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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대표.
 김성훈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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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아래 차교연)'가 창립했다. 눈물 없이는 차마 들을 수 없는 사연 깊은 회원들. 이들은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오래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장애아 부모들이다. 그들은 왜 '연대'를 만들어 '투쟁'에 나선 것일까?

김성훈 차교연 대표는 스무 살 딸아이의 부모다. 그 딸아이는 지체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인이다. 올해 특수학교인 대전가원학교 고3인데, 이곳을 졸업하면 진학하려고 했던 '전공과' 입학에서 탈락했다. 말 그대로 이제는 갈 곳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딸아이가 요즘 혼자서 머리를 감게 됐어요. 혼자 머리 감는 법을 배우는 데 20년이 걸렸죠. 전문 지식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이제 조금만 더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사회생활도 하고 직업도 갖고 그럴 텐데... 전공과 입학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캄캄합니다."

"장애 정도 심한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 줘야"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대전가원학교 전공과 입학전형 탈락자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차교연' 대표 김성훈씨를 만나 왜 단체를 만들게 됐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김 대표에 따르면, 대전가원학교는 지난 7월 전공과 신입생선발 전형을 실시해, 10월 30일 30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총 응시자 59명 중 29명이 탈락한 것.

이에 대해 탈락자 학부모들은 '수학능력 위주의 선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추첨을 통해 선발했지만, 규정을 바꾸어 올해부터는 직업수행능력평가와 지역사회적응검사 등을 종합해 선발하고 있다는 것.

이는 장애인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전환교육 실시' 및 '다양한 영역의 직업교과별 직무교육 및 직업적응교육 실시'라는 전공과 교육목적과도 배치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일수록 오히려 전공과 교육을 통해 '사회적응 및 자립능력'과 '직업적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그런데도 수학능력을 기준으로 줄 세우기 식으로 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공과를 희망하는 특수학교 졸업자의 수요에 맞게 대전의 전공과 정원 확대 및 특수학교 설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락한 29명의 아이들은 대부분 장애 정도가 심한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이제 길거리로 나가거나 집에 가두어 놓을 수밖에 없어요. 부모들이 돌보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니까요. 엄마들도 꼼짝할 수가 없게 돼요. 엄마들 수명을 단번에 10년은 줄이는 처사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사회적응능력을 키우고 직업능력을 갖게 하는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용을 줄이는 길입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차교연 부모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에서 더는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연대'를 결성했다. 그리고 앞으로 대전교육청 앞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에 ▲ 대전가원학교 전공과 탈락자 전원 추가선발 ▲ 대전 북부권 특수학교 조속한 설립 ▲ 대전교육청에 특수교육과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김성훈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특수교육의 목적"

지난 18일 창립한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기념 사진.
 지난 18일 창립한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기념 사진.
ⓒ 차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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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즉 차교연이 창립했다고 하는데 어떤 단체인가?
"이름 자체에 나와 있듯이 장애인 특수교육을 할 때 특수교육법에 나온 대로, 그리고 헌법정신에 맞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는 사회를 만들려고 세운 단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또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대전권의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가?
"지금은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전가원학교 전공과 입학전형에서 탈락한 부모들이 대부분이고, 그 밖에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특수교육에 관심이 있는 일부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 창립식은 언제 했나?
"지난 18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 한 식당에 모여서 창립했다."

- 그렇다면 김 대표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인가?
"그렇다. 현재 제 딸아이는 특수학교인 대전가원학교 고등학교 3학년이다. 나이는 스무 살인데, 지체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인이다."

- 왜 이런 단체를 만들게 됐나?
"우리 아이가 대전가원학교 2015학년도 전공과 과정 전형에 응시했다가 탈락했다. 저를 포함한 탈락자 부모들이 선발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모임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게 됐다. 우리가 이렇게 단체까지 만들어 나서게 된 것은 단순히 우리 아이가 떨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 우선 '전공과'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전공과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마지막 단계다. 특수교육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상교육과정인데, 의무과정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하게 되지만 일반인들의 '대학과정'은 아니다.

타 지역은 1년제도 있고, 3년제도 있지만 대전은 2년제로 되어 있다. 현재는 대전가원학교와 혜광학교, 원명학교, 맹학교 등 모두 4개의 특수학교에 전공과가 개설되어 있다. 전공과에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전환교육을 실시한다. 즉, 자립할 수 있는 '생활교육'이다. 또한 다양한 영역의 직업교과별 직무교육, 직업적응교육을 한다."

- 그렇다면, 2015학년도 대전가원학교 전공과 전형의 문제는 무엇인가?
"지난해까지는 대전의 모든 특수학교가 동일하게 전공과 선발을 '추첨'으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전시교육청이 지침을 내려 올해부터는 각 학교 교장 재량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그동안 교육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가지고 있던 신입생 선발권한을 교장에게 넘겨준 것이다.

