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미국 도전은 과연 어떤 결론을 맞이할까. 양현종과 KIA 구단은 지난 22일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통보된 포스팅 결과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전달 받았지만, 아직 최종수락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양현종에 앞서 샌디에이고로부터 200만 달러를 제의받았던 김광현보다도 못미치는 금액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광현은 낮은 포스팅 액수에 대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구단 측을 설득하여 수락을 이끌어냈다. 현재 샌디에이고와 협상중이다. 양현종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근데 분위기가 다소 미묘하다. 김광현과는 달리, KIA 구단측에서는 포스팅 수용보다 양현종의 잔류 설득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모양새다. 야구계나 팬들의 여론 역시 '굳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무리하게 ML행을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 적지않다.

아직 완전 FA 자격을 얻지못한 양현종은 구단의 동의가 없으면 해외진출이 불가능하다. KIA 구단도 당초 어느 정도 납득할수 있는 명분만 제시되면 양현종의 미국행을 수락하겠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낮은 액수가 제시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단지 양현종 개인의 입장만이 아니라, KIA 구단과 한국야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KIA 입장에서는 양현종을 잔류시켜야 할 이유가 훨씬 많다. 지난해 윤석민에 이어 내년 양현종마저 떠날 경우, KIA는 마운드에 엄청난 전력누수를 피할 수 없다. 양현종의 포스팅 예상금액이 약 150만~200달러 내외라고 했을때 그정도 액수로는 양현종의 공백은 커녕 요즘 FA 시장에서 쓸만한 계투 요원 하나를 영입하기에도 벅찬 금액이다. 7년간 양현종을 국내 정상급 선발 투수로 육성하기 위하여 KIA 구단이 투자한 액수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KIA 구단이 양현종을 잔류시키고 싶은 것은 결코 이기적인 발상이 아니다.

양현종 본인을 위해서도 좀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올해 나이 27세인 양현종에게는 지금이 해외진출에 가장 적합한 시기인 것은 맞다. 그래서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시스템에 나왔고, 원한대로 시장의 냉철한 평가를 받은게 지금의 결과다. 양현종 본인은 자신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측과 협상이라고 해보고 싶어하는 입장이지만, 포스팅시스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선수에게 개인협상이라고 대우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김광현처럼 낮은 몸값에라도 일단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데 의의를 둘수도 있다. 일단 '도전부터 하고 나서 실력을 증명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처음 갈때는 몸값이 100만~200만 달러 수준이라도, 실력만 인정받으면 몸값을 1000만달러로 올릴수도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다만 그렇게 조건에 얽매이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면 굳이 포스팅시스템이 아니라 제약없는 완전 FA 자격으로 가는게 더 맞다.

포스팅시스템은 단지 선수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원 소속구단의 입장과 한국야구의 위상을 반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그저 평범한 투수나 유망주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미 일정수준의 검증을 마친 정상급 선발투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이 최전성기를 맞이할 시점에 자꾸 메이저리그에 헐값으로 팔려가는 선례를 남길 경우, 장기적으로 이들의 뒤를 이어 해외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수 있다. 미국 야구계에 한국 정상급 선수들의 가치를 만만하게 여기는 풍토를 만들수도 있다.

기왕 해외에 진출하려면 대접받으며 나가는게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유리하다는 것은 류현진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류현진이 미국 무대에서 초반부터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물론 본인의 재능과 노력도 있지만, 협상과정에서부터 자신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요구하며 당당하게 입성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 선발 기회 보장 등을 협상조건에 끼워넣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내 유턴도 불사하겠다는 배짱을 부렸다. 높은 몸값을 투자하여 영입한 선수를 함부로 대할수 없었던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스프링 캠프때부터 꾸준한 기회를 보장했다. 류현진은 부담없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보일수 있었다. 그 어떤 분야보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 메이저리그이고, 몸값이 곧 선수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은 포스팅 입찰당시 무려 2573만 7737달러(당시 환율로 약 280억원)를 제시받았다. 미국 현지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의 특급대우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류현진의 경우는 일반적이라기보다는 아주 특수한 사례에 더 가깝다.

그런데 김광현과 양현종이 제시받은 금액은 류현진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이들의 원소속 구단이 기대했던 것도 처음부터 류현진과 동급의 기준이 아니라 최소 500만~600만 달러 정도였다. 사실 국내에서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면 최소한 이 정도 액수가 보편적인 기준이 되어야한다. 그래야 국내 구단도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명분이 생기고, 선수 본인들도 적합한 대우를 받는다.

선수들도 자신들의 꿈만 앞세우기 전에 분명히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구단은 자선사업하는 곳이 아니고 한국야구 역시 메이저리그를 위한 벼룩시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아껴줄줄 아는 곳이 바로 선수에겐 최고의 빅리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