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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전우용 역사학자의 '우리가 겪은 광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전우용 역사학자의 '우리가 겪은 광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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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부합시다' 10만인클럽 특강(90회)의 11월 주제는 '우리가 겪은 광기'입니다. 극우적 담론과 이를 세력화하려는 '현재'가 '과거'에 말을 걸어보는 역사와의 대화 시간. 11월 18일 저녁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강사는 전우용 교수(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를 모셨습니다. 그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바로 지금"이라고 답합니다. 현안을 역사와 연결 짓는 그의 140자 트윗 논평은 팬도 많고 언론에 인용 보도도 많이 되는데요.

"역사는 한 번 가르쳐준 것을 잊어버리는 자에게 매우 가혹하다"라는 전 교수의 말에 솔직히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반복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광기는 '인간의 역사적 본능'

'서북청년단 재건'이라는 말이 횡횡합니다. 서북청년단이 뭡니까. 해방 이후 경찰의 좌익 색출을 돕고 정권의 비호 아래 테러 만행을 저질렀던 극우집단. 미군정은 제주 4.3 항쟁에서 민간인 학살과 진압에 이들을 활용하기도 했지요. 무엇이 이들에게 '그래도 된다' '해볼만하다'는 심리적 '빽'을 제공해 주었을까요. 우리가 겪은 집단광기, 그 기원을 거슬러 가봅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광기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놀이'였습니다.

"고대도시의 랜드마크는 경기장, 극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노는 곳이죠. '신나게 놀자'라는 말이 있죠? 신난다→신이 나온다, 노는 건 신을 부르는 행위였습니다. 신을 불러들이는 공간이 경기장이요, 극장이었던 것입니다. 근대올림픽이 올림푸스산에 사는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인간의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다들 아시죠? 심하게 놀면, 신들렸다고 하잖아요. 신이 아예 몸속으로 들어오면 접신이구요."

광기=인간의 역사적 본능.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권력이 축제나 스포츠를 통해 개인이 신을 체험케 하고 그러한 정화의식(카타르시스)을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획득해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현대인보다 훨씬 더 많이 놀았습니다. 미쳤다 돌아와야 노동으로 복귀할 힘을 얻었지요. 때문에 권력은 미칠만한 공간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풀도록 했습니다. 미칠 때 미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리듬을 잘 타면 정상인.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비정상인이 돼서 감옥, 병원에 감금되었던 거지요."

집단광기는 '붉은악마'나 '태극전사'라는 말처럼 스포츠나 축제로 순치되기도 하지만 전쟁이나 폭동처럼 살인, 강간, 약탈, 방화 등의 악마성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전쟁시에는 살인을 많이 하면 포상을 받습니다. 살인이 정상인 상황. 프랑스혁명시 단두대에서 공개처형을 한 것도 일종의 오락이었습니다. 전 교수는 "인간의 광증이 권력에 의해 소환되었다가 되돌려지는 훈련을 역사 속에서 반복해 왔다"고 말합니다. 광기는 권력에 의해 관리되어 왔다는 얘기지요.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전우용 역사학자의 '우리가 겪은 광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전우용 역사학자의 '우리가 겪은 광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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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恨)은 풀 수 없은 억울함"

광기는 누가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가령 전쟁시, 탱크 앞에서 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 정상일까요? 아니면 군인들일까요? 전쟁이라는 극도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꽃을 든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미친 행위가 됩니다.

관동대지진 때는 재난의 화풀이가 재일 조선인을 향했습니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온갖 낭설 속에 조선인 수천 명이 이유없이 죽임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한민족의 기본 정서를 한(恨)이라고 하는데요. 원한(怨恨)이라고 할 때 '원'이든 '한'이든 억울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다만 원은 갚을 수 있는 억울함이지만, 한은 억울한데 갚을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근대 이후 이민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한이 쌓여 민족정서처럼 되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민족성은 없다고 보는 편입니다. 일본사람이 원래 잔인하다고 보지도 않고요. 광기에 휩싸였을 뿐입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만 보더라도, 세계1차대전 기간 일본은 미증유의 성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해외 자본이 빠지면서 전후공황에 빠지고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누적된 스트레스가 조선인을 표적으로 삼은 겁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누군가를 찍어내면 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심리가 순식간에 반응한 결과이지요."