그러자 각 학교 교장들은 회의를 통해 '선발 규정'을 만들었는데, 골자는 '수학능력' 위주의 줄세우기식 선발이다. 장애인들의 교육과정과 신입생 선발은 각 특성에 맞게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전공과 교육과정의 주목적인 '자립생활 능력 교육'과 '직업교육'이라는 것은 뒷전이고, '수학능력'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아이들 위주로 선발되게 된 것이다."

-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상급학교인데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일반학교라면 그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특수교육을 하는 장애인학교는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을 고려해서 교육을 실시한다.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그에 앞서 그 학생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특수교육의 목적이다. 수학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어쩌면 장애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사회적응능력도 낫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전공과가 더 절실한 것은 오히려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 타 지역에서는 어떻게 선발하고 있나?
"수학능력으로 선발하는 곳도 있고, 추첨으로 하는 곳도 있다. 어떤 선발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정해져있지 않다. 문제는 10여 년 동안 추첨방식으로 하던 선발을 왜 갑자기 바꿔서 혼란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요예측을 통해 교육청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 추첨방식으로 선발한 지난해에는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지난해 대전가원학교는 4학급 28명 모집에 49명이 지원해서 21명이 탈락했다. 그런데 탈락한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21명 전원을 추가 선발했다. 문제는 그러한 추가선발로 인해 올해 전공과 1학년이 5학급이 되었다. 교육청의 인가는 전공과가 모두 8학급이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 신입생 선발 학급이 3학급 30명으로 줄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59명이 지원해서 무려 29명이나 되는 탈락자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탈락자 29명이 구제되지 않으면 아마 내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생들과 더불어 더욱 더 치열한 경쟁구도가 될 것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데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다. 따라서 교육청이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임을 만들어 적극대응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우리 아이가 떨어졌기 때문에 반발하는 게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올해 대전지역 특수학교와 그리고 일반학교 특수반에서 졸업하게 되는 고3 장애학생은 약 270명 정도 된다. 그런데 대전 4개 학교 전공과 정원은 가원학교 30명, 혜광학교 40명, 원명학교 20명 등 약 100명 정도 된다. 그런데 전공과 진학을 희망했다가 탈락한 숫자는 가원학교와 혜광학교에서 모두 43명이다.

원명학교와 맹학교는 진학희망자가 적어서 탈락자가 없다. 그렇다면 약 40여 명 가량의 정원만 늘려주면 해결된다. 이러한 수요예측을 통해 교육청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책임을 각 학교장에서 떠넘겨 버리고 있다. 학교장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결국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

학급을 증설해야 한다. 전공과 탈락학생들의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학급을 증설해 추가선발해야 한다. 전공과 희망자들은 전원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학능력 위주의 줄세우기식 선발방법도 폐지해야 한다. 보다 더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대전 북부권 특수학교' 설립이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12월 초에 학부모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교육청 앞에서 열 계획이다. 그리고 12월 중으로 특수교육관련 토론회도 마련하고, 시의회를 통해서 대전교육청을 압박하는 활동도 할 예정이다."

김성훈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대표.
 김성훈 '차별없는 장애인 특수교육을 바라는 시민연대' 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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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아이가 스무 살인데 얼마 전에 혼자서 머리를 감을 수 있게 됐다. 아이가 혼자서 머리감는 데 20년이 걸렸다. 하루 이틀 노력해서 된 게 아니다. 정말 오랜 기간 교육받고 훈련해서 된 것이다.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받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래서 전공과 2년 정도 더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응능력도 키우고, 직업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전공과 입시에서 떨어졌다. 그나마 배웠던 것들도 이제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앞날이 캄캄하다.

이번에 탈락한 29명의 아이들은 우리 아이처럼 장애정도가 심한 아이들이다. 이제 갈 곳이 없다. 그저 길거리로 나서거나 집에 갇혀 있어야 한다. 부모들이 그 아이들을 케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엄마들의 수명이 한 10년은 줄어드는 일이다. 엄마들의 발이 묶이는 것, 그리고 장애아들이 수년 동안 받은 교육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얼마나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손해인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보다 단 하루만 더 살다 죽고 싶은 소망을 품고 살아간다. 얼마나 소박한 소원인가. 그런데 왜 교육당국의 안일한 행정편의주의로 인해서 그 꿈이 짓밟혀야 하는가. 정말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서 대전이 특수교육을 선도하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모두가 함께 관심 가져 주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태그:#대전가원학교, #특수교육, #대전교육청, #김성훈, #차별없는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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