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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폰을 고집하다가 큰 마음 먹고 스마트폰을 사줬는데... 우리 아이도 어느새 중독인걸까요.
 2G폰을 고집하다가 큰 마음 먹고 스마트폰을 사줬는데... 우리 아이도 어느새 중독인걸까요.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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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때문에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받고 왔잖아!"

중학생 아이가 소리를 꽥 지른다.

"엄마가 그때 쓸데없이 교육받는다고 체크해서 교육받았단 말이야!"

무슨 교육이지? 스마트폰 중독. 언젠가 무슨 교육을 공짜로 해 준다고 해서 체크한 적이 있긴 있었던 거 같다. 그게 오늘부터였구나. 아이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분 별로였어?"
"그럼 기분이 좋았겠어?"
"몇 명이나 받았는데."
"전교에서 7명!"

전교생이 700명인데 그 중에 일곱 명? 우리 아이가 1% 안에 든단 말이네. 놀랍다. 그 정도는 아닐 텐데... 자세히 물었다. 검사 결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은 아이 반에 4명이 나왔단다. 그런데 부모가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에 동의한 경우는 우리 아이뿐이었다.

"여자 아이들이 중독이 더 심해. 그런데 다 검사 때 거짓말 했단 말이야."

아이는 계속 툴툴거린다. 갑자기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는 그래도 친구랑 야구나 농구를 열심히 해서 스마트폰 중독이 그리 심하진 않겠지 생각했다.

별 걱정 안 했던 우리 아이... 밤 늦게까지 '카카오톡'

게다가 나도 아이들이 전자기기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핸드폰을 안 사주고 버텼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우리 학년 중에 핸드폰을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아이는 나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 집은 완전 이상해. 핸드폰도 안 사주지. 집에 텔레비전도 없지. 게임도 못하게 하지."

아이는 얼마나 날 원망했는지 모른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애썼다.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핸드폰을 새로 살 때도 일부러 2G폰으로 했다. 매장 직원은 왜 굳이 스마트폰을 싫다 하느냐 물었다.

"아이들 스마트폰 사주기 싫어서요."

직원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스마트폰이 아이의 여러 감각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늦게 사 주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돈을 아끼려고 핸드폰을 사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물론 나도 돈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는 내가 아이를 위해 지불해 주는 돈의 액수만큼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부모의 사랑이 오직 소비로 증명될 수 있다는 게 억울하고 답답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발도르프 학교가 많다는 신문 기사를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발도르프 학교는 어린 나이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미국 IT업체 대표들 역시 어린 자식들이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짠순이' 엄마가 돈 쓰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스마트폰으로 사주었다. 아이는 방글방글 웃으며 행복해 했다. 아이와 나는 몇 가지 약속을 했다. 핸드폰 비밀번호를 나와 공유하는 것이 약속 중에 있었다.

나는 매일 아이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아이 반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쓸데없는 대화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 "⊥⊥⊥⊥" 만으로 수백 개의 메시지가 밤까지 계속되었다.

"카톡이 이게 뭐냐?"

아이는 나를 째려봤다. 그러더니 비밀번호를 패턴으로 바꿔 버렸다.

"너 패턴 뭐야? 엄마 알려주기로 했잖아?"
"싫어. 왜 알려 줘야 하는데요?"

아이는 완강히 버텼다. 핸드폰을 사줄 때 했던 약속이 하나 무너졌다. 친정 언니에게 하소연했다. 아이가 핸드폰으로 뭘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스마트폰 사줬으면 끝인 거야. 안 사줬어야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 수 있겠냐?"

결국, 나는 아이 비밀번호 아는 것을 포기했다.

매일 밤 나는 스마트폰을 숨기고... 아이는 찾아내고

어느 날 밤, 아이가 자는 방을 열어 보았다. 컴컴한 방, 이불에 누워서 아이는 핸드폰 화면을 들어다보고 있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야! 너 지금 뭐야?"
"아, 알았어요. 지금 자려고 했어요."
"핸드폰 이리 내. 앞으로 핸드폰 거실에 두고 자. 알았어."

한 시간도 전에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가 실은 여태 카톡을 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핸드폰을 빼앗았다. 그 뒤로는 거실에 핸드폰을 두고 잠자리에 들게 했다. 며칠 뒤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더니 컴컴한 거실에서 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핸드폰 화면을 들어다보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핸드폰 이리 내. 이제부터는 안방에 두고 자."

한숨이 나왔다. 안방에 핸드폰을 두고 자도 문제는 생겼다. 밤마다 핸드폰을 아이 방에서 빼앗아 나오려면 한참 입씨름을 해야 했다. 분명 밤에는 안방에서 두고 잤는데 아침에 보면 아이 방에서 베개 밑에서 핸드폰이 나오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안방에 둘 때도 숨겨두기도 했다. 아이는 학교 갈 준비 다 하고 또 핸드폰을 들어다보고 있기도 한다. 아침밥을 먹다가도 게임을 하고 있다. 진짜로 속이 뒤집힌다.

그리고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이 끝이 났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아이의 태도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아마도 우리 아이는 내년엔 교육 대상자에 빠질 거다. 왜냐하면 아이는 어떻게 답변을 하면 교육 대상자가 안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기관 보고서에는 우리 아이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은 효과가 있었다고 나타날 것이다. 아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보고서가 될 것이다.

나는 매일 밤 아이들과 스마트폰 뺏고 뺏는 싸움을 한다.

"빨리 내놔."
"엄마, 5분만. 딱 5분만."
"그럼 카톡방에서 인사만 하고 빨리 나와."

밤에는 아이들이 좀 잠을 잤으면 좋겠다. 밤 10시 넘으면 수업도 하지 말라고 학원영업도 금지하면서 청소년의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은 왜 야간에 금지를 안 시키는지 모르겠다. 이런 제안하면 기업의 영업 활동을 방해로 한다고 안 된다고 하려나? 그런데 진짜 요즘 청소년들 밤에 카카오톡 하느라 스마트폰 하느라 잠을 안 잔다. 우리 집 아이만 그런 것은 아닐 게다.

나는 왜 매일 밤 아이들과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좀 아이들 뭐하나 감시하는 엄마 말고 쿨하고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 매일 아이와 스마트폰 가지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엄마의 인생도 좀 생각을 해 달라. 지긋지긋하다.


태그:#스마트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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