값등록금 열풍 당시,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들이 쓴 방법이다. 수업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꼼수 인하'라 비판을 받았다. 당시 15주로 감축한 대학들은 다시 16주로 복귀하고 있다. 한 서울여대 재학생(21)은 "정원 감축 8%라는 결과를 받은 데에는 학교 본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자며 대학 측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는 학생과 교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여대 측은 대학구조개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어서 학내 대립은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여대 44대 총학생회 '님과함께'는 26일 '학사제도개편에 대한 결과 보고 및 입장서'를 발표하고, "개혁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학교 측의 주장을 최대한 배려하고 동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의견을 수렴중이라는 시늉만 거듭하며 학생들과의 논의를 교묘히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체의 가치를 내세우는 서울여대에서 이러한 일방적인 개편은 더욱 옳지 못하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철없는 어린 아이들의 투정이라고 여기지 말아 달라. 같은 학교의 주체로서 존중해 주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대학가에 닥친 구조개혁 바람은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중앙대, 강원대, 한림대, 청주대 등도 대학구조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과 통폐합, 학사제도 개편과 같은 정책들은 공통으로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한 졸속추진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서울여대, #총장퇴진, #학사개편, #반대시위, #대학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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