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흑인 청년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벌어진 소요사태를 보도하는 NBC 뉴스 갈무리.
 흑인 청년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벌어진 소요사태를 보도하는 NBC 뉴스 갈무리.
ⓒ NBC

관련사진보기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게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이 지역 일대가 격렬한 소요사태에 휩싸였다.

한국 시각으로 25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은 지난 8월 비무장 상태의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해 "유죄로 볼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브라운은 검문하려는 윌슨 경관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얼굴을 다친 경관이 총격으로 대응했다. 브라운 변호인 측은 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소년이 넘어진 상태였는데도 계속 총을 쏴 최소 6발을 맞았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배심은 브라운이 먼저 몸싸움을 유발했고, 정당한 공무 집행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한 경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주요 방송사가 모두 생중계할 정도로 극도의 긴장 속에서 발표된 대배심의 결정은 우려한 대로 흑인 사회를 분노케 했다.

뉴욕, 워싱턴, LA... 미 전역으로 시위 확산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시내에서 모여 이를 생중계를 지켜보던 흑인 주민들은 성난 시위대로 돌변했다. 이들은 곧장 경찰서로 몰려가 돌을 던지고 총격을 가하며 항의했다. 또한 경찰차를 뒤집거나 불을 지르면서 차 안에 있던 탄약이 폭발하기도 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수백 명의 사람들이 시내 상점의 창문을 깨고 침입해 물건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는 등 마치 폭동과 약탈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로 방송됐다.

미주리주는 대배심 결정이 발표되기 전부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격렬하고 대규모의 소요사태가 벌어지자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퍼거슨 교육청은 관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경찰은 자정이 되어서야 무장 경찰을 투입해 최루탄과 연막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소요사태가 과격해지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여기는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시위대의 총격에도 대응 사격을 지시하지 않고 있다"며 "수십 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미국은 법 위에 세워진 국가이며 우리는 대배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도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고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시애틀, 오클랜드 등의 도심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다른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히스패닉이나 아시안 등 다른 소수 인종까지 가세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퍼거슨과 같은 소요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2의 흑인폭동 우려 커져

흑인 청년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벌어진 소요사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흑인 청년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벌어진 소요사태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흑인 인권단체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시민사회는 백인 9명, 흑인 3명이 참여한 대배심이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구성됐으며, 불기소를 최종 결정하게 된 표결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도 반발하고 있다.

미국 의회 내 흑인의원연맹(CBC)을 이끄는 마샤 퍼지 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은 정의와 희망이 살아있다고 믿는 모든 미국인에게 모욕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대배심 결정이 현지 시각으로 저녁 8시 30분에 생중계로 발표되면서 직장에서 퇴근 후 집이나 거리에 있던 시민들이 많아 소요사태가 더 커졌다고 지적하며 지난 19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흑인폭동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배심의 결정과 별도로 미국 연방 법무부는 윌슨 경관이나 경찰 측이 인종차별로 시민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브라운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윌슨 경관이 총을 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하지만 흑인 시민들은 빨라야 내년 초, 늦으면 수년이 걸려서야 나오는 조사 결과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시카고의 한 시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대배심의 결정)은 절대 우연이 아니라 흑인 사회가 직면한 불합리적 시스템의 문제"라며 "이제는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미국 퍼거슨, #대배심, #흑인, #소요사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