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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한반도 서울에서 팔랑거리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한 달이 지나 미국에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기상학 용어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03년 4월 1일 만우절, 인천의 가파른 비탈길 위 달동네 한 구석에 무료식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3평 남짓한 공간에 노숙인들이 와서 무료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민들레 국수집입니다. 개업 첫날에는 단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400~500명의 사람들이 찾아 옵니다. 누구나 와서 눈치보지 않고 몇 번이나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맙습니다" 한 마디를 밥값으로 지불하고 갑니다.

그 후로 공짜로 옷과 물건을 가져가는 민들레 가게도 생겼습니다. 어린이 밥집도 생기고,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민들레꿈공부방 등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심지어 저 멀리 바다 건너 필리핀에도 민들레 국수집이 생겼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어떤 정부 지원도 받지 않습니다. 후원 조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운영이 잘 됩니다. 민들레 국수집은 오직 자원봉사자와 물품 지원으로만 운영됩니다.

국수집 운영 초기에는 다음날 먹을 쌀과 반찬이 없으면 새벽에 국수집 문 앞에 쌀과 반찬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재산 300만 원을 털어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한 서영남 부부의 그 행동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웃사랑 행동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비효과입니다.

나비효과가 필요한 핵발전소 반대 운동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서울시 미니태양광.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설치한 서울시 미니태양광.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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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초고압 송전탑을 없애는 일 또한 나비효과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은 사실 밀양의 힘없는 할매·할배들에게만 맡겨 놓을 일은 아니었습니다. 핵마피아들의 성장과 개발의 논리가 여전히 주류 정책으로 남아 있는 한 핵발전소 건설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될 겁니다.

전기를 물 쓰듯 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그리고 탈핵과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지 않는 한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은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집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일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하반기 서울시는 100개 가구를 선정해서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벌였습니다. 서울시 캠페인 원전하나줄이기 일환으로 이뤄진 사업이었습니다. 설치를 희망하는 가구에 서울시가 3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은 당시 공고가 나자마자 시청 누리집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신청자가 많았습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올해도 2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8천 가구에 미니태양광을 보급하는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들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듯, 미니태양광 설치는 단순히 30만 원 보조금을 공짜로 줘서 설치하면 끝나는 그런 사업이 아닙니다.

서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으려면 먼저 시민들 스스로 생각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도록 이끄는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정부 예산 사업은 법과 규정에 따라 집행되어야 하고, 그러기에 늘 정확한 절차와 내용으로 엄정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또한 1년 단위로 성과를 분명하게 내야 합니다.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1년 만에 성과를 수치로 계량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미니태양광 사업을 홍보하고 시민들을 조직하는 일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이 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협동조합과의 협치야말로 서울시 미니태양광 사업을 성공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이런 데 공감한 서울시가 지난 10월 말 미니태양광 사업자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추가로 선정했습니다. 다소 늦은 감 있지만, 내년도 사업을 위해서도 시민참여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은 현명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니태양광도 설치하고 밀양 에너지 자립마을도 추진하고

2014년 10월에 설치한 밀양 주민공간의 우리집 햇빛발전소.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는 구호가 선명하다.
 2014년 10월에 설치한 밀양 주민공간의 우리집 햇빛발전소.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는 구호가 선명하다.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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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은 이미 다 세워졌습니다. 지금은 핵발전소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한 시험 송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다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밀양의 어르신들은 핵과 화석연료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송전탑도 필요없는 세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탈핵 탈송전탑의 밀양 에너지 자립마을 추진 모임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르신들은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집과 마을회관에 햇빛발전소와 바람발전소를 설치하는 일, 마을마다 물레방아 소수력 발전소를 만드는 일, 똥 오줌을 이용한 마을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짓는 일 등 전기와 에너지 소비를 혁명적으로 줄이는 일을.

7개 마을 270여 가구의 밀양 어르신들이 새로운 에너지 자립마을을 고민하게 된 원동력은 바로 이웃들의 우애와 환대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 든 밀양 희망버스 시민들이었습니다. 지난 9월, 밀양 송전탑 법률 지원 기금을 마련하고자 연 후원주점 <손잡아 酒이소>에서 약 8천만 원의 수익금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시민연대의 힘이 컸습니다.

다시 그 연대의 힘을 모아볼까 합니다. 서울 시민들의 밀양 햇빛연대기금 날갯짓은 간단합니다. 서울 시민들이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 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를 신청하는 겁니다. 미니태양광 가격은 64만 원(재료비+설치비+조합운영비)인데 서울시의 보조금 30만 원 제외하면 34만 원으로 250W의 우리집 햇빛발전소를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가격에 책정된 조합 운영비 가운데 3만 원을 밀양 햇빛연대기금으로 밀양에 보낼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하는 캠페인이지만, 실제로는 서울 시민이 스스로 밀양에 에너지자립마을 햇빛연대기금을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집에 설치하는 초소형 햇빛발전소는 에너지 소비자에서 에너지 생산자로 변신하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밀양을 에너지 자립마을의 메카로 만들고, 나아가 전국을 에너지 자립마을로 전환시키는 마법의 햇빛 날개도 달아주게 됩니다.

서울 시민의 햇빛 날갯짓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한살림 서울생협 조합원들은 벌써 스스로 생명살림의 햇빛 날갯짓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중심생협도 홍보 캠페인에 나서고 있습니다. 희망버스에 몸을 실었던 수많은 시민들도 새로운 햇빛버스에 몸을 싣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초록교육연대 선생님들도 녹생당 당원들도, 전교조 서울지부도 도시철도 노동조합도 속속 마음과 행동을 함께 하는데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울 시민의 녹색 햇빛 날개짓의 나비효과는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미니태양광 신청하기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문의전화 02-383-0855



태그:#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미니태양광, #밀양, #밀양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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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민주적 대안언론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역사와 노동과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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