우리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펼쳐진 '거리의 정치'에서 광기는 제동장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제주도 4.3항쟁, 여수순천 사건, 빨치산, 보도연맹... 좌우의 대립 속에 치러진 숱한 민간인 학살, 그러면서 맞게 된 한국전쟁. "살인이 일상이 된 거죠. 미군이 한국군에게 포로를 맡기지 않았습니다. 제네바협약에 따라 전쟁포로가 관리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해요. 너무 잔인하게 때려죽여서…. 미친놈이 정상인이었던 거죠. 일제강점기 때 당해왔던 게 '김일성 괴뢰' 혹은 '이승만 괴뢰'에 투사되어 죽이는 놀이를 했던 겁니다."

전쟁 후에도 우리는 광기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다시 이어진 동원과 배제의 시간. "전쟁이 끝나면 (광기에서) 나와야 하는데 다시 전시상태를 경험합니다. 한편에선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봤겠죠. 전쟁의 기억을 소환해 정치에 동원하려는 세력. 1970~1980년대 수많은 궐기대회들이 있었습니다. 정부 주도의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게 국민의 도리였구요. 고대도시에서나 이뤄졌던 게 우리 근현대사를 지배합니다. '김일성 새끼 불고기 해먹자'라는 피켓을 대수롭지 않게 들고 있었으니까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양상은 좀 달라졌습니다. 권력이 동원한 대규모행사는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월드컵 붉은악마, 시복식미사 등 지식, 신앙, 이념, 기분 등 다양한 기준의 행사들이 등장했고 그것이 허용되는 시대를 맞이합니다.

"느닷없이 학교에 안 가고 싶고, 또 출근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건 지식이나 신념으로 강제 안 되거든요. 그래도 안 짤리고, 매맞지 않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이지요. 대신 재택근무나 특별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이 집단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민주주의 과정입니다. 집단에서 이탈하는 게 미친 짓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가 미치고 싶을 때 미치고 빠져나오고 싶을 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하죠. 그렇게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하는 것이 광기와 관련된 민주적 태도가 아닌가 싶어요."

아픈 역사의 광기, 부활인가

그렇게 1980, 1990년대를 겪으면서 떠나보냈다 싶었는데… 다시 부활하는 것일까요?

"저는 사실 공안통치보다 집단광기가 동원되고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백안시하고 증오하는 문화가 더 무서워요. 국론통일, 총력안보, 종북척결이라는 말이, 박근혜 대통령이 '영애'라는 호칭을 들을 때(박정희 정권) 강조됐던 구호거든요. 근데 지금 나오잖아요. 민주주의란 내가 미쳤고 넌 안 미쳤다, 거꾸로 내가 안 미치고 넌 미쳤다는 얘기를 서로가 할 수 있는 시대인데 지금은 미쳤다, 미치지 않았다는 규정을 권력이 확 틀어쥐고 또 그것이 정상이라고 믿는 시대가 되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외국인노동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증오감, 적대감… 때만 되면 행동할 사람들이 우리 사이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 사람들이 소수지만 그게 신호가 되어서 다시 역사적으로 참혹했던 시절을 재현할 조건들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경제 불황이 계속 사람들을 그렇게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과정에서 무엇인가에 대해 발산해도 좋다는 권력의 신호가 오면 바로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 무서운 거죠. 그게 사람입니다. 서북청년단 재건? 아직은 말도 안된다고 하지만 또 누구는 '진짜 필요한 때다' 그렇게 말하거든요."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가 어려울 때 극우담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서 나를 잡아주고 흔들리는 경제를 잡아주길 바라는 기대감, 나를 노예 삼아서라도 먹여만 달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시기였습니다.

전 교수는 말합니다. 사람은 언제든, 누구나 미칠 수 있는 존재라고. 그렇죠, 정민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책도 나와 있지요.

"광기는 역사적 본능입니다. 우리는 조상 때부터 미치는 훈련을 받아왔어요. 광기를 발산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풀어낼 공간이 주변에 다양합니다. 자기를 알면 오히려 억제할 수 있어요. 다만 권력의 뜻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기성찰 아닐까요?"

▲ 전우용 교수 10만인클럽 특강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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