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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내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 문을 연 가운데, 한 시민이 전시시설을 둘러보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잊지 않기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내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 문을 연 가운데, 한 시민이 전시시설을 둘러보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잊지 않기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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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세월호 수색 중단 소식을 들었다. 남은 가족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잠수사들이 더 이상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그 속이 오죽할까 싶다.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읽었다.

"한 번만이라도 엄마에게 와주렴. 딱 한 번만. 너를 보지 않고서 너를 보낼 수가 없다."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심정... 아마 모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젠 세월호가 무사히 인양돼, 깊은 바다 속에 남은 이름 아홉 개가 다시 세상과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초혼하는 글자

'돌아올 복'의 금문자
 '돌아올 복'의 금문자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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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돌아올 복, 다시 부)은 '다시 돌아오다'는 뜻으로 쓰이는 한자이다. 復은 彳과 复으로 나눌 수 있다. 复(복)에서 夂(뒤져 올 치)는 발 모양을, 나머지 부분은 풀무를 나타낸다.

풀무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켜 화력을 세게 하는 기구이다. 주로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거나 부엌에서 불을 지피는 데 이용했다. 처음엔 좁고 긴 관을 사용해 입으로 직접 바람을 불어넣다가 이후 네모난 통 모양의 기구로 발전했다.

풀무는 손으로 밀고 당기는 손풀무와 발로 밟아 바람을 일으키는 발풀무로 나뉜다. 두 방식 모두 밀고 당기거나 밟았다 떼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와 회복하기를 반복하면 할수록 불은 활활 타오른다. 여기에 '길'을 뜻하는 彳(척)을 더해 수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즉 왕복의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復은 '갔다가 돌아오다'는 뜻으로 쓰이다가 이후 '회복하다' '다시'의 뜻이 더해졌다. 반복, 복원, 광복 등에 두루 쓰인다.

復에서 彳대신 月(고기 육, 육달월변)을 쓰면 신체기관 중 배를 뜻하는 한자 腹(배 복)이 된다. 배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운동을 하는 곳이다. 일부러 숨을 멈추지 않는 한, 배는 부풀었다가 다시 잦아드는 운동을 반복한다. 정말 풀무랑 비슷하다.

復(회복할 복)은 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의식인 초혼(招魂)과도 관련이 깊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복, 복, 복"이라고 외쳤다. 여기에서 '복'이 바로 한자 復이다. 먼 곳으로 떠나는 혼을 다시 불러들이는 의식이다.

시라카와 시즈카가 지은 <한자 백 가지 이야기>에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고대에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경외심이 지금보다 훨씬 선명하고 강렬했다. 그래서 숨이 끊어진 후에도 그 사람이 입었던 옷을 흔들며 혼이 다시 육체로 돌아올 것을 기원했다. 옷에는 옥을 넣기도 했다. 옥은 눈빛을 뜻한다. 죽은 이의 눈이 다시 빛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고백하건데, 이 글에는 세월호 가족에 대한 위로와 함께 나의 작은 바람 한 가지도 담았다.

얼마 전, 세 달 동안 뱃속에 있던 아기를 또 다시 떠나보냈다. 어느 날 남편이 자고 일어나 "소나무에 커다란 알밤이 매달려 영롱하게 빛나는 꿈을 꿨다"기에 꿈 내용을 따 '밤솔'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초음파로 아기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았던 터라 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기는 가 버렸다.

요즘 시간이 날 때면 뜨개질을 한다.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언젠가 다시 한 번 밤솔이가 내게 와 주기를. 그때는 내가 밤솔이를 부디 건강하게 품어줄 수 있기를. 다시 한 번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자칼럼, #復, #돌아올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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