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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허령 시의원이 정보화 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허령 시의원이 정보화 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 울산시의회 인터넷 생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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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정보통신업으로 등록한 업체가 130여개나 있는데, 지역에서는 업체가 1~2개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4일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진행한 울산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행정사무감사에서 허령 시의원은 울산시교육청의 정보화와 관련한 사업에서 특정업체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허령 의원은 "울산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최근 1년간 발주한 금액은 37억 350만 원, 모두 30개 사업인데 이중 수의계약 16건, 경쟁입찰 11건, 조달발주 3건으로 계약을 했다"며 "수의계약 16건 중 7건은 예산편성액의 100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금액으로 계약됐다. 어떻게 수의계약이 100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견적을 제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 업체는 올해에만 22개 사업 중 수의계약으로 3건, 경쟁입찰로 2건 등 5건을 수주했다"며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 업체는 관련법상 경쟁입찰해야 할 교수학습시스템유지관리사업을 입찰에 참가할 지역업체가 별로 없다는 이유로 4억 500만 원(예산 4억 3500만 원)에 수의계약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허 의원은 "앞으로 투명하게 잘 해달라"는 당부성 발언으로 이 부분을 마무리했다. 내심 더 큰 무엇인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던 기자로서는 허탈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교육 정보화에 대한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했다.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정보화 예산 사업에 대해 깊이 파고 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육 정보화 관련 사업, 특정 업체 독식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지난 1999년말~2000년초 정부는 '교육 정보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정보화로 가는 시대 흐름에 교육도 발맞추자는 의도였다. 엄청난 관련예산이 지역 교육청에 내려왔다.

하지만 당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보화 업체들은 울산시교육청의 정보화 사업에 특정기업의 특혜를 주장하며 불공평을 하소연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차후 불이익이 올까봐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당시 울산시교육청의 관련 예산 집행을 두고 대다수 업체들은 '울산은 공산당 지역과 같다'는 말을 했다. 특정 업체가 독식하고, 이를 지적하는 곳도 없다는 뜻이다. 이는 24일 허령 의원이 지적한 '1~2개 업체만 있는 줄 알고 있다'고 한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12년전 행정사무감사가 떠오랐다. 지난 2002년 8월 13일, 당시 울산시교육청 노옥희·정찬모 교육위원은 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산지역 44개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C/S 서버(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부품이 가짜로 드러났다"며 업체와 교육청간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교육전문지 <국민교육신문> 취재팀장으로 있던 기자는 'C/S서버 가짜' 사실을 처음 보도했는데, 정보화 전문 울산시교육청 공무원의 내부고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도에 이어 노옥희 정찬모 위원의 감사가 다방면으로 진행됐던 것.

C/S 서버
C/S는 "학생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전교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설치되기 이전의 학교 전산정보망으로 그에 필요한 장치가 C/S 서버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수천 억의 예산을 들여 전국 10000여개 학교에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즉 C/S 서버를 구축하는 학교정보화 사업을 단행했다. 이 시스템은 교사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학생성적 관리, 건강관리 등을 정보화장치 하는 것으로 획기적인 교육사업으로 평가됐다.

정부가 교육정보화의 일환으로 전국 각 학교에 C/S를 추진하면서 울산에서도 당시 160여개 전체 학교 중 2000년 44개 학교에 대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울산시교육청은 C/S서버를 구축하면서 하드 디스크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업체 제품인 `썬' 제품을 개당 270여만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교육청과 계약을 맺어 각 학교에 설치작업을 한 D정보사가 모양이나 성능이 유사하지만 가격은 48만원 대인 IBM 제품을 사용한 것이 발견된 것. 정보화 관련 부서 공무원이던 A씨는 각 학교에서 이 장치를 검수하던 중 가짜 하드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당시 기자는 검수자이던 A씨와 관련 업계, 학교 정보담당 교사의 증언을 토대로 'C/S서버 가짜 확인'이라는 기사를 썼고, 노옥희 의원 등은 즉각 각 학교 감사를 통해 44개 학교에 가짜 제품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각 학교 C/S 서버에는 18GByte짜리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2개씩 들어갔는데 2000년 당시 정품인 SUN 제품의 가격은 18GByte 하나에 270만원, 가짜인 IBM 제품은 18GByte 하나에 48여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나고 울산 전체 금액으로는 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검찰고발로 이어지기까지의 울산교육청의 태도였다. 울산교육청은 검수자의 이같은 가짜 확인을 무시하고 되레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

당시 검수자는 교육청에 하드디스크와 메모리의 정품확인을 요구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해당사로부터 정품확인 공문을 받았으므로 정품이다"고 주장했고, 교육청 간부들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묵묵부답이었다.

A씨는 당시 울산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5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글을 올리며 "억울합니다. 가짜라고 진실을 밝혀낸 사람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해당 D사와 가까운 공무원은 조기 승진 시킨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옥희 위원은 "이 디스크는 명령어만 입력하면 모니터에 `썬'이란 정품 표시가 뜨는 등 손쉽게 확인이 되는 데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업체에 정품임을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2차례나 보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청 담당자의 비리 은폐 의혹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취재 결과 가짜 부품을 설치한 D사가 울산교육청으로부터 발주받아 진행한 정보화 사업이 또 있었다.

이른바 '살짝입찰' 사건. 울산시교육청이 당시 2억여원을 들여 각 학교홈페이지 동시 서비스 사업을 D사에 입찰하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가 알지못하도록 공고하지 않은 것.

특히 이를 우연히 알고 얼떨결에 입찰에 응한 C사가 낙찰되자, 울산교육청은 입찰자격 미비 등을 이유로 C사를 배제했고,특혜의혹을 받던 D사는 C사에 부가세만 주고 사업을 맡은 것이 드러난 것. 하지만 이 사건도 더 이상의 논란없이 역사속으로 묻혀 버렸다.

가짜 C/S 서버 유죄 확정...공무원 유착은 못 밝혀

당시 교육위원들은 행정사무 감사 후 가짜 C/S 서버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때 A씨는 "유착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화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면 깊게 이해하기가 힘든다는 뜻이었다. 결국 법원은 D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끝내 울산시교육청과의 유착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관련기사: <울산교육청 C/S서버 '가짜부품' 유죄>

울산지방법원 항소심 합의부 재판부는 지난 2005년 10월 14일 C/S서버 구축과 관련해 설치업체인 고아무개 전 D정보시스템 이사에 대해 징역 6월을 선고, 법정 구속하는 한편 공급업체 관련자 2명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500만원에 처했다. 이들은 앞서 그해 6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정찬모·노옥희 교육위원이 항소했었다.

재판부는 "C/S서버 구축 계약시 마이크로썬(SUN)사 정품의 하드디스크를 넣기로 계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썬사 정품이 아닌 계약과 다른 IBM사 제품을 납품하면서 이를 교육청에 알리지 않았고, 검수과정에서 비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정품확인서를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교육청을 속이며 계약금을 모두 수령한 것이 사기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두 교육위원은 재판 결과에 대해 "8메가 메모리 비품 납품, 공무원 관련이 밝혀지지 않은 아쉬움은 있지만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진실에 가까운 판결을 내린 재판부와 항소심을 제기한 담당검사의 노력에 대해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가짜 C/S서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2년. 당시 학교 현장 출신인 교육위원들이 수년간 고군분투했지만 세간의 의혹은 반만 해소되는 데 그쳤다. 이제 교육위원 제도가 없어져 정치인들이 교육청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지금은 그나마 이쯤에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태그:#울산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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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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