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외국인 직원이 해고 당일 재취업에 성공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25일 내년 시즌 함께 할 새 외국인 선수로 올 시즌 LG트윈스에서 활약했던 브래드 스나이더와 계약금 3만 달러, 연봉 27만 달러, 옵션 8만 달러 등 총액 3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비니 로티노를 퇴출한 넥센은 재빠르게 스나이더와 계약을 체결하며 내년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로써 스나이더는 홈구장이 잠실에서 목동으로 바뀌었을 뿐 2년 연속 한국팬들을 만나게 됐다.

LG에서 지옥과 천국을 오간 스나이더

스나이더는 지난 7월 내야수 조쉬 벨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았다. 스나이더는 LG에게 흔한 좌타 외야수였지만 LG는 스나이더에게 팀에서 부족한 장타력을 채워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LG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37경기에 출전한 스나이더는 타율 .210 4홈런 17타점으로 부진하며 팀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만약 시즌 초반이었다면 중도 퇴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외야진의 '조커'로 스나이더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스나이더는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LG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타율 .433 2홈런 6타점을 기록,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꿔 놓는다.

당시만 해도 스나이더에 대한 재계약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2명의 이병규를 비롯해 이진영, FA 박용택까지 좌타 외야수가 넘쳐나는 LG에서 스나이더에 대한 활용범위는 상당히 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LG는 외국인 선수 재계약 통보 마감일인 25일, 스나이더와의 재계약을 최종 포기했다. 그리고 LG와는 반대로 좌타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넥센에서 스나이더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우타 일색 넥센 타선에 합류할 좌타 거포 스나이더

스나이더는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다소 불리한 조건에 있었다. 하지만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 야구장은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으로 스나이더의 장타력을 극대화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넥센 입장에서도 스나이더의 합류는 반갑다. 넥센은 서건창과 FA 이성열 정도를 제외하면 주력 타자 대부분이 우타자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타선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나이더가 5~6번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넥센은 (강정호가 빠진다 해도) 유한준-박병호-스나이더-김민성으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넥센의 '재활용 외국인 선수'가 또 다시 성공을 거둘지도 관심거리다. 넥센은 그동안 브랜든 나이트, 헨리 소사 등 타 구단에서 방출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큰 재미를 본 사례가 많다. 심지어 스나이더는 넥센과 유난히 궁합(?)이 좋은 LG 출신이다.

이미 밴 헤켄, 소사와의 재계약 의사를 밝힌 넥센은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를 영입하면서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감했다(물론 밴 헤켄의 해외진출이라는 큰 변수가 남아 있지만). 올해 LG에서 지옥과 천국을 두루 경험한 스나이더는 내년 시즌 넥센 어벤저스 타선의 새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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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브래드 스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